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4년 4월 초파일, 윤달 4월 초파일. 초유의 부처님오신날을 맞는다. 연등행렬 없는 부처님오신날이다. 마지 한 그릇, 꽃 한 다발 여법하게 올릴 수 없는 오늘, 다시 아기부처님을 뵌다. 무어라 고할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고 마주 앉아 이야기할 수 없는 이 시절을. 法으로 충만했던 부처님시절에서 모두가 아픈 시절로 와있는 오늘을. 이 설명 불가능의 시절인연을 무어라 고할까.

그 많은 가르침의 무색함을 어떻게 고할까. 일곱 걸음으로 이 세상에 오신 그 날을 무엇으로 장엄할 수 있을까. 민망하고 송구스런 오늘. 별이 어둠속에서 빛나듯 다시 어두워진 사바에서 佛法은 다시 빛난다. 다시 불법이다. 공업(共業)의 오늘을 부처님께 고하며 다시 불법에 다가갈 뿐이다. 오직 그 뿐이다. 다시 별들의 시간이 오고 거리엔 연등이 환하게 돋아난다. 비록 윤 4월의 초파일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부처님의 탄생계가 선명해지는 오늘이다. 제석천과 사천왕이 아기부처님을 외호하며 오늘의 어둠을 밝힌다.
〈서울 청계천 장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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