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미얀마의 부처님오신날

5월 6일 방생·관불의식
보리수나무에 물 뿌리며
공덕 쌓고 마음을 다스려
보름날 불교축제만 5개

더띤줏보름날 진행된 빛의 축제.

올해 한국의 ‘부처님오신날’은 4월 30일이다. 국가에서 부처님의 탄생을 기념하여 쉬는 법정 공휴일로도 지정되어 있다. 어릴 적에는 부처님오신날은 부모님 손을 잡고 절에 맛있는 비빔밥을 먹고 부처님께 삼배하러 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일년에 한 번 있는 부처님오신날 때 먹었던 비빔밥은 다른 때보다 더 맛있었다. 20대가 되어 불교학과에 입학하고 난 후 나에게 부처님오신날은 하나의 행사이자 축제가 되었다. 불교학과 학생들 중 몇 명만 뽑아 연희단을 꾸린다. 연희단에 뽑히면 연등회 행렬을 시작하기 전 신나는 노래에 맞춰 연희단 율동을 한다. 스무살 때 했던 연희단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다. 그리고 매년 선후배들과 함께 연등을 만들었던 일 또한 잊을 수 없는 대학생 시절의 추억이 되었다.

미얀마로 유학을 가고 나서 제일 궁금했던 것이 ‘미얀마의 부처님오신날은 어떨까?’였다. 미얀마 사람들의 불심은 영국 식민지 지배하에서도 변함이 없을 정도로 강했다. 영국 사람들은 미얀마 식민지 지배를 하던 시절에 “미얀마 사람이 된다는 것은 곧 불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또한 강한 불교 문화의 영향을 받았던 미얀마 사람들은 예전에 ‘주말’의 개념은 서양문화의 영향이라 따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유학을 하면서 곁에서 지켜본 미얀마 사람들은 스님들의 법문에서 삶의 지혜를 찾고 공양을 통해 보시하며 부처님께서 설한 오계를 지키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미얀마의 부처님오신날은 ‘까손(Kason)보름 축제’ 이다. 미얀마에서도 다른 불교국가와 같이 ‘보름’이 아주 중요한 날이다. ‘까손 보름 축제’를 제외하고 불교와 관련된 보름 축제가 4개나 더 있고 모두 국가가 지정한 공휴일이다. 미얀마 사람들이 보름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불교 문화에서 영향을 받았다. 부처님께서 태어나시고(탄생재일) 깨달으시고(성도재일) 열반하신 날(열반재일)이 모두 보름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름날에 수행을 하면 다른 날에 비해 더 특별하다고 믿는다.

이번 해에 까손 보름 축제는 5월 6일이다. 까손은 꾸손(Kusone)에서 왔다. 꾸(Ku)는 ‘물’이라는 의미이고 손(Sone)은 ‘붓다, 뿌리다’ 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까손이 물을 붓는 날, 뿌리는 날이 되었다. 까손날은 부처님의 탄생·성도·열반하신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미얀마에서는 까손날에 태어난 아기는 평생을 살아가면서 공덕이 가득한 인생을 산다고 믿는다. 이 날에는 미얀마 사람들은 절에 가서 스님들의 법문을 듣고 경전을 독송하며 명상을 하고 스님들께 공양을 보시한다.

까손보름축제의 관불의식.

신심 가득한 ‘까손 보름축제’
또한 자신의 선업을 쌓기 위해 새와 물고기를 방생하며 불상에 관불의식을 한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얀마에서는 나무에도 물을 붓는 행사를 한다. 불교를 대표하는 나무를 꼽자면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보리수 나무이다. 까손날이 되면 미얀마 사람들은 보리수 나무가 있는 사원으로 가서 보리수 나무 뿌리에 물을 붓는 행사를 한다. 양곤에서는 쉐다곤 파고다와 슐레 파고다로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보리수 나무에 물을 붓는 행사를 진행한다.

까손날에 보리수 나무에 물을 붓는 문화는 미얀마 바간 왕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간 왕조시대의 왕들은 불심이 매우 깊어 전륜성왕이 되기를 원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보리수 나무를 부처님과 같이 생각해서 까손날이 되면 보리수 나무 뿌리에 물을 붓기 시작했고 이 전통이 천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미얀마 부처님오신날의 중요한 의식이 되었다. 미얀마 사람들은 관불의식과 보리수 나무에 물을 뿌리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물로 깨끗이 닦으며 공덕을 쌓는 일로 생각한다.

까손날과 같이 미얀마에는 또 다른 불교와 관련된 보름 공휴일이 있다. 더바웅(Tabaung)보름날·와소(Waso)보름날·더띤줏(Thadingyut)보름날·더쟈웅몬(Tazaungmone)보름날이 있다. 더바웅 보름날은 미얀마의 대표적인 불교성지인 ‘쉐다곤 파고다’와 관련이 있다. 마자뿌자(magja puja)라고 불리는 더바웅 보름날은 우깔라빠(Ukkalapa)라는 왕이 쉐다곤 파고다의 건축을 마친 후 그 안에 부처님 머리카락을 안치한 날이 더바웅 보름날이었다. 이 날은 각기 다른 28개의 불상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고 빳타나(Patthana) 논서를 스님들이 24시간 읽는다. 그리고 스님들께 밥을 비롯한 반찬들을 준비해서 공양을 올린다. 미얀마 사람들은 더바웅 보름날이 되면 어김없이 쉐다곤 파고다를 찾아 부처님에 대한 예를 갖춘다.

‘와소 보름날’엔 하안거 입재
7월에는 와소 보름날이 있다. 이 날은 미얀마 스님들이 하안거를 시작하는 날이다. 이 날은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사성제에 대한 설법을 한 날이기도 하다. 와소가 시작되면 미얀마 스님들은 더띤줏 보름날이 되기 전까지 약 3개월동안 절에서 나갈 수가 없다. 절에서 경전공부 및 수행을 정진해야 한다. 와소가 시작 되는 날 우바이·우바새들은 절에 가서 스님들에게 가사와 음식을 기부하는 행사를 한다. 또한 어린 남자아이들은 와소를 기점으로 신쀼 의식을 행하여 스님들과 함께 절에서 수행을 하며 자신들의 선업을 쌓는다. 

와소 보름날의 시작한 하안거는 10월 더띤줏 보름날이 되야 끝난다. 이 날은 하안거 해제 날이면서 미얀마의 추석과도 같은 날이다. 더띤줏 보름날에는 가족·친척 뿐만 아니라 자신의 스승과 존경하는 어른들에게 선물을 사서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는 날이다. 어른들은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덕담을 해주며 부처님의 가피와 복덕이 가득하길 발원해준다. 그리고 이 보름날에는 자신의 집과 사무실 그리고 파고다·회사·관공서를 비롯한 대로변마다 촛불과 작은 등을 켜서 밝혀 놓는다. 하안거 해제 날이기도 한 이 날에 부처님께서 오시는 길이 어둡지 않게 하기 위해서 빛을 밝힌다. 그래서 더띤줏 보름날을 빛의 축제라고도 부른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와소축제서 공양을 올리고 있다.

미얀마의 우기가 끝나는 11월에 더쟈웅몬 보름날이 있다. 더띤줏보름날과 비슷하게 빛의 축제를 하는 날이다. 미얀마 사람들은 9라는 숫자를 행운의 숫자로 여긴다. 양곤에 있는 차욱타지(Chaukhtatgyi) 파고다에 9,999개의 촛불을 더쟈웅몬 보름날에 킨다. 이 날 9,999개의 초를 키는 이유는 ‘수라마닉’탑과 관련이 있다. 미얀마 사람들은 신들이 부처님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수라마닉’탑이 천국에 있다고 믿는데, 이 탑을 존경하고 모신다는 의미를 표시하기 위해 킨다.

또한 매잘리푸라는 야채와 땅콩·식용유·소금·간장·고추를 넣고 매잘리푸 무침을 더쟈웅몬 보름날에 먹는다. 이 매잘리푸 무침을 먹으면 98가지의 병을 예방할 수 있는 약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스님들의 가사를 직접 만드는 대회도 개최한다. 우바이들이 참가를 하는데, 누가 더 빨리 스님들에게 보시할 가사를 만드는지 시합을 한다. 우바새들은 우바이들이 가사를 만들 때 미얀마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응원한다. 직접 만든 가사 이외에도 가사를 기부하는 행사를 하는데 이 행사를 카테인(Khatain) 행사라고 한다. 그리고 풍등을 날리며 나쁜 기운이 모두 소멸되고 자신이 바라는 소원이 이루어지길 비는 날이다.

황금의 나라, 불교의 나라 답게 미얀마에는 불교문화의 영향을 받아 보름과 관련된 공휴일이 5가지나 된다. 미얀마의 부처님오신날인 까손날은 약 1000년전 바간 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보리수 나무에 물을 붓는 행사가 현재에도 행해지고 있다. 까손날을 비롯하여 약2~3달 간격으로 미얀마 사람들은 보름날 공휴일이 지정된 날을 통해 부처님에 대한 공경심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스님들께 가사와 공양물을 보시하며 초와 등불을 통해 자신들의 마음의 무명을 밝힌다.
우리나라에 딱 한번 있는 부처님오신날 공휴일을 매년 손 꼽아 기다리던 나에게, 미얀마에서 유학하는 동안 불교와 관련된 보름 공휴일들은 나에게 큰 기쁨이자 행복이다. 4월 30일은 한국의 부처님오신날, 5월 6일은 미얀마의 부처님오신날을 통해 코로나19가 얼른 우리 곁에서 소멸되고 사라지길 다른 날보다 더 열심히 기도 할 것이다. <양곤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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