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보살 주석하는 곳 ‘포탈라’
송쩬감뽀 라싸 천도 후 조성
현 궁전 13대 라마가 만들어
고산병 고생해도 대중들 환희
주인없는 궁전에 적막감 느껴

라싸의 포탈라궁 스케치. 달라이라마의 겨울궁전이다.

라싸의 새벽은 마니차를 돌리며 빠코르(八角街)를 순례하는 사람들과 오체투지를 하는 신심있는 티베트 불자들로 장엄하기만 하다. 그 중심에 포탈라궁이 주인을 잃은 채, 아침 햇살에 관음보살의 미소인양 희망으로 자리한다. 

노블링카궁은 라싸에 있는 달라이라마의 여름별궁과 그 정원이다. 노블은 ‘보물’, 링카는 ‘정원’이라는 뜻으로 ‘보물의 정원’으로 불린다. 1997년에 개봉되어 화제를 모은 영화 ‘티베트에서의 7년’의 실제 주인공인 하인리히 하러의 도움으로 1950년대 작은 영화관을 만들기도 하였었다. 이곳에서 매년 8월에는 티베트불교 최대의 축제인 ‘쇼뚠제(雪頓祭)’가 열린다고 한다. 주인 잃은 궁전의 어딘가에서 어린 달라이라마가 뛰어 놀다가 문득 나와 눈이 마주칠 듯 하다.

라싸 근교의 드레풍사(哲蜂寺)는 쎄라사(色拉寺)와 간덴사(甘丹寺)와 함께 티베트 불교 3대사찰로 쫑카파의 뜻을 받들어 1416년 잠양초제에 의해 창건되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하얀 쌀포대를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겔룩파 6대 사찰 중에 으뜸인 이 승원은 17세기에는 1만 명의 승려가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500여 명의 승려들이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5대 달라이라마가 포탈라궁을 짓고 그 곳으로 옮기기 전까지 2대부터 5대 달라이라마가 지내던 곳이다. 대전(大殿)에는 그들의 영탑이 모셔져 있다. 대전에는 183개의 나무기둥이 있으며 오색찬란한 탕카가 걸려있다. 이 안에서 9000여 명의 승려가 함께 불경을 읽고 예식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은 하나의 큰 사원촌으로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큰 승가대학이라고 할 것이다.

매년 8월에 열리는 쇠뚠제는 사원 왼편 언덕에 대형 탱화가 걸리면서 시작되고, 그 시기에는 전국의 순례객들로 인해 그야말로 인산인해의 장관을 이룬다. 쫑카파를 새긴 바위에 걸터앉아 좌선삼매에 들어 병풍같은 산과 사원, 그리고 저 멀리 알룽창포 강을 바라본다. 어쩌면 어느 전생에 한번은 이곳의 승려로 살지 않았는가 싶다. 바위를 뚫어 만든 작은 토굴에 자꾸 눈과 마음이 간다. 이곳에서 언젠가 꼭 한번 수행정진을 하고 싶다는 간절한 서원을 세워본다.

포탈라궁은 달라이라마의 겨울궁전으로 641년 송쩬감뽀 대왕이 라싸로 천도한 후에 건축되었다. 그 후 1642년 5대 달라이라마를 왕으로 하는 간덴왕국이 성립된다. 현재의 포탈라궁은 13대 달라이라마 때 이루어진 것이다. ‘포탈라’는 ‘관음보살이 산다’는 뜻의 범어 ‘보타낙가(普陀珞傲)’에서 유래한다. 티베트에서 달라이라마는 관세음보살의 화현으로 추앙받고 있다. 전체적으로 포탈라궁 전체가 마치 반야용선을 상징하고 구현한 듯한 모습이다.

포탈라궁을 올라가는 오르막길은 고산증세로 인해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행길이다. 그래도 스님들은 행복한 미소로 함께하며 환희와 찬탄을 금치 못한다. 지금, 이때가 아니라면 언제 다시 오겠는가 하는 간절한 마음들이다. 다만 주인 없는 포탈라궁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고 황량하기만 하다. 광장에 핏빛으로 휘날리는 오성홍기를 보니 더욱 심사가 처연하기 이를 데 없다. 

세라사원(色拉寺)은 라싸의 3대 사원 중에 가장 늦게 지어진 사원으로 1419년 쫑카파의 제자인 샤카 예쉬에 의해 창건되었다. 한때 5개의 교육기관에 7000명의 승려가 거주했으나 지금은 3개의 교육기관에 300여 명의 승려만이 남아있다. 티베트어로 ‘새’는 ‘장미’이고 ‘라’는 ‘신’이라는 뜻으로, 창건당시 이곳에 들장미들이 많이 피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티베트의 전통적 문답식 토론인 ‘변경(辨經)’으로 유명하며 오후에는 마당에서 행해지는 토론 광경을 볼 수가 있다, 또한 이곳의 마두명왕 보살이 아이들의 건강과 행운을 지켜준다고 믿어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참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원 담장 주위를 도는 코라 순례를 하면 더욱 흥미롭고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할 수가 있으며 간혹 천장(天葬)도 볼 수가 있다.

저녁 공양 후 포탈라궁의 야경을 보기 위해 나섰다. 광장에서 바라보는 포탈라궁의 신비하고 장엄한 아름다운 풍광에 압도되어 찬탄과 환희의 눈물바다를 이룬다. 그러나 지금은 주인을 잃고 침묵한 채, 눈물방울로 은하수를 이루는 듯 한 모습이다.

정녕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지, 정든 님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날 밤의 꿈에 수천 수만의 가루다를 닮은 독수리들이 날아와 포탈라궁을 번쩍 들어올린채, 반야용선이 되어 서방정토를 향해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정말이지 꼭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날 아침 버스에 올라 지도법사이신 혜총 스님의 집전으로 예불과 〈반야심경〉을 봉독하고는 축원과 함께 광명진언을 합송했다. 큰스님의 자비와 대중의 덕화로 이번 순례가 원만성취되길 빌어본다. 한참을 달려 높은 언덕을 넘어서니 티베트의 4대 성호(聖湖) 가운데 하나인 암드록초 호수가 나타난다. 전설에 의하면 여신이 변해서 이 아름답고 푸른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암드록초 호수가 보이는 전망대에는 오색의 타르초가 바람에 휘날린다. 이곳에서 지난해 꽃다운 나이에 진도 앞바다에서 스러져간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해 전국의 불자들이 청계천에 단 노란 리본을 가져와 매달았다. 그리고 정성을 다해 추모제를 올려 드렸다. 부디 이고득락하여 저 오색의 타르초나 룽다처럼, 천개의 바람이 되어 하늘로 날아 올라가 행복하기를 빌었다.

그들을 추모하는 어린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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