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회노동위, 5월 7일 광화문서 기도 입재

조계종 사회노동위 스님이 기도회에서 영가를 위로하는 법고를 치고 있다.

2월 20일 경북 청도대남병원서 장기입원환자가 고열 증세로 치료받던 중 폐렴 증세로 숨졌다. 국내 첫 코로나 첫 사망자였다. 이후 코로나 확산세가 멈출 때까지 우리나라에서만 총 22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의외로 사람들은 무심했다. 본인과 가족의 생사 앞에서 타인의 죽음은 그저 작은 정보일 뿐이었다. 수많은 안타까운 죽음을 뒤로 사람들은 코로나 확진자 감소에 환호했다.

5월 7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혜찬)는 광화문 광장에서 ‘코로나19 희생자 극락왕생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이날 기도회에는 사회노동위원장 혜찬 스님을 비롯해 법상, 지몽, 고금, 시경, 서원 스님과 불교인권위원장 진관 스님, 조계종 사회부 사회국장 혜도 스님 등이 참석했다.

이날 기도회에서 나온 말은 시민들의 가슴을 찌르기에 충분했다. 양한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현재 사망자를 그저 공포의 숫자로만 인식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마저 보내지 못한 유가족들의 아픔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포대에 쌓인 채 화장된 고인을 떠올리며 우리는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인권네트워크 ‘바람’ 활동가 명숙 씨는 “코로나 극복을 위한 4개월을 뒤돌아 보면 사람을 숫자로만 바라본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공포와 불안감에 사망자에 대한 애도와 위로는 없었다”며 “우리가 지금이라도 이들을 위한 애도와 남은 가족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은 인간의 존엄에 대한 감각을 다시 되살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도회는 15일간 이어지는 극락왕생기도의 시작이다.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은 번갈아 가며 비, 바람이 몰아쳐도 광화문 광장에서 계속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노동위원 혜찬 스님은 “제대로 장례 의식도 치루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이별한 분들이 많다. 종단에서는 4월 30일부터 5월 30일까지 코로나 극복을 위한 기도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코로나를 극복하는 것은 외면당한 이들의 마음까지 함께 치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보에 많은 이들이 마음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기도회에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희생자인 박승백 항해사의 유가족들이 참여했다. 스텔라데이지호 희생자들 또한 많은 이들의 무관심 속에 먼 바다 속에 아직도 남아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유가족들은 “지난 8개월 동안 스님들이 꾸준히 관심을 갖고 함께 기도해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됐다. 아직 아들이 저 먼 바닷속에 있어 마음이 아프지만 코로나 희생자분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스텔라데이지호 진상규명보다 아들 유골이라도 수습이 돼 안아봤으면 한다. 코로나로 가족을 잃은 분들의 마음도 그러할 것”이라고 눈물을 삼켰다.

이날 기도회에 이어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조계종 측에 코로나 종식시기에 종단 차원의 천도재를 열 것을 건의할 계획이다.

양 집행위원장은 “오늘은 코로나 확산 방지 차원에서 유가족 분들을 비롯해 불자분들이 참여하지 못했다. 종단 천도재를 통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분들의 가치를 되짚고 우리 주변을 함께 살필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 졌으면 한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께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 감염 후 사망한 경우 상당수 가족과 격리된 상태로 마지막 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감염병예방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확진부터 죽음까지 격리상태로 진행되며 빈소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례식장 등에서 감염을 우려해 유족대기실을 사용하거나 빈소를 차리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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