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이주민법당 ‘웨삭데이’
캄보디아 등 5월 7일부터
몽골은 윤달기준 6월 6일
행사 축소해 위로법석으로

캄보디아불교센터의 웨삭법회 모습.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각국 재한이주민법당도 봉축법회를 잇따라 봉행한다. 스리랑카, 베트남, 캄보디아 등 상좌부불교의 부처님오신날은 ‘웨삭데이’라고 일컬어지며 올해는 5월 7일(음력 4월 15일), 몽골과 티베트 등 북방불교의 부처님오신날은 윤달 기준 음력 4월 15일인 6월 6일이다. 각국마다 봉축의식과 문화는 조금씩 다르지만 부처님을 찬탄하는 마음은 같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상당수 재한 이주민 법당이 행사를 대폭 축소하는 한편, 어려운 시국 가족과 떨어져 외롭고 불안한 이주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고국에 있는 가족들의 건강을 발원하는 법석으로 마련돼 눈길을 끈다.

평택에 위치한 스리랑카 마하위하라 사원(주지 담마끼띠)은 5월 23일 오전 10시30분~11시30분 한국 불자를 대상으로, 5월 24일 오후 4시~5시, 5월31일 오전 10시30분~11시30분 스리랑카 불자들을 대상으로 ‘웨삭데이’ 법회를 봉행한다.

마하위하라 사원은 애초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웨삭데이 행사를 생략하고 당일 스님들을 중심으로 간단한 예불만 진행하려고 했지만, 불자들의 요청으로 공식법회 일정을 확정했다. 특히 본국의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수준이어서 고국에 있는 가족?친지들의 안위를 발원하기 위한 축원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본국 스리랑카 불교협회는 올해 웨삭데이 행사를 전면취소했다.

마하위하라 사원 주지 담마끼띠 스님은 “코로나19 사태로 그동안 이주민들이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린데 이어 최근 스리랑카의 감염률이 급증하면서 본국에 있는 가족 걱정까지 더해져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마하위하라 신도들 중 4명이 우울증 및 조현병 증상으로 정신과 병동에 입원?내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 수도 올 상반기만 50명이 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올해 웨삭법회는 관념명상 수행과 보배경 독송과 법문 등 마음을 위로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할 방침이다.

매년 웨삭데이마다 2000여명의 인원이 모여 며칠간 성대한 법회를 봉행해 온 천안 베트남사원 원오사(주지 팃뜨엉탄)는 올해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행사를 전면 축소했다. 특히 지역법회 일정을 모두 취소할 방침이었으나, 지역 불자들의 강경한 요청으로 천안 원오사와 울산 두 곳에서만 법회를 봉행키로 했다. 울산 법회는 5월 10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천안 법회는 5월 17일 오후 5시 봉행된다.

이옥빈 원오사 신도회장은 “아직은 코로나 19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 올해는 법회일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기로 했다”며 “적은 인원, 최소한의 의식으로 법문에 초점을 맞춰 법회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캄보디아불교센터(주지 린사로)도 캄보디아력으로 웨삭데이 당일인 5월 6일 저녁 사원을 방문한 불자들만을 대상으로 간단한 법회를 진행했다. 캄보디아식 웨삭법회는 탁발의식까지 3일간 진행되지만 올해는 법회 외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린사로 스님은 “4월31일 주한캄보디아대사관 롱 디망쉐 대사 가족과 불자들이 방문해 축원으로 웨삭법회를 대신했다”며 “올해는 행사 없이 웨삭데이 관련 법당을 방문한 불자들을 위해 간단한 의식만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네팔사찰 텍첸사(주지 쿤상)는 5월31일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가량 웨삭법회를 봉행한데 이어 6월 6일 티벳식으로 사가다와 법회를 이어간다. 사가다와는 부처님의 달이라는 뜻으로, 부처님오신날과 성도재일, 열반재일을 하루에 기리는 날이다. 쿤상 스님은 “법회를 네팔식으로 진행할 경우 오전 6시부터 밤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올해는 한국식 예불과 간단한 법문 등으로 최대한 간소하게 봉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몽골법당은 올 6월 6일, 몽골력 기준 4월 보름날이 맞이하지만 전면축소를 염두에 둔 채 코로나 사태의 추이를 보고 있다. 몽골 간단사 서울포교당 주지 바트보양 스님은 “코로나19 이후 외국인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하고 있다”며 “매년 법당에서 봉축법회를 하고 한강에서 민물고기를 방생하는 의식을 해왔지만 올해는 외부에서 방생법회만 진행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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