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정토 구현할 수행법 전하다?

빈비사라왕 비극 담은 관경변상도
〈불설관무량수경〉이 도상화 배경
왕비에게 설한 16 관법 내용 담겨
고려불화, 전생담·관법 분리조성
中 변상도 모두 장황하게 담아내

‘아미타극락정토도’를 살펴보면서 아미타여래의 극락은 중국의 전통적인 궁전건축에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에서 전래된 심판의 다리 친왓드(inwad), 천상의 소리를 내는 신령스러운 새(水鳥, Karshipta), 호인(胡人)들의 전통적인 호선무를 추는 기악보살, 연화에서 화생하는 동자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유토피아의 세계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죽어서만 이 아름다운 세계를 볼 수 있을까? 부처님의 세계에 대한 모든 답은 불교 경전에 있듯이 아미타부처와 관련된 정토삼부경 〈불설무량수경(佛說無量壽經, 252년, 강승개譯)〉 〈불설관무량수경(佛說觀無量壽經, 5세기 강량야사譯)〉 〈불설아미타경(佛說阿彌陀經, 5세기, 쿠마라지바譯)〉에서 그 방법을 찾을 수 있겠다. 

흔히 고려시대는 아미타불화의 황금기라고 한다. 아미타 관련 고려불화에는 아미타여래가 설법하는 모습을 그린 독존의 ‘아미타설법도’, 관음과 세지를 협시로 하는 ‘아미타삼존도’, 여덟 보살을 협시로 하는 ‘아미타팔대보살도’가 있다. 그리고 아미타여래가 극락에 다시 태어날 왕생자를 맞이하러 오는 장면을 묘사한 ‘아미타독존내영도’, ‘아미타삼존내영도’, ‘아미타팔대보살내영도’가 있다. 그런데 필자는 이들 설법도나 내영도 보다 전생의 악연이 부른 부자간의 비극과 이러한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 아미타여래의 세계에 이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그린 ‘관경변상도’에서 극락의 세계를 보는 방법을 찾았다.

‘관경변상도’는 〈불설관무량수경〉의 내용을 도상학적 배경으로 하는데, 인도 마가다국에서 전생의 악연으로 부왕을 살해한 아들과 아들의 악행 때문에 고뇌하는 왕비에게 석가모니께서 극락을 볼 수 있는 방법 설하는 경전의 앞부분을 그린 ‘관경서분변상도’와 극락에 왕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16가지의 장면을 그린 ‘관경십육관변상도’로 구성된다. 

먼저 ‘관경서분변상도’에 해당하는 내용은 기원전 5세기 인도 마가다국을 배경으로 한다. 빈비사라왕(頻毘娑羅)과 바이데히(韋提希)왕비가 늦도록 자식이 없음을 걱정하자 3년 후 선인의 화신이 아들로 태어날 것이라 예언자가 이야기하였으나, 3년을 기다릴 수 없었던 왕은 선인을 살해하였다. 

그러나 선인은 앞선 생에서 토끼로 환생하였을 때에도 왕에서 화살을 맞아 죽었던 전생을 가지고 있어, 눈을 감기 전 두 번의 죽임에 대한 원한을 품고 빈비사라왕의 아사세(Ajatasatru, 阿世) 태자로 태어난다. 태자가 태어나자 점술가들이 왕에게 미래에 태자가 복수할 것이니 미리 없애라는 말에 태자를 높은 탑꼭대기에서 떨어뜨렸지만, 손가락만 다치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이후 장성한 태자는 원한을 갚고자 부왕을 궁궐 깊은 곳에 유폐시키고 굶겨 죽이려 하였다. 왕비는 자신의 몸에 꿀을 바르고 영락 구슬에 포도주를 채워 왕을 찾아가 목숨을 연명하도록 하였다. 왕이 굶어 죽기만을 기다리던 태자는 이런 사실을 알고는 왕을 죽이고 왕비마저 죽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세상에 어머니를 죽인 일은 없다는 주위의 만류에 왕비를 성안의 깊고 어두운 방에서 유폐시켰다. 

바이데히 왕비는 자신의 절박한 신세를 한탄하며 부처님께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를 발원하였고, 이에 영취산에 머물던 석가모니께서 신통력으로 왕비의 호소에 몸을 나투시어 극락에 이르기 위해 닦아야 할 구체적인 수행 방법으로 특별한 것과 일반적인 것을 합쳐 16관법을 설하셨다는 이야기를 도해한 것이다.

그런 ‘관경십육관변상도’는 16관법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묘사한 것이다. 석가모니께서 바이데히 왕비를 위해 특별히 제시한 것이 정선관(定善觀) 13가지이고, 일반 범부들을 위해 정토에 왕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설한 것이 산선관(散善觀) 3가지이다. 화면은 일반적으로 중앙에 석가를 중심으로 십대 제자, 열여섯 성중, 육대 천왕 등 무수한 성중이 둘러싸고 있는 정토를 묘사하고, 그 아래 3단에는 상품·중품·하품에 각각 상생·중생·하생으로 나뉘는 9품을 하나씩의 전각으로 구성한 상배관(上輩觀)·중배관(中輩觀)·하배관(下輩觀)으로 묘사한다. 

그 상부에는 16관의 제1관인 해를 관찰하는 일상관(日想觀)을 두며 바라보는 오른편 위쪽부터 제2관 물을 관찰하는 수상관(水想觀), 제3관 땅을 생각하는 지상관(地想觀), 제4관 보배나무를 생각하는 보수관(寶樹觀), 제5관 극락의 보배 연못의 공덕수를 생각하는 보지관(寶池觀), 제6관 보배 누각을 생각하는 보루관(寶樓觀), 제7관 연화대를 관찰하는 화좌관(華座觀)을 둔다. 

왼편에는 제8관 부처의 형상을 생각하는 상상관(像想觀), 제9관 아미타불의 몸을 생각하는 진신관(眞身觀), 제10관 관음보살을 생각하는 관음관(觀音觀), 제11관 세지보살을 생각하는 세지관(勢至觀), 제12관 아미타불의 극락세계에 자신이 왕생하는 것을 생각하는 보관(普觀), 제13관 아미타불상과 두 보살을 섞어 생각하는 잡상관(雜想觀), 제14관 상품상생·상품중생·상품하생의 왕생모습 상배관(上輩觀), 제15관 중품상생·중품중생·중품하생의 왕생모습 중배관(中輩觀), 제16 하품상생·하품중생·하품하생의 왕생모습 하배관(下輩觀)이 표현되어 있다.

중국의 경우 〈불설관무량수경〉의 내용을 도해한 그림은 돈황(敦煌) 막고굴(莫高窟)의 7세기 초당(初唐)시기부터 찾아볼 수 있으며, 성당(盛唐)에서 만당(晩唐)에 이르기까지 대략 90여 점 이상의 벽화가 현존하고 있다. 화면은 서분과 십육관의 내용을 모두 묘사한 ‘관경변상도’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비단에 그려진 3점의 ‘관경서분변상도’가 알려져 있다. 화면의 구성은 중앙의 아미타여래를 중심으로 극락정토가 설법도의 형태로 묘사되며, 우측에 전생의 악연과 부자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도해한 서분이, 좌측에 십육관이, 화면의 하단에는 구품왕생이 그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존하는 사례를 볼 때 중국의 경우는 〈불설관무량수경〉의 내용을 모두 표현한 ‘관경변상도’가 유행하였던 반면에, 고려에서는 ‘관경서분변상도’와 ‘관경십육관변상도’가 한 화면에 모두 그려진 ‘관경변상도’보다는 각각의 내용을 분리해서 그린 도상이 유행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불화로서 다이온사(大恩寺, 1312)와 사이후쿠지(西福寺) 소장의 ‘관경서분변상도’ 2점, 지온인(知恩院, 1323년) 소장의 ‘관경십육관변상도’와 같은 작품 3점이 알려져 있다.

중국과 고려의 ‘관경변상도’를 비교해 볼 때 전체적인 도상의 구성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으나, 아사세 태자의 전생인 토끼가 빔비사라왕에게 죽임을 당하는 이야기는 중국의 ‘관경서분변상도’에만 등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사실 토끼의 전생과 관련된 이야기는 〈불설관무량수경〉의 내용에 없는 내용으로서 당대 이후 석가모니의 전생이야기인 본생담의 일부가 차용된 것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이처럼 ‘관경변상도’라는 한 주제의 작품에서 고려는 소의 경전인 〈불설관무량수경〉의 내용에 충실히 서분과 십육관을 나누어 다른 화면에 도해하는 방법을 추구한 반면에, 중국은 경전의 내용 이외에 당시에 유행하던 불교고사를 넣어서 하나의 화면에 장황하게 그려내었다는 민족적·문화적 차이점 혹은 특징을 찾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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