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천경침 법기암서
1944년 금강산 신계사 출가

조계종 원로 비구니 보주당 혜해 스님이 5월 29일 오후 9시30분 경주 천경림 흥륜사 법기암에서 원적에 들었다. 법랍 77년, 세수 100세.

보주당 혜해스님은 1921년 4월 27일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1남 3녀 중 삼녀로 태어났다. 1944년(24세) 금강산 신계사 법기암에서 대원 스님을 은사로 행자 생활을 시작, 6개월 후 사미니계를 수지하고 금강산 유점사에서 참선했다. 해방 이후 1946년 10월 수행의 길을 찾아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내려와 무불 스님을 계사로 오계를 수지하고,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니계를 받았다.

28세 무렵 첫 총림 해인사에서 효봉 스님의 각별한 지도 하에 용맹정진한데 이어, 봉암사 성철 스님, 청담 스님, 향곡 스님의 결사에서 법문을 듣고 발심정진했다. 6.25 전쟁 발발 이후 전란을 피해 묘관음사로 내려갔으며, 향곡 스님에게 화두를 새로 받고 오로지 선방에서만 수행했다.

1971년 이차돈 성사의 순교지인 천경림 흥륜사에 비구니 선원인 천경림 선원을 개원, 1980년부터 천경림 선원장 소임을 맡아 하루도 빠짐없이 죽비를 놓지 않고 정진 대중을 외호해 왔다.

흥륜사에서 정진하던 당시, 선정에 든 혜해 스님의 몸에서 불꽃이 방광(放光)하는 등으로 세간의 존경을 받기도 했다. 용맹정진에 매진한 지 23년째, 내원사 결제에서 효봉 스님이 내린 화두의 경계를 이뤘다고 알려져 있다.

2004년 4월 조계종과 북측 조선불교도연맹의 협력 하에 금강산 신계사 대웅전 복원을 위한 착공식을 진행한 후, 혜해 스님은 86세 고령에도 2007년 10월 13일 낙성법회까지 신계사에 주석하며 세계평화를 발원하기도 했다.

후학들은 스님을 일컬어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실천 수행하셨던 분이고 평생 연의미식(軟衣食), 호화로운 의식을 원치 않으셨던 분이며, 화장실 휴지통을 뒤져 쓸 만한 휴지까지도 재사용하실 정도로 일상생활 에서 근검, 절약, 하심, 인욕을 몸소 실천하심으로 상좌에게 모범을 보이 셨던 분이셨다”며 “가까이서 뵐수록 존경심이 나고, 환희심이 일어나며, 영원히 함께 하고 싶으신 분이셨던 고귀하신 스님이셨다”고 전했다.

“세상은 덧없고 무상하다. 한 번 모인 것은 흩어지기 마련이고, 이 몸은 내 소유가 아니며, 이 목숨은 오래가지 않는다. 집은 오래되면 허물어지지 만 땅은 변함없이 평온하단다. 나의 마음은 땅과 같이 평온하지만 내 몸은 헌집과 같구나.”

혜해 스님의 영결식은 6월 2일 봉행된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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