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심 대응… 선무단 파견·광주 방문

월주 스님, 현장 조사 지시
의연금 모금… 광주에 전달
6월 3일에는 추모법회 봉행?

5.18 항쟁 당시 대치 중인 시민과 계엄군들의 모습. 사진=5.18 기념재단

5.18광주민주화운동에서 지역 스님과 재가불자의 활동은 두드러진다. 하지만 전체 불교계의 활동 상황은 기독교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불교계도 1980년 5월의 광주와 함께하려고 했던 노력들은 확인된다. 현재 확인된 당시 불교계 문서는 1980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배포된 유인물이다. 해당 유인물은 5월 16일 광주공원 내 시민회관서 열린 ‘불교사상대강연회’에서 배포된 것으로 배포단체는 한국민중불교연합회로 명시돼 있지만, 정확한 배포 주최는 ‘모임 아들’의 불자회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인물에는△민주화 운동 적극 참여 독려 △불교 정치적 이용 반대 △호국불교 허상을 깰 것 △표현 및 언론의 자유 △비상계엄 상황 즉각 해제 등의 요구가 담겼다.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종단 차원의 대응은 한국불교 장자 종단인 조계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는 1980년 당시 총무원장이었던 월주 스님의 회고록 <토끼풀 거북털>과 故정의행 법사가 발표한 ‘5.18민중항쟁과 불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월주 스님에 따르면 총무원장 취임 20여 일만에 광주 항쟁이 일어났고, 계엄의 재갈이 물린 언론은 불순세력의 폭동으로 몰아갔다. 하지만 월주 스님은 광주로 가기로 결심하고 5월 24일 선발대 격으로 ‘소요사태 진상조사 선무단’을 보냈다. 

성금과 선발대 파견은 신군부의 철권통치가 이뤄지고 있는 시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실제 정보를 파악한 종로경찰서장은 월주 스님을 찾아와 광주에 가지 말 것을 요구했으나 월주 스님은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시민과 군인 희생자 모두를 위로하기 위해 가겠다”며 광주 방문을 강행했다. 

5월 17일 광주시민회관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기념강연회에서 배포된 유인물. 5.18 관련 유일한 불교문서다. 사진=5.18민주화자료총서 캡쳐

월주 스님은 5월 30일 광주시민을 지원하기 위한 ‘광주시민돕기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사상자와 그 유족을 위로하고 광주시민을 돕는데 앞장서자”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또한, 전국 본말사와 신행단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의연금 모금을 진행하기도 했다.  

조계종의 광주 방문은 6월 3일 이뤄졌다. 월주 스님을 비롯한 6명의 방문 대표단은 서울에서 전남 장성으로 기차로 내려간 뒤 다시 차량으로 광주에 갔다. 종교계 중앙 교단 책임자로서는 첫 방문이었다.

불교계는 이날 오전 11시 관음사에서 ‘광주 사태 희생자 영가’라는 위패를 모시고 천도재 입재를 봉행했으며, 이후 정시채 전남도 부지사를 찾아가 “사태 수습과 위로금으로 사용하라”며 금일봉을 전달했다. 부상자들이 있는 전남대병원과 군 병원을 찾아 부상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후 월주 스님은 희생자들을 위한 49재에도 참석할 계획을 세웠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이후 5개월이 지나고 ‘10.27법난’이라는 1700년 한국불교 역사상 최악의 법난이 벌어진다. 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의 수장이 민중항쟁의 현장인 광주에 찾아가 천도법회를 열고 시민들을 도운 것이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에게는 눈엣가시로 여겨졌고, 10.27법난 발생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故정의행 법사는 “전두환 정권이 법난을 일으킨 것은 ‘사회정화’라는 이름 아래 자신들의 광주학살 범죄를 가리고 저항적 불교 세력을 말살하기 위해서 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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