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 마니 반메 훔’… 진리의 연꽃을 찾아서

충칭서 김구 선생 등 추모해
비행기 시간 오류 ‘우여곡절’?
라싸 도착해 조캉사원서 입재
고산병에도 순례는 계속된다

티베트 라싸의 조캉사원 전경.

‘옴 마니 반메 훔’ 이 진언은 티베트를 순례하는 동안 언제 어디서나 들려온다. 그대 가슴 속에 연꽃 같은 진리의 보석 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 2014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혜총 스님과 함께하는 티베트 성지순례’를 가졌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인해 온 국민이 실의에 젖은 때라 조금은 조심스럽고 무거운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례를 진행한 것은 에메랄드빛 암드록쵸 호수가 바라보이는 언덕에서 그들의 명복을 비는 추모제를 모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선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이 있는 쓰촨성의 충칭(重慶)이란 도시로 향했다. 이곳에는 1945년 8월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던 곳으로 상해에서 쫓겨나 천신만고 끝에 자리를 잡은 곳이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대장정(大長征)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유서깊은 곳이다. 여기서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순국열사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홍콩영화 ‘중경삼림(重慶森林)’이 떠오르는 이 도시는 중국의 삼대화로(三大火爐)로 일컬어지는 무더운 폭염과 가파른 비탈 골목길로 유명하다. 또한 장강삼협(長江三峽)을 비롯한 삼국지의 무대, 그리고 동정호와 악양루 등의 절경과 역대 시문을 감상할 수 있는 장강 유람선의 기점으로도 유명하다.

다음날 아침, 충칭에서 라싸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갔는데 우리 비행기가 보이질 않았다. 아침 9시 30분 출발하는 시각을 잘못 알아서 이미 떠나버린 것이다. 어째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저 황당하고 참담하기 이를데 없다. 이에 여행사 직원을 닥달해 1시간 간격으로 두 대에 나누어 타고 라싸로 향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티베트 라싸에 갈 수 있게 되었으니 천만다행이고 도리어 새옹지마라 생각한다.

비행기 창문으로 새하얀 히말라야 설산의 신령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자 이내 행복한 마음이다.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티베트의 수도인 라싸(拉薩)의 궁가공항에 도착했다. 해발 3700m의 고원에 위치한 공항에 내리자마자 산소 부족으로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다. 아니 주변 풍광이 마치 화성이라도 온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너무나 황량하고 신비로운 모습이다. 우리는 지금, 세계의 지붕이라 일컬어지는 티베트에 첫 발자국을 내딛은 것이다. 

알룽창포 강을 따라 그림 같은 풍경과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푸른 하늘과 더불어 정겹고 아름답기만 하다. 그러나 해발고도가 갑자기 높아진 까닭에 고산병 증세를 호소하는 이들이 점차 많아진다. 몸은 거짓말을 못하기 때문이다.

조캉사원의 ‘조오 석가모니 불상’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싸 시내로 들어가 순례를 부처님께 고하는 고불식을 티베트 불교 최고의 성지인 조캉사원에서 봉행했다. 지도법사 혜총 스님은 입재사에서 “순례를 통해 신심과 원력을 증장시키자”고 당부했다. 

조캉사원(大昭寺)은 티베트를 최초로 통일한 33대 쏭짼감뽀왕이 641년 당태종의 조카딸인 문성공주를 아내로 맞아 그녀가 봉안해 온 12살 무렵의 ‘조오 석가모니 불상’을 모시기 위해 지은 절로 티베트를 상징하는 성지이다. 

조캉사원은 라싸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오랜 세월 티베트인의 영적인 중심지이자 가장 성스러운 성지로 여겨져 왔다. 지금도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오체투지로 순례를 올 적에 조캉사원이 그 마지막 종착지가 된다. 사원 앞에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현지인들의 오체투지가 이어지는 모습은 조캉사원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상징이 되었다. 조캉사원 주위 바코르를 도는 코라 순례가 행해지고 사원 옥상에서 바라보는 라싸 시가지와 멀리 포탈라궁은 그 자체로 신비하고 장엄하며 아름답기 그지없다.

조캉사원 주위에는 티베트 불경과 타르쵸나 룽다를 파는 작은 상점이 있는데, 주인 노보살은 필자의 티베트 어머님 같은 분이시다. 6대 달라이라마가 연모했던 양치기 소녀의 이름을 딴 ‘마지아미(麻古阿米)’ 카페와 라싸인의 사랑방 구실을 하는 ‘인민차관(人民茶館)’도 잘 있는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숙소인 호텔로 들어가 짐을 정리하고는 저녁을 먹었다. 벌써부터 고산병에 시달리는 스님들이 속출하고 산소통을 끼고 살거나, 링겔을 맞는 사람 등으로 인해 그야말로 난리법석이다. 해발 3700여 m에서 벌써부터 이러면 나중에 해발 4,500m에서는 어찌될지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도 대중 스님들의 신심과 원력, 그리고 복덕을 믿어볼 수 밖에 없다. 

문득 은사이신 인곡당 법장 대종사의 가사와 옷가지를 들고 쵸모랑마의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 갔다가 그 아래 팅그리라는 마을 언덕에서 소지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 마을에서 만난 티베트 딸내미인 케샹의 눈물 흘리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며 애틋한 마음이 일어난다.

다음날 아침 지도법사 혜총 스님을 찾아가 아침 공양을 함께할 것을 청했다. 조금 후에 방문이 열리고 스님이 나왔는데, 마치 우주인이 걸어 나오는 줄 알았다. 자그마한 체구에 얼굴이 고산증세로 부어서 둥그렇게 변했다. 누가 봐도 우주인처럼 보이는지라 웃음이 났다. 

밤새 고산증세로 인해 산소통 신세를 지고 아침에 목욕까지 하셨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맑은 눈동자와 자비하신 미소로 대중과 함께 하시는 자비덕화에 절로 찬탄과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린 지금 이곳 티베트 불교의 심장인 라싸에 와 있다. 저 멀리 보타낙가산의 장엄한 포탈라궁과 관세음보살의 가이없는 미소가 우리와 함께한다. “옴 마니 파드메 훔!” 모두의 가슴에 진리의 보석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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