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회부?4.3범국민위
5월 11~17일 전시회 열어

아름다운 남쪽섬 제주는 근현대사의 아픈 역사가 드리운 곳이다. ‘마을 집집마다 제삿날이 같다’는 말이 그 상처의 일면을 드러낸다.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 바로 ‘제주 4.3 사건’으로 통칭되는 비극으로 인한 것이다. 당시 희생양은 제주도민 뿐만이 아니었다. 제주지역의 사찰 35개소가 훼손되고 스님 16명이 사망하는 등 불교계 역시 큰 피해를 입었다. 제조4.3사건 72주년을 맞아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 불교계 피해와 그로 인한 상처를 되새기는 전시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종교계 피해에 대한 정부보고서조차 전무한 상황에서, 이번 전시는 제주4.3과 제주불교의 역사를 되짚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사회부장 덕조)는 5월 11~17일까지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나무갤러리에서 ‘제주불교, 동백으로 화현하다’ 전시회를 열었다. 사회부는 제주4.3 72주년을 추념하는 ‘4370+2’ 주간에 전시회를 진행할 방침이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연기했다. 4.3(사)제주4·3 범국민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와 공동주최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2017년부터 피해사찰 등을 순례?답사하면서 확인된 피해현황을 토대로, 새로운 생명을 싹틔우기 위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특히 참여 작가 가운데 이수진 작가는 70여년 전 제주의 주요 식량 작물인 보리를 소재로 작품을 전보인다. 4·3당시 공권력에 의해 사라진 마을에서 생명의 싹을 띄우고 자란 보리줄기와 4·3학살터인 바닷가에서 채취한 숨비기나무 열매로 보리대 염색을 해 4·3의 아픔까지 작품에 담고자 했다. 김계호 작가는 광주에서 제주로 귀농해 4·3의 현장을 직접 답사하며 작업했다 전시에서는 작가들의 개별 작품과 협업의 결과물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총괄한 박진우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집행위원장은 “70여년 전 한반도 최남단 섬 제주에서 있었던 야만스런 역사가 특정 종교 세력에 의해 주도되어 불교가 말살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진상규명과 인식확산은 과거를 딛고 재발을 막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사회부장인 덕조 스님은 “스님 16명과 사찰 35개소가 입었던 피해를 돌아보며 제2의 무불시대를 초래했던 야만적인 역사를 밝히고자 한다”며 “이번 전시회는 이러한 과거의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현재에 교훈을 전하는 한편, 총질했던 자들의 두터운 업보를 용서하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화해와 치유의 법석”이라고 밝혔다.

개막식은 5월 11일 조계종 총무부장 금곡, 사회부장 덕조 스님을 비롯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천주교 한국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원불교, 제주4·3평화재단, 노무현재단 제주위원회, 제주4·3희생자유족회, 재경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편 제주4.3은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를 시작으로 1954년 9월 21일까지 이를 진압하려는 공권력과 남로당의 무력충돌 과정에서 주민들이 무참히 희생당한 사건이다. 현재 제주4.3 희생자와 유족 보상과 관련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 법률안(이하 4.3특별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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