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보원사, 5월 11일
미소기도법회 시범운영
차량서 라디오로 동참
6개월 무선국 개설 허가

‘백제의 미소’ 마애부처님을 모신 서산 보원사 법당 앞마당에 수많은 자동차들이 마치 참배하듯 법당을 향해 줄지어 주차됐다. 스님들은 법당 안이 아닌 외부에 법석을 펼쳐 마이크로 독경을 하고, 사람들은 모두 자동차 내부에 앉아 법당을 향해 합장했다. 손엔 저마다 법요집과 염주를 가진 채다. 코로나19 사태가 빚은 이색풍경 ‘자동차 법회’ 현장이다.

서산 보원사(운영위원장 정경, 주지 단경)가 5월11일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한 ‘미소기도 자동차 법회’를 처음으로 봉행했다. 신도들이 법당이 아닌 법당 밖 주차된 자동차에 앉아 라디오 주파수를 통해 예불하고 법문을 듣는 방식이다. 불교 역사상 첫 ‘자동차 법회’다.

자동차 법회 봉행을 위해 보원사는 사전에 대전전파관리소로부터 ‘무선국 개설 허가’를 받았다. 코로나 19사태 극복방안의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종교계를 위한 특별배려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를 신청 받은데 따른 것이다.

주파수를 활용한 자동차 법회는 사찰 내 공간에 신도들이 자동차를 주차하고, 각기 배정받은 라디오 주파수를 통해 법당에서 진행되는 법회를 실시간으로 보고 들으며 동참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다. 특히 비대면 형식이라 감염예방에 효과적이면서도, 같은 공간에서 직접 동참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날 보원사 미소기도법회는 시범운영임에도 예상 밖의 많은 인원이 참가하는 등 시작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보원사 신도인 노모를 모시고 법회에 참석한 한 가족은 “사찰에 가고 싶다고 해도 감염 우려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말렸는데 이렇게 자동차에서 기도할 수 있으니 새롭고 좋다”며 “오랜만에 사찰 법회에 참석한 어머님의 기쁜 표정을 보니 계속 참석할 생각”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보원사운영위원장 정경 스님은 “코로나19로 사찰이 3개월간 산문을 닫았고 좀 나아졌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고민 끝에 주파수를 신청하고 FM송출기를 구입해 자동차 법회를 준비하게 됐다”며 “첫 시도이고 전반적으로 낯설 수밖에 없는 법석이었지만, 현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으로 생각돼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보원사는 부처님오신날인 5월 30일까지 매주 토요일 자동차 법회를 진행할 방침이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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