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 “가등록 압박 수단”주장
조계종, “재적승 기본절차일 뿐”
분한신고 안할시 종단 승적 상실
선학원 도제 스님들 혼란 속 우려

(재)선학원 청사 전경.

현재 진행 중인 조계종 승려 정기분한신고와 관련, (재)선학원과 조계종 간 극명한 입장차에 선학원 소속 사찰 도제 스님들의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조계종 승려분한신고는 10년 주기로 모든 재적승이 조계종 승적을 유지하기 위해 거쳐야 할 기본 절차임에도, (재)선학원이 각 분원에 공문을 발송해 ‘조계종이 가등록(이중등록)을 요구하는 수단’이라며 분한신고에 대한 부정적인 안내 사항을 공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선학원(이사장 법진)은 3월11일 전국 분원장 스님을 대상으로 법진 이사장 명의의 ‘조계종 승려 정기분한신고 및 이중등록’에 관한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선학원은 해당 공문을 통해 조계종 승려 정기분한신고 시행과 관련 “재단 소속 스님들이 승려분한신고를 하려고 하면 유언장 작성과 분원(사찰) 가등록을 조계종측이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며 “선학원 기본재산을 조계종에 가등록(이중등록)할 경우 차후 조계종의 분담금 납부요구와 임명권, 재산권에 관한 권리행사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선학원 정상화추진위원회(상임위원장 금곡)’는 4월13일 안내공문을 재차 발송해 사실을 바로잡고 “정기분한신고는 분담금 납부요구 및 임명권, 재산권에 관한 권리행사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신고 기간이 촉박한 상황인데다 양측의 입장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분원 소속 스님 및 선학원 도제 스님 사이에서는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호소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분한신고는 사찰과 무관하게 종단의 모든 재적승 개개인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기본절차다. 애초 조계종이 공문에서 ‘미등록 법인?사설사암 거주 승려, 그동안 결계?포살을 하지 않았더라도 조계종 소속 승려라면 모두 해당되니 반드시 신고해 달라’고 공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스님들이 선학원 공문을 보고 분한신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승려법’ 제34조 규정에 따라 승적이 말소돼 조계종 승려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다. 조계종 승적을 상실할 경우 조계종 승려로서 교육, 수행, 승려복지를 비롯한 종도로서의 모든 권리가 제한된다.

따라서 조계종과 선학원 간의 묵은 갈등에 스님들의 고충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계종 스님으로 출가해 당연히 조계종 스님으로 살지만, 거주사찰은 선학원 등록 사찰이거나 선학원 창건주?분원장의 도제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수도권 지역의 한 분원장 스님은 “개인적으로는 종단에 가등록을 완료한 사찰이기 때문에 고민 없이 분한신고 했지만, 주변에 상당히 많은 스님들이 선학원과 조계종의 공문을 동시에 받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엇보다 선학원은 재단법인이지 종단이 아닌데 스님 개개인의 승적과 관련한 분한신고에 대해 이런 공문을 발송하는 것이 맞는지 불편함이 적지 않다. 당연히 조계종 스님으로 살고 있는 스님들이 선학원과 연관될 경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는 점 자체가 모순”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선학원은 해당공문에서 “재단이 분원 소속 스님들에게 선학원 승적과 승려증을 발급하고 있으며 재단 소속 많은 스님들이 재단 승적과 승려증을 소지하고 있다”고 게재하는 등 사실상 재단법인 선학원의 승적 발급을 홍보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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