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선지식의 영원한 행복

중도·화두선 알기 쉽게 설명
無자·이뭐꼬 등 참구법 소개
“우주 만물은 모두 중도로 존재
화두선 생활화하면 삶의 변화
간화선 세계서 주목 받을 것”

태백산 선지식의 영원한 행복/ 박희승 정리/ 어의운하 펴냄/ 1만 4천원

 

“불교는 이해로는 안 됩니다. 중도(中道)를 화두로 체험하고 실천해야 해요”

한국 간화선을 지키고 넓혀온 시대의 선지식 고우 스님의 일상법문집이 출간됐다. 〈태백산 선지식의 영원한 행복〉이다. 책은 중도를 이해하고, 화두선을 통해 중도를 체험해야 한다는 큰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큰 주제들로 책을 읽어본다.

첫 번째는 ‘중도연기’다. 고우 스님은 중도를 설명하기 위해 부처님의 삶을 살핀다. 부처님의 깨달음은 다름 아닌 중도라는 것이다. 싯다르타는 무엇을 고민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 왜 출가했고, 무엇을 깨달았는지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싯다르타 왕자가 출가하여 중도를 깨달아 생로병사의 괴로움에서 해탈하여 영원한 해복의 길을 열어 보인 것이 바로 불교입니다. 불교는 내 밖의 절대자에게 구원을 의지하는 다른 종교와 달리 인간이 스스로 중도를 깨치면 생로병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영원한 행복을 누린다는 것입니다.”

고우 스님은 부처님의 깨달음이 곧 중도이며, 중도의 내용이 연기이며, 이 중도와 연기를 깨치면 생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영원한 행복의 길로 갈 수 있다고 이른다. 그래서 스님은 책 곳곳에서 반복하여 중도가 무엇이며 연기가 왜 불교의 세계관이며 존재 원리인지 설명한다.

두 번째는 ‘나’에 대한 이야기다.

“나와 우주 만물은 모두 중도로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라는 존재도 독립된 실체가 있다고 보면 착각입니다. 독립된 실체로서 ‘나’는 단 한 순간도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내가 산소를 호흡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어요. 뿐만 아니라 음식과 물 없이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독립된 실체로서의 ‘나’란 존재할 수 없기에 ‘내가 있다’고 보는 것은 착각입니다.”

‘나’가 있다는 잘못된 습관이 개인의 삶에 투영될 때 갈등이 일어나고 대립하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등 인간의 모든 갈등의 근본 원인이 바로 이 ‘나’라는 독립된 존재가 ‘있다’는 착각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중도의 체득과 화두참선이다. 화두참선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화두참선, 즉 간화선은 바로 중도를 화두로 체득하고 깨치는 것입니다. 간화선도 중도를 깨치는 것이지 다른 게 아닙니다. 그래서 화두 참선을 잘하려면 바로 불교의 근본인 중도에 대하여 바른 안목을 갖추는 정견(正見)을 세워야 합니다. 〈중략〉 중도정견이 서게 되면 부처님이 깨달은 중도 세계의 가치를 알게 되어 자기와 세상 만물을 보는 지혜가 나옵니다.”

고우 스님은 부처님과 역대 선사들의 깨달음의 체험을 낱낱이 검토하며, 그들의 깨달음이 결국 중도연기임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매일 5분이라도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네 번째는 일상에서 화두참구하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화두를 참구할 것인가. ‘조주 무(無)자’ 화두 참구하는 법, ‘이 뭐꼬?’ 화두 드는 법 등 다양한 사례와 스님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초심자들이 참선할 때 익숙한 것은 분별망상이죠. 우리는 늘 망상, 잡념 속에 살아갑니다. 분별망상은 익숙하나 화두는 설지요. 그래서 화두 공부하는 사람은 익숙한 망상은 설게 하고 화두는 익숙하게 해야 합니다. 이 공부 방향은 알겠는데 실제 실천이 쉽지 않지요. 〈중략〉 그래서 중도를 공부해서 정견을 세우고 우리가 본래부처라는 것을 믿고 우리 마음이 본래 청정하며 지혜와 자비가 항시 빛나고 있을 뿐 분별망상은 착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다섯 번째는 화두참선의 효능이다.

“실제 조사들처럼 확철대오하지 못하더라도 화두 참선을 생활화하면 일상에서 지혜와 자비심이 나와 그만큼 행복합니다. 즉, 중도정견을 세우고 밖으로 부지런히 남을 도우며 안으로 부단히 화두를 챙겨나가는 화두참선이 생활화되면 그만큼 일상이 지혜로워지고 밝아져서 참선하는 만큼 자기와 세상에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견성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모 아니면 도’ 식으로 참선을 해서는 안 됩니다.”

고우 스님은 화두참선을 생활화하면 지혜와 자비심이 나와서 하는 일을 원만하게 풀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여섯 번째는 간화선과 위빠사나의 차이점이다.

“(간화선은) 본래 부처가 부처되는 것이니 단박에 깨치는 돈오이고 단박에 닦는 돈수이니 빠른 것입니다. 〈중략〉 단지, 중생의 입장에서 점차로 닦아 가느냐, 본래부처 입장에서 보느냐, 그런 차이입니다.”

고우 스님은 위빠사나가 다 같은 부처님의 중도연기법에 근거한 수행법이라고 말한다. 대상이나 방법은 다르지만 중도삼매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두 수행법으로 시비를 논하는 것을 잘못이라는 것이다.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일곱 번째로는 인류문명의 대안으로서의 중도와 선을 이야기한다. 중도연기가 우주의 존재원리이니, 당연히 우리 사회와 문명의 문제가 나와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차별과 멸시, 심지어 살상이 만연하는 이 지구촌에 우주 만물이 하나이고 모두가 부처 아님이 없으니 절대 평등하며 고유의 가치를지닌 고귀한 존재라는 가르침과 그것을 단박에 체험하고 실천하는 선은 매우 유용한 대안이자 무한한 지혜를 줍니다. 저는 앞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간화선이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문제는 간화선 수행자들이 중도정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언행일치하는 수행자의 모델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다행히 수좌회 스님들과 봉암사가 문경 봉암사 앞에 세계명상마을을 세우고 간화선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지도자도 양성하여 간화선을 대중화, 세계화하겠다고 나섰으니 아주 좋은 일이고 기대를 해봐야 하겠습니다.”

고우 스님은 김천 청암사 수도암으로 출가했다. 고봉, 관응, 혼해 대강백으로부터 경전을 배우고, 당대 선지식인 향곡 선사가 주석한 묘관음사에서 첫 안거 수행을 한 이래 평생 참선의 길을 걷고 있다. 1968년 도반들과 구산선문의 하나이자 결사 도량인 문경 봉암사에서 선원을 재건하여 조계종 종립선원의 기틀을 다졌다. 이미 입적하신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과 함께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를 지냈다. 근대 선지식인 향곡, 성철, 서옹, 서암 선사에게 두루 참문하였다. 지금은 봉화 문수산 금봉암에 주석하고 있다.

고우 스님의 법문을 정리한 박희승은 조계종단에서 20년 봉직했다. 고우 스님, 적명 스님을 모시고 간화선을 공부하여 영원한 행복의 길을 찾았다. 지금은 불교인재원에서 기업과 공무원 등 일반 시민들에게 생활참선 입문-심화-전문-지도사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수좌스님들과 함께 봉암사 세계명상마을 건립에 진력하고 있다.

한국 간화선을 지키고 넓혀온 이 시대의 선지식 고우 스님은 “중도를 화두로 체험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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