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삼독육적(三毒六賊)

붓다께서 ‘3가섭(三迦葉)이 이끄는 천 명의 배화교도’를 개종시키고 설법한 〈연소경[燃燒經; 북전(北傳)대장경의 시현경(示現經)]〉이 핵심경전 세 가지 중 하나임을 앞에 언급하였다.

〈연소경〉에서 설하기를 “근·경·식·촉·수[根·境·識·觸·受; 6근·6경·6식의 18계(界) 및 접촉·접촉의 느낌]가 탐진치(貪瞋痴)의 삼독(三毒)으로 불타고 있고, 생노병사우비고뇌(生老病死憂悲苦惱)로 불타고 있다. 이것을 아는 사람은 근경식촉수(根境識觸受)를 싫어하고 멀리해 18계와 촉·수(觸·受)가 사라지고 해탈하여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내용이 고스란히 중국 선종에도 살아있다. 파상론에서는 이를 어떻게 묘사하였는지 살펴보자. 달마대사의 저서 모음으로 알려진 〈소실육문(少室六門)〉의 제2문 파상론(破相論)은 신수(神秀, ?~706)대사가 속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미 언급하였다.

파상론에서 “무명심(無明心) 곧 3독6적(三毒六賊)으로 인해 생사고해에 윤회하니, 3독을 멎어 3취정계(三聚淨戒)로 바꾸고, 6적(六賊)을 6바라밀(六波羅蜜)로 바꾸면 고통을 멈춘다”고 했다.

“(제자가) 여쭙기를, ‘스승께서 말씀하시기를 참부처의 성품과 모든 공덕이 깨달음을 근본으로 한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무명심의 뿌리는 무엇입니까?’

(달마대사) 말씀하시기를, ‘무명심에는 비록 수많은 번뇌와 악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는 모두 탐진치 3독심을 뿌리로 한다.’” [問。上說眞如佛性一切功德因覺爲根。未審 無明之心以何爲根。答。無明之心。雖有八萬四千煩惱情欲及恒河沙衆惡。皆因三毒。以爲根本。其三毒者。貪嗔癡是也。] 〈破相論 T2009_.48.0367a15-18〉

삼독심은 스스로 그 안에 모든 악을 능히 지니고 있으니, 마치 큰 나무에서 나무의 뿌리는 하나이나 그 가지와 잎이 무수히 많은 것과 같다. (아니) 저 삼독심의 각각의 뿌리에서 모든 악한 일이 생성됨은 오히려 나무뿌리에서 가지와 잎이 생기는 것보다도 훨씬 더 많아 나무의 비유로도 모자랄 지경이다. 큰 나무의 한 뿌리에서 나온 잎과 가지의 수보다, 삼독심 각각에서 나오는 악한 일의 종류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삼독심이 여섯 감각기관[6근]을 드나들며 여섯 알음알이[6식]를 내어 감각대상[6경]에 탐착해서 능히 모든 악행을 지어내니, 참나의 몸을 가리는 여섯 알음알이[六識]는 곧 여섯 도둑[六賊]이다.

“이와 같은 삼독심의 뿌리(본체)에서 여섯 가지 감각기관(눈,귀,코,혀,몸,생각)과 이에 따른 여섯 가지 알음알이(안식,이식,비식,설식,신식,의식) 곧 여섯 도둑이 나온다. 여섯 알음알이가 여섯 감각기관을 드나들며 모든 대상에 탐착하여 능히 악행을 지어 참나의 몸을 가리므로 여섯 도둑[6적(六賊)]이라 한다.” [如是三毒心。於本體中。應現六根。亦名六賊。六識也。由此六識出入諸根。貪著萬境。能成惡業。障眞如體。故名六賊。] 〈破相論 T2009_.48.0367a21-24〉

〈연소경〉에서 ‘삼독심으로 불타는 18계’가 〈파상론〉에서는 ‘삼독심에서 6적이 나온다’고 하였고, ‘6근 또는 6식이 6경에 탐착하는 것’을 ‘진여체(眞如體)를 장애하는 6적(六賊)’으로 묘사하였다.

모든 중생이 이러한 ‘3독 6적’으로 인해 몸과 마음을 어지럽히고, 생사의 바다에 빠져 6도윤회를 하며, 모든 고통을 받는다. 이는 마치 상류의 작은 샘물이 끊임없이 넘쳐흘러 양자강과 황하강을 이루어 만 리를 물결치며 흘러감과 같다.

만약 근원의 샘을 끊으면 모든 흐름이 멈추듯, 해탈을 원하면 3독심을 세 가지 깨끗한 계율[三聚淨戒]로 바꾸고, 여섯 도둑을 6바라밀로 바꾸면 자연히 모든 고통의 바다에서 멀리 떠나게 된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