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자본에서 바로 옮긴 〈반야심경〉
범자본에서 바로 옮긴 〈반야심경〉
  • 박재완 기자
  • 승인 2020.05.11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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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담자 범본 모본으로 번역 해설
현장 한역본과는 다른 번역 보여
범자본 번역 〈반야심경〉은 최초

 

실담범자반야심경/ 도봉법헌 편저/ 학자원 펴냄/ 2만5천원
실담범자반야심경/ 도봉법헌 편저/ 학자원 펴냄/ 2만5천원

 

“완전한 지혜를 완성한 마음의 핵심경전, 일체 지자에게 귀의합니다. 성관자재보살이 심오한 완전한 완성된 지혜로서 실천할 때 다섯 가지 쌓임 등에는 자성이 다 공함을 간파하였다. 샤리쁘뜨라여! 실로 여기에는 물질은 공의 상태이며, 공의 상태는 물질인 것이다. …”

범자본을 번역한 〈반야심경〉이 출간됐다. 도봉법헌 스님의 〈실담범자반야심경〉이다. 우리가 읽어왔던 〈반야심경〉의 모본은 범자본을 번역한 한역본이다. 불교경전의 범자본들은 중국에서 번역된 뒤 정책적으로 분서됐기 때문에 우리에게 전해진 많은 경전들은 번역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변형 내지는 왜곡에 대한 의심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반야심경〉의 경우 범자본이 남아있어 ‘번역의 번역’에서 오는 의심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출간된 도봉법헌 스님의 〈실담범자반야심경〉은 실담자(悉曇字)의 범어본을 옮긴 것이다.

범어실담자(梵語悉曇字)란 인도의 굽타문자 계열에 속하는 문자로서 기원전 2세기경에 아쇼카 부라흐미문자가 기원이 되어 오늘날 인도의 여러 문자들이 만들어지는 근원이 됐다. 범어란 범천이 내려주는 말이라 하고, 실담자는 인도의 불교경전들이 중국에 전래되면서 정착된 문자로 ‘완성되다’ 혹은 ‘성취되다’의 의미를 갖는다.

실담범자 〈반야심경〉은 일본 법륭사에 보관된 패엽본(609년)을 원본으로 하여 8세기 후반부터 6종의 사서(寫書)본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책은 그 중에서 고타마 기류와 시즈카 젠의 〈반야심경〉을 참조했다.

〈반야심경〉의 실담범자 소본의 원명은 ‘쁘라즈냐 빠라미따 흐리다야 수뜨라’이다. 이번 번역을 통해 실담범자의 원본과 현장법사가 번역한 〈반야심경〉에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주로 중복된 부분과 부정사를 해석하지 않은 것, 어떤 문장에서는 뜻이 전혀 다르게 해석된 부분도 있음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번 번역에서 발견된 차이점들을 별도로 선별해 독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자세히 발췌했다.

대승불교의 반야사상 핵심을 담은 〈반야심경〉은 반야 600부 가운데 최상의 심심미묘한 경전이다. 글자 수는 비록 260여 자에 불과하지만 부처님 가르침의 진수이다. 지혜의 힘으로 중생계를 벗어나 불경계로 들어가는 ‘지혜의 핵심 가르침’이다. 그 핵심은 제법공상(諸法空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세상의 모든 법은 고유하고 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것이며, 그러므로 반야사상은 공, 무자성, 연기를 설하는 대표적인 대승의 반야경전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지는데, 1부에서는 반야심경을 설하여 일체의 공에도 머물지 말아야 하는 필경공(畢竟空)을 설하고, 진공묘유(眞空妙有)를 알 수 있도록 설해져 있으며, 반야의 지혜와 실천도 얻을 것이 없다고 하면서 1부를 마친다. 2부에서는 부처님 가르침의 신비로움과 비밀스러운 음성과 음가로 전해진 진언(眞言, mantra)을 음가로 독송 및 암송함으로써 수행자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으로, 밀교경전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이 경전에서 갈파한 ‘반야바라밀다’나 ‘공(空)’은 각자의 참된 마음이다. 걸림 없는 마음, 공포가 없는 마음, 교만하지 않는 마음, 영원히 맑고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은 마음이며 부정을 겪어 그것을 넘어선 긍정의 마음이다. 여기서 해탈이 유래됨을 가르치고 있다.

그 동안 국내에서 출판된 〈반야심경〉을 보면 실담자를 한역하여 우리말로 해석한 책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산스크리트어로 번역된 해석서도 종종 볼 수 있었고, 막스 뮐러가 일본 법륭사 범본의 사본과 중국 범자사본을 비교하고 대본 및 소본의 교정본을 영역하여 출간한 서적은 있었다. 하지만 범어실담자의 원문을 우리말로 해석한 〈반야심경〉은 없었다.

판본(版本)으로는 고려대장경의 반야부에 있는 것이 대표적이며, 번역된 것으로는 1463년(세조 9)에 한계희(韓繼禧) 등이 왕명에 의해 번역하여 간경도감(刊經都監)에서 간행한 〈반야바라밀다심경언해(般若波羅蜜多心經諺解)〉 1권 1책이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이 경전의 산스크리트어 원본은 대본과 소본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일본에 남아 있다.

평생 실담범자의 원류를 연구해온 저자 도봉법헌 스님은 순천 선암사에서 득도했으며 연세대학교 산업대학원 수료, 동국대학교 박물관대학원 수료, 태고종 중앙강원을 수료했다. 2010년에는 실담범자 진언, 다라니 연구회를 설립했으며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실담범자 서화 전시회를 열었다. 실담범자 신묘장구 대다라니 사경집과 실담범자 광면진언 사경집을 출판했다. 현재 법륜사에서 진언집을 집필하고 있다.

저자 도봉법헌 스님이 범자로 〈반야심경〉을 쓰고 있다.
저자 도봉법헌 스님이 범자로 〈반야심경〉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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