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읽는 선이야기] 10. 간화선의 근원을 찾아- 송고문학과 국가불교  
[인물로 읽는 선이야기] 10. 간화선의 근원을 찾아- 송고문학과 국가불교  
  • 정운 스님/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 승인 2020.05.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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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언행·문답 ‘문학’이 되다

선사 어록, 게송으로 발달
문학·선 연결된 ‘송고문학’
간화선 발전에도 영향 줘

수행적으로 활발발했던 禪
제도적으로는 ‘국가불교화’
중국 선종 사찰의 경우 객당에 세워져 있다. 중국 한 선종 사찰의 객당 달마조사 진영에도 일반 청규와 해당 사찰의 당규(堂規)가 세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선종 사찰의 경우 객당에 세워져 있다. 중국 한 선종 사찰의 객당 달마조사 진영에도 일반 청규와 해당 사찰의 당규(堂規)가 세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나라 때는 수많은 선자(禪者)들이 등장했고, 활발하게 수행했다. 이러던 선이 송나라로 들어서면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두 가지인데, 송고문학의 발달과 선종 사찰이 국가불교화 되었다는 점이다. 먼저 송고문학에 등장한 용어부터 살펴보자.  

‘고칙(古則)’이란 옛 조사의 선문답이 보편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므로, 고인의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공안(公案)’이란 단어는 ‘재판에서 판례에 견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송고(頌古)’는 당대 선승들의 언행과 선문답의 취지(趣旨)나 어기(語氣)에 대하여 게송이나 송으로 간결하게 독자적인 해석을 하여 선종의 의미를 표방해 널리 알리는 것이다. 송고는 선문학의 내면성을 깊이 표현한 것으로 훌륭한 문학이 선에 연결되고, 선수행이 훌륭한 문학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작품으로 보여주었다.   

염고(拈古)는 고칙 공안을 염롱(拈弄)한 것으로, 간명 직절하게 비평한 것이다. 대어(代語)는 옛 사람의 문답 대신에 제2인칭에 자기의 해답을 부여하는 것이며, 별어(別語)는 또 다른 대답을 붙이는 것이다.  

(1) 송고문학의 발달  
먼저 문자선의 발달을 보자. 당대에 선자들의 활발발한 실참이었던 반면 송나라 선자들은 고칙 공안에 대해 해석하고, 감상하고 즐기며, 전승하는 일에 안주했다. 당대의 시퍼렇게 살아 숨 쉬던 선이 퇴보하는 측면이라고 보면 정확할 듯하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열반하고, 백 여년이 지나 부파불교(아비달마)가 발달했는데, 불법이 정교하고 정립되는 것이었지 실천적인 면이 발달한 것은 아니었다. 이처럼 송대의 송고문학은 당대의 선을 학문적으로 정립한 것이라고 보면 맞을 듯하다.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선이 예술과 더불어 다양하게 발달하고, 사대부들에게도 널리 보편화되었다. 또한 송고문학의 발달은 곧 간화선으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면 송고문학의 발달사를 보자.      
  
도원의 〈경덕전등록〉
법안종의 승천도원 선사가 1004년에 〈경덕전등록〉 30권을 완성시켰다. 〈경덕전등록〉에는 과거 7불로부터 서천(西天) 28대, 동토 6조를 거쳐 법안 문익(885∼958)에 이르기까지 1701명 선사(원래는 951명만 전함)들의 기연과 문답이 언급되어 있다. 즉 선시와 오도송·선문의 규칙·법계(法系) 등이 다양하게 실려 있어 논 전개에 중요한 자료이다. 한편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고려 진각국사 혜심이 〈선문염송〉을 찬술할 때 저본이 되었다. 이후 승려 과거 시험 및 선종선禪宗選의 시험과목으로도 채택되었다. 
 
분양 선소의 〈송고 100칙〉
〈경덕전등록〉 이후 바로 이어서 분양 선소(947∼1024)의 〈선현일백칙(先賢一百則)〉이 등장하였다. 선소는 도원의 〈경덕전등록〉에서 100칙의 기연을 뽑아내어 여기에 송과 염을 가한 〈선현일백칙(先賢一百則)〉과 〈대별일백칙(代別一百則)〉 및 스스로 지은 공안 100칙을 모아 〈송고대별삼백책(頌古代別三百則)〉을 편찬하였다. 이것이 〈송고 100칙〉의 효시가 되었다. 

설두 중현의 〈송고 100칙〉
이어서 설두 중현(980∼1052)이 〈송고 100칙〉을 완성시켰다. 중현의 〈송고 100칙〉은 선종의 대표적인 깨달음의 기연(機緣) 100가지를 집대성하여 공안을 제시하는 본칙(本則)과 공안의 대의를 게송으로 정리한 중현의 송(頌)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현의 〈송고 100칙〉은 앞의 선소에 비해 매우 뛰어난 문장으로 시적인 아름다움까지 추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중현의 〈송고 100칙〉은 도원의 〈경덕전등록〉에서 한층 발전되었으며, 송대 문자선의 개막을 알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현의 송고는 시 문학적인 가치로도 훌륭해 〈벽암록〉이 나오기 전까지 사대부들에게 애독되었다. 

한편 조동종계에서도 투자 의청(1032~1083)과 단하 자순(1064~1117)의 〈송고 100칙〉이 나왔다.  
 
원오 극근의 〈벽암록〉
이렇게 점차 독자적인 해석을 붙이자, 수행자들을 지도하는 이른바 평창(評唱, 해석)이라는 강의 형태가 생겼다. 원오 극근은 설두 중현의 〈송고 100칙〉을 높이 평가하고 이를 텍스트로 하여 강의하였다. 그런 뒤에 수시(垂示, 서언)·착어(著語, 짧은 비평)·평창(評唱, 講評과 같은 성격의 해석)을 첨부하여 〈벽암록〉을 저술하였다.

〈벽암록〉은 ‘종문(宗門)의 제일서(第一書)’라고 칭할 만큼 선종의 대의를 표방하고 있는 대표적인 공안집이다. 이와 같이 이전 ‘송고문학’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 대혜 종고의 간화선이다.  

〈벽암록〉에 영향을 받아 조동종에서도 〈종용록〉 〈공곡집〉 〈허당집〉 등 비슷한 형태의 공안집이 출현하였다. 이 가운데 〈종용록〉은 굉지 정각의 송고에 만송 행수(1166~1246)가 평창한 것이다. 

(2) 선종 사찰의 국가불교화 
선종 사찰이 5산 10찰제로 국가불교화된 점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대로 당나라 때, 자유롭고 활발발하게 빛나던 선사상과 선이 국가주의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 5산 10찰제란 사찰에 등급을 매기고 산의 이름이나 사찰의 호를 더하여 국가 기도도량으로 하는 것이다. 물론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나라 말기부터 나라가 분산되기 시작하면서 황족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의 힘을 잃었고, 송대로 들어서 주변 여러 이민족의 압박과 침입을 끊임없이 받고 있던 터라 중국 한족의 긍지가 상실되었다. 자연스럽게 당나라 때와는 다른 국수주의적인 형태를 띠면서 사찰의 힘을 이용해 국가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서였다. 

물론 남북조시대나 당대에도 황족의 복을 빌어주는 사찰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선사로서 대통 신수(606∼706)는 측천무후·중종·예종 등 3대 황제의 예경을 받고, 당시 서안과 낙양의 불사를 총괄하기도 했다. 또한 혜능을 위대한 인물로 만든 하택 신회(670∼762)는 향수전(香水錢, 승려에게 도첩을 판매)을 팔아 황제에게 군자금을 대어 주었다.   

5산 10찰은 송대의 수도가 개봉(開封)과 남경(南京)이었음을 감안할 때, 남송의 선은 남방 강동(절강성·안휘성·복건성)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주지가 개당설법에서 황제의 성수(聖壽)를 기원하는 도량이 되었고, 왕과 왕실 사람들의 복을 빌어주었다.  

5산 10찰에 역임한 주지들의 어록에는 반드시 축성화(祝聖華)가 있는 다음에 그의 법문이 있다. 이는 선종 어록의 형식이 되었다. 이 점은 점차 관례화되어 연중행사로 정착되어 갔다.

원대에 이르러 선원의 생활규율과 국가주의적인 색깔이 짙은 〈칙수백장청규〉에는 공식적으로 성문화될 정도였다. 그런데 이 무렵, 교종에서도 〈교원청규〉가 만들어졌고, 율종에서도 〈율원청규〉가 등장하였다. 교종과 율종도 국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대혜 종고의 간화선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국가불교화된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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