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보국은 평생 숙명이자 과업”
“문화보국은 평생 숙명이자 과업”
  • 글=김주일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승인 2020.05.2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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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에게 聽하다- 조태권  광주요 그룹 회장

1988년 선친에게 광주요 물려받아
​​​​​​​음식·그릇·술 등 삼위일체 히트상품
한식세계화 수많은 미래 가치 창출
10월경 〈문화보국〉 책 후속편 출간
조태권 회장은… △1948년 부산 출생 △1966년 일본 외국인학교 졸업 △1973년 미국 미주리주립대 공업경영학과 졸업 △1973~1974년 도쿄 마루이치상사 △1974~1982년 대우그룹 재직 △1988년~현재 광주요 그룹 회장
조태권 회장은… △1948년 부산 출생 △1966년 일본 외국인학교 졸업 △1973년 미국 미주리주립대 공업경영학과 졸업 △1973~1974년 도쿄 마루이치상사 △1974~1982년 대우그룹 재직 △1988년~현재 광주요 그룹 회장

2016년 11월 7일, 광주요그룹의 외식사업부 가온소사이어티가 운영하는 최고급 한식당 ‘가온’과 모던 한식 ‘비채나’가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렸다. 조태권 광주요그룹 회장(72)의 한식 세계화를 향한 28년간의 노력이 마침내 큰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특히 ‘가온’은 전세계서 28번째, 아시아에서는 4번째로 서울서 발간되는 레드가이드 2017년 서울편’에서 최고 등급인 별 세개(3stars)를 획득하기도 했다. 한국 음식은 한국 도자기에 담아야 빛을 발하고 술도 음식 문화의 한 부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삼위일체적 발상으로 출발한 사업이었다. 여기에 그릇과 음식, 술의 조화를 제대로 보여줄 최고의 식당을 선보이겠다는 신념 아래 고급 한식당도 열었다.

불자기업인인 조 회장은 아무도 한식 세계화에 관심 없던 30여년 전부터 세계로 수출할 고급 한식 문화를 고민해 왔다. 특히 2007년에는 미국 나파 밸리서 국내외 미식가들을 초청해 광주요 도자기와 가온의 요리, 화요의 전통주를 결합한 고급 한식을 선보였다. 이 만찬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한식 세계화라는 화두에 불씨를 댕겼다.

문화를 통해 우리나라를 지킨다는 ‘문화보국’의 강한 신념으로 반평생을 한식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조태권 회장. 봉축을 맞아 서울 송파구 광주요 그룹 본사 사무실서 5월 18일 만나 한식문화 세계화와 경영 철학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식의주’ 육성에 힘써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신다 들었는데 특별히 식을 먼저 강조하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음식 문화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습니다. 먹고 살기 바빠서 고급 음식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습니다. 음식을 통해 한국 전통의 정신 문화를 표현하고자  강한 의지를 내보였는데, 그동안 걸어온 것들이 저의 신념들을 증명해 줬다고 자부합니다.

음식에도 철학이 있죠. 먹는 것 자체는 물론 생존 본능입니다. 태초부터의 인류 역사를 보면 모든 인간들은 먹고 살기 위해 옮겨 다니고, 공동체를 이루고, 때로는 전쟁도 했습니다. 음식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기본을 이루죠. 인류와 뗄 수 없는 관계이기에 음식은 하나 하나가 모두 예술 작품입니다. 음식이란 자연 및 문화, 인간의 몸과 연관된 정신적 개념의 결합물로서 인간 정신에 영향을 주는 주체입니다. 그래서 음식도 하나의 문화이며, 이 문화를 남들이 보고 감탄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바로 이것이 세상을 끌고 가는 힘이 되죠. 식문화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29살에 당시 잘나가던 〈대우〉의 초대 그리스 지사장을 맡는 등 직장인으로서 승승장구하시다가 돌연 한국으로 돌아와 부친의 가업인 도자기 사업을 물려 받으신 큰 계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들려주시지요.

저는 사실 문화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사업을 해서 돈을 벌겠다는 목표가 강했죠. 대우서 근무하던 1975년 겨울, 해외서 바이어 한 분을 만났습니다. 그는 이른바 짝퉁 제작을 단순화한 개량품을 만들어 큰 돈을 번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저를 남아공으로 초대를 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인종과 문화적 차별을 처음 경험했죠. 그 곳에서 저는 문화 강국이 무엇인지, 문명국으로 대접받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에 대한 처우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죠. 그 일을 계기로 문화강국, 문명국으로 우리 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절감했습니다. 그동안 해외서 공부하고, 기업가로서 세계를 다니며 활동했어도 한국 밖에서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존재는 너무나 미약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집안의 가업인 도자 사업을 발판으로 한국을 알리자는 굳은 결심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장님 삶의 새로운 도전이 펼쳐지셨는데요, 광주요 대표를 맡고 사업 확장을 위해 하신 과정과 노력을 좀 소개해 주세요. 

광주요를 창업하신 아버님은 일본서 대접받는 도자기 문화를 한국서 다시 복원해야 된다는 의지가 강하셨죠. 본인의 이름을 내세우기 보다는 광주요라는 이름 하에 전통 계승을 하셨습니다. 당시에 아버님 밑에서 배운 분들이 지금도 도자기 명장으로 남아 계십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전통 도자기를 만드는 광주요는 수익면에서 항상 마이너스였죠. 그래서 어머님께서는 저에게 가업을 맡아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제가 막내 아들이지만 우리 집안 가업인 광주요를 맡을 사람은 사업 수완이 좋은 저 밖에 없다고 끈질기게 말씀하셨어요. 어머님께서는 언젠가 우리나라 도자기가 하나의 전통 문화로서 세계서 각광받을 것이니 힘들더라도 그때까지 명맥만 이어달라고 당부 하셨죠. 그래서 솔직히 어머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서 도자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광주요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했어요. 공장도 새로 짓고, 현대화 공정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그러자 도자기 만드는 이들이 반발했죠. 자본으로 도자기 만드는 명예를 산다고 비아냥 거렸습니다. 개의치 않고 꾸준히 투자를 계속했어요. 현재 광주요의 현대화된 생산 기반 시설 대부분이 그때 완성된 것입니다.

▲얼핏보면 한국의 전통 도자기와 전통음식, 그리고 전통주 각자 별개의 사업일 것 같은데, 합쳐놓고 보니까 먹고 마시고 보고 하는 절묘한 조합이 이루어집니다. 어떻게 이 세 분야를 조화롭게 사업에 런칭시킬 생각을 하셨는지요?

세계 무대서 사업하면서 문화란 어떤 것이고, 어떤 영향력을 지니는지 직접 체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도자기가 유명한 나라들은 대개 선진국들이었어요. 그 이유가 무얼까 고민해보니, 식문화가 발달하면 그것을 담는 도자기가 발달해야 되고, 또 그 문화를 즐기는 식당 문화도 함께 확장돼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레스토랑은 하나의 문화 확산 매개체가 되며, 각종 소비, 즉 내수 경제를 발전시키는 중심이 됩니다. 저는 한 나라 내수 경제의 성장 과정을 보면 식당서 먹는 문화가 커지면서 시작됐다고 생각했어요.

예로부터 세계 여러 나라 부유층들이 오는 식당에는 그나라 전통의 고급 가구 및 귀한 물건 등 그 나라를 대표하는 일종의 문화 스타일이 전시돼 있죠. 식당서 식사하며 이러한 문화를 즐기고, 자기 나라로 갖고 가게 되면 문화의 전파가 자연스레 이뤄집니다. 그러다 보니 식당 자체도 옮겨가기도 하고, 식당을 짓는 건축 기술까지 수출 됩니다. 그래서 식당 문화를 통해 이런 것들을 하나로 모으고자는 결심을 하게 된 겁니다. 계층을 뛰어 넘고 사회를 하나로 모으는 것 중 음식 만한 것이 없습니다. 한식 문화가 세계에 진출한다면 수많은 미래 산업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미쉐린 별 세 개 획득… 한식 세계화 28년 결실

▲미쉐린 식당 두 곳인 ‘가온’과 ‘비채나’의 경영 철학이 있으시다면 설명해 주세요. 하지만 가격이 고가여서 서민들이 이용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는 평도 있는데,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가온을 처음 만들 때는 주변에서 우려가 많았습니다. 최고급 한식당의 탄생에 모두가 저보고미쳤다고 했습니다. 제발로 불 속에 뛰어드는 것이라고들 했죠. 한식을 고가로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값비싼 음식을 누가 먹을 것이냐는 비판이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틀림없이 이길은 누군가 분명히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가치를 만든다는 것은 그렇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을 믿고 끝까지 가야 합니다. 그 결실이 바로 한국 최초로 2016년에 미쉐린 3스타를 따게 되면서 부터이죠.

세계가 알아주다보니 그제서야 와서 많은 분들이 먹기 시작합디다. 그게 인간의 속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중에서 ‘가온에서 먹었어’ 라는 말들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요식업이 어려운 상황이라 우리 가온에서도 이 기회에 우리 한식이 왜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하는지를 느껴보라는 호소문을 국민들에게 보냈고, 가격도 8월까지 30% 정도 낮췄습니다. 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닌 한식의 가치를 알려보자는 취지죠.

예약이 폭증하고 거의 매일 만석일 정도로 반응이 빠르게 나타났죠. 그만큼 사람들이 한식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방증입니다. 투자액만 보자면 가온에 200억원, 광주요에 300억원이 들어갔습니다. 돈을 번다는 것은 시간 개념과 관련이 있죠. 지금 내가 돈을 버느냐, 우리 후손들이 버느냐를 본다면 일종의 투자라고 봅니다. 문화에 대한 투자는 우리 후손들이 풍요로운 삶을 사는 바탕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온’은 회장님이 생각한 문화보국의 결정판인 셈이네요. 외국인들이 볼 때는 문화의 집결체로 보일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우리 가온에서 홍계탕을 출시했어요. 홍삼을 넣어서 삼계탕을 만든 거지요. 우리나라 사람은 비싸다고 아무도 안 먹는데, 외국인들은 엄청나게 좋아했어요. 특히 닭고기를 주로 먹는 아랍사람들이 좋아합디다. 어느 아랍 부호는 공항에서 전화해 13그릇을 주문해 갖고 갈 정도로 히트를 쳤죠. 우리는 주변서 흔하다는 이유로 가치를 절하합니다. 문화라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좋아하면 그대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흡수됩니다. 그 것이 바로 제가 강조하는 문화보국의 힘이죠.

▲한민족의 전통과 수준이 국가의 품격을 결정하는 지표가 된다고 2012년 펴낸 저서 〈문화보국〉에서 강조하셨는데요. 어떤 연유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설명 좀 해주세요. 또한 〈문화보국〉에 이어 후속편을 지금 집필중인 걸로 아는데요, 언제쯤 출간 예정이며, 이번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간략히 소개좀 부탁드립니다.

예전 〈문화보국〉에는 많은 것을 설명하고자 해서 조금 딱딱하게 느껴졌을 겁니다. 그래서 10월에 출간되는 후속편에서는 사람들에게 문화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음식이 왜 이렇게 됐는지를 자연스럽게 풀어 보고자 했어요. 책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전편인 〈문화보국〉은 세계의 모든 이들이 부국강병을 외치는데 우리 한민족, 5천만 명이 하나로 뭉친다면 무서울 것이 없다는 취지에서 집필했어요. 우리 모두가 문화로 하나의 힘을 모으면 세계서 우뚝 설 수 있음을 깨닫고 우리 함께 배려해 가자는 취지죠.

▲우리 전통술인 〈화요〉가 시장에 처음 선보였을 때 신선하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해외에서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화요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유일한 우리 술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요 XP와 같은 블랜딩 제품은 현재 없어서 못팔 정도죠. 왜 경쟁력이 있냐하면, 전통의 현대화를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화요는 해외에서 보면 일종의 위스키에요. 그런데 쌀로 위스키를 만들었다고 하니까 세계인들이 놀란 겁니다. 해외서 반응이 뜨겁죠. 어떤 것이든지 세계와 경쟁이 되는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해 매출이 230억원 가량 나왔는데, 올해는 28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을 정도로 매출도 매년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음주 5월 30일이 이번에 옮겨진 부처님오신날입니다. 불교와의 인연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어머님이 독실한 불교 신자셨습니다. 저는 어릴적부터 어머님 어깨 너머로 불교를 접했죠. 불교란 자신의 깨달음을 위해 꾸준히 수행하는 종교이죠. 그 과정에서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일체유심조’의 가르침대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시간 날때면 스님들도 자주 뵙고, 은평구 진관사도 자주 찾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장님의 앞으로 인생과 사업 계획을 각각 듣고 싶습니다. 

계획은 따로 없고 내가 겪으며 느낀 것, 터득한 모든 것을 틈틈이 책으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어떻게 후손들에게 알리고 갈 것인가를 고민중이죠. 사업은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근본만 튼튼하게 해놓으면 잘 돌아갑니다. 문화보국이란 깨달음을 주고, 그것을 이해한 사람들을 키워내고 싶고, 한국이 지닌 문화적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우리 것이 좋으면 우리 것을 만들고 알려나가야 하지요. 그리고 가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서 최고면 자연스럽게 세계로 수출이 되므로 우리가 만든 가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통도자기의 현대화를 이끈 ‘광주요 그룹’은 1963년 광호 조소수 선생이 조선왕실 진상 도자기를 굽던 관요의 전통을 잇고자 설립했다. 1988년 광호 조소수 선생 타계 이후 아들인 조태권 대표가 승계했으며 1990년 분청 목부용문 제품을 출시하고 1991년 국내 도자기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도자기, 음식, 술, 공간소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조화시켜 한식문화를 하나의 상품으로써 발전시켜왔다. 2000년 전통주 ‘화요’ 생산업체인 주식회사 화요를 설립했고, 우리나라 최초 미쉐린 3스타 한식레스토랑인 가온을 2003년 설립했다.  

세계 외식산업 시장규모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판단한 조태권 광주요 그룹 대표는 2007년 미국 나파밸리에서 와인메이커 및 오피니언 리더를 초청해 우리 도자기에 담긴 음식과 술을 대접했다. 2008년 대한민국 정부와 함께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한식만찬을 열고 한식문화를 전파했다. 현재 광주요 그룹은 2012년 한식레스토랑인 〈비채나〉의 문을 열고 외국인도 쉽게 한식을 즐기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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