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아래, 13회 연꽃들의 노래 현장

뇌병변 장애를 가진 손가락 시인 정상석씨의 어머니 김종갑씨가 아들을 위한 편지글을 낭독했다.

"세상의 누구보다 꿈 많고 포부가 크던 내 아들, 5월의 푸른빛이 눈부시구나. 장애로 인해 하루하루 지쳐가는 너의 모습에 엄마는 가슴이 너무 아프지만 너의 인생은 푸른 5월 같기를 오늘도 기도한단다.” (사랑하는 아들 상석에게, 김종갑)

장애를 가진 아들에게 전하는 편지글에 어머니의 사랑이 담뿍 묻어났다. 김종갑 씨의 아들은 뇌병변장애를 갖고 있다. 거동이 쉽지 않은 몸을 바닥에 뉘인 채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눌러 아름다운 시를 만들어내는, 그래서 ‘손가락 시인’이라고도 불리는 정상석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어머니 김종갑씨는 담담한 목소리로 편지를 낭독했고, 관객석 곳곳에선 훌쩍이는 소리가 이어졌다.

5월 20일 서울 불교역사문화박물관에서 열린 ‘제13회 보리수아래 핀 연꽃들의 노래’는 감동과 눈물, 웃음과 박수가 한데 어울린 공감의 장으로 펼쳐졌다. 특히 정상석 시인의 어머니 김종갑씨가 낭독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한구절 한구절, 장애인과 장애가족을 둔 이들에게는 깊은 공감과 위로를, 다른 이들에겐 이해와 감동을 선사했다.

광림사 연화원 이사장 해성 스님(보리수아래 고문)의 수어 공연.

김종갑 씨의 낭독에 앞서 박심원 목사의 부처님오신날 축하시 ‘향기와 생명, 그리고 섬김’ 낭독도 진행됐다. 박 목사는 축시에서 부처님 오신 뜻을 기리며 종교적 논리를 넘어 그 뜻을 함께 나누고 실천하겠다는 마음을 전해 박수를 받았다.

광림사 연화원 이사장이자 보리수아래 고문 해성 스님은 ‘내가 있어 여러분이’ 곡을 수어로 선보였다. 스님은 “코로나로 힘들고 지친 마음을 다독이기 위한 자리가 마련돼 감사하다”며 “세상의 소리, 마음의 소리를 아름다운 글로 옮겨 세상을 맑히는 보리수아래 회원 여러분 모두가 멋진 포교사들”이라고 격려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보리수아래(회장 최명숙)는 불교와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장애인 불자들의 모임이다. 매년 부처님오신날 즈음 ‘보리수아래 핀 연꽃들의 노래’ 행사를 열어 1년간 장애불자들이 쓴 시를 노래와 음악, 낭독으로 선보였다. 올해 행사는 코로나19 사태 속 쉽지 않은 여건에서 열린만큼 ‘동행, 코로나19의 어려움을 넘으며’를 주제로 열렸다. 특히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자리배치 시 관객간 거리를 넓히는 등 방역기준을 준수하는 가운데 진행됐으며, 관객을 최소화한 대신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중에 공개됐다.

최명숙 보리수아래 회장은 여는 말에서 “코로나19 사태의 변화를 미처 예상치 못해 행사 전날까지 취소여부를 고민했지만 회원분들이 부처님오심을 찬탄하는 공연인만큼 조심하는 가운데 진행하자고 의견을 모아주셨다”며 “여건상 많은 분들을 현장에 모시진 못했지만 모두의 마음이 서로에게 닿을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고문 효현 스님(대광사 주지)도 “예로부터 우리는 고난에 강한 민족이었다”며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모두 이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보내며 모두 함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기도 발원한다”고 말했다.

최명숙 보리수아래 회장

이어 김영관 회원이 자신의 시 '코로나, 너의 자리는 없다'를 이계경 포교사의 도움으로 낭독했으며, 장애를 딛고 피아니스트이자 국안인으로 활동하는 최준 씨는 ‘사랑가’를 피아노병창으로 선보였다. 가수 이송미씨는 ‘힘을내’ 노래공연을, 국제하나예술협회 회원들은 ‘가사장삼 수하는 날을 그리며(홍현승)’ ‘심검당 살구꽃(최명숙)’ 등 장애불자들의 시를 시극으로 전했다. 이경남 보리수아래 회원의 시낭송과 송광사 서울분원 법련사 불일합창당의 합창도 이어져 감동을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앞서 보리수아래 감성시집 시리즈 1 ‘행복한 기다림’을 출간한 성인제 회원의 저자 사인회가 진행됐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관객을 최소화한 대신 유튜브,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중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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