자율보시 정기화 등 안정화 방안 필요
취약한 사찰 재정 ‘흔들’
기도비·보시금 의존 높아
사찰 재정난이 종단으로
비대면 보시체계 확립필요
종단, 신도교무금 활성화
수익구조 다변화도 시급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사찰 및 종단의 재정구조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상당수 사찰이 재정난에 봉착했고, 이는 각 종단 운영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대면 접촉을 전제로 한 기도·보시금에 의존하는 획일적인 사찰 재정구조, 그리고 사찰분담금 위주의 취약한 종단 재정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재정 안정화를 위한 시스템 개선 등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불교계는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했다.

사찰 재정난의 가장 큰 이유는 2월 입춘 이후부터 부처님오신날까지, 연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찰을 찾는 시기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사태가 본격화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재정난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은, 그만큼 사찰재정 구조가 취약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사찰 재정난은 곧 포교 및 대사회활동의 위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대다수 사찰의 재정구조는 신도들의 기도비와 보시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마저도 개개인의 자발적인 의사를 기반으로, 사찰 방문시 대면을 전제로 이뤄져 왔다.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납부 방식을 CMS와 자동이체 등 비대면 시스템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찰 연중행사 중심의 자발적 보시 형태를 보다 체계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기도 동참을 회원제 형태로 관리하거나, 신도 개개인이 연간 보시금을 사전에 일정한 수준으로 책정한 후 정기적으로 나눠 납부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효율적인 신도관리는 물론, 매년 들쭉날쭉했던 사찰 재정구조를 안정화하고 사찰회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비대면 시대에 부합하는 포교시스템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사찰 법회의 형태와 일정을 시대적 변화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통적으로 사찰 법회는 평일 여부와 관계없이 초하루, 정초 등 음력 날짜에 맞춰 봉행해 왔지만,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바쁜 현대인들의 동참을 이끌 수 있도록 일요일 정기법회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도교육 및 신도조직 활성화를 통해 적극적인 신행활동을 이끄는 동시에, 정기적으로 보시금을 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특히 직접 참석하지 않더라도 온라인 방송 등을 이용해 비대면 동참하고 기도비 등을 간편하게 보시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사찰 재정난으로 인한 여파는 종단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한국불교 최대종단 조계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종단 운영예산의 90% 가량을 사찰분담금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일선사찰의 재정난이 분담금 급감으로 이어진 것. 중앙분담금 뿐 아니라 직할·법인·특별·문화재관람료·직영분담금 등 모든 분담금이 급감했거나, 이후 급감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움은 문화재관람료 분담금 현황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조계종 총무원에 문화재관람료분담금을 납부하는 사찰은 모두 70개소, 이들 사찰의 올 상반기 분담금 납부액은 예년에 비해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관람료 12% 분담금 납부사찰의 경우 올 3월 납부액은 1억5000여만원으로, 지난해 3월 납부액인 2억9766여만원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 직전인 올해 1~2월 납부액과 비교해도 감소추세는 확연히 드러난다. 1월 납부액은 2억7706여만원, 2월 납부액이 3억22만원으로, 한달 새 50% 이상 감소한 셈이다. 5%분담금 사찰의 경우도 비슷하다. 지난해 3월 1억2402여만원이었던 납부액은 올 3월 6282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분담금 감소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성보문화재 관리예산 부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문화재관람료 사찰 70곳 가운데 올 상반기 문화재관람료가 아예 징수되지 않은 사찰이 9곳, 총 감소율이 50.2%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문화재관람료사찰인 불국사는 예년에 비해 90%, 석굴암은 87.9% 감소했으며 분황사가 81.5%, 해인사가 79.1%, 봉정사가 75.8%의 감소율을 보였다. 4월 납부현황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코로나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종단 운영을 위한 세입예산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앙분담금도 예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일선사찰인 말사에서 교구본사에 보낸 분담금을 취합, 일정 요율을 적용해 종단에 납부하기 때문에, 각 사찰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조계종은 올해 분담금을 10%를 삭감키로 결정했다. 분담금 10% 삭감시 25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종단의 취약한 재정구조가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시각이 많다. 종단 운영 예산의 약 90%를 사찰분담금에 의존하는 만큼, 전국 사찰들이 어려워지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2019년 기준 조계종 일반회계 세입 예산은 291억원으로, 이 가운데 88%가 분담금 수입이었다. 이 중 직영분담금 비율이 33.8%로 가장 높았으며, 중앙분담금 19.6%, 문화재관람료분담금 17.5%, 특별분담금 11.2% 순이다.

사실 조계종의 취약한 재정구조 문제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종단 운영예산 중 분담금 의존도가 압도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큰 성과를 내진 못했다는 평가다.

대체로 사찰 재정 투명화와 수익구조 다변화, 효율적인 조직 정비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신도교무금 활성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총지종의 경우 교무금의 다른 형태로 교리에 근거한 ‘희사’ 제도가 있어 주목된다. 승직자는 수입의 10분의 2, 교도들은 10의 1을 재적교당에 희사하도록 정해져 있지만, 액수를 강제하진 않는다. 다만 상당수 교도들은 불공의 일환으로 대사회활동을 위한 희사금을 내는 경우가 많다.

총지종 총무부장 원당 정사는 “희사금은 전체 종단 예산의 상당부분을 자치하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 이후 교도분들이 교당에 나오지 못하면서 일정부분 재정이 감소된 측면은 있지만 자택에서 기도하며 희사하는 분들도 계셔서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조계종의 경우 신도 교무금을 강제하지 않으며, 사찰 보시를 감안해 연간 1만원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 조계종 등록신도 30여만명 가운데 교무금을 납부하는 수는 10만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신도들이 재적사찰에 내는 교무금의 50%는 교구본사를 거쳐 종단 재정에 포함되며, 전체 예산의 2% 수준이다.

신도교무금은 신도들이 사찰과 종단에 대해 갖는 주인의식과도 직결된다. 때문에 신도들이 사찰공동체의 한 일원이자 종도로서 소속감과 주인의식을 가진다면 그 자체로 보다 적극적인 신행·포교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종무행정 전문가인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코로나 사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기에 이번 위기를 기회로 인식하고 드러난 문제점들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사찰과 종단의 취약한 재정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스님과 신도 모두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사찰 신도로서, 또 종도로서 소속감을 심어주고 사찰 운영 및 종단 변화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일선 사찰은 정기적이면서 비대면으로 대체 가능한 기도·교육기회의 확대, 비정기적 보시금의 정기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고 종단의 경우 분담금 의존도를 낮추고 신도교무금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안정적인 재원 확보 대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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