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미얀마 띤잔 축제

미얀마에서 가장 더운 새해
호스·대야로 물 뿌리는 풍습
깨끗한 상징성에 액운 씻어내
띤잔 후엔 길마다 법회 봉행도

미얀마가 새해를 맞이하는 띤잔축제는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액운 해소를 발원하는 문화다.

나라마다 새해 명절에 대한 풍습은 다르겠지만, ‘변화에 대한 설렘·즐거움·덕담’은 모두에게 공통적인 분모이다. 미얀마 새해에 대해 미얀마 사람들에게 처음 들었을 때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물을 서로에게 뿌리며 서로의 행운을 빌어준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대방에게 물을 뿌리는 일은 굉장히 무례한 일이며 아침 막장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처음에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미얀마에 직접 살면서 겪어보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미얀마의 새해 명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날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미얀마 새해에 물 뿌리는 이유
우리나라에는 각기 날씨가 다른 4계절이 있지만, 미얀마는 ‘여름, 우기, 겨울’ 3개의 계절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기에는 ‘여름 3단계 버전으로 ‘여름(건기), 여름(우기), 여름(건기·조금 덜 더움)’이다. 미얀마에서 제일 더운 시기는 미얀마 새해의 시작인 띤잔(Thingyan) 시작 전이다. 가장 무더울 때 띤잔을 맞이하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물을 뿌리고 맞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무더운 더위를 날려주는 역할을 한다. 올해는 윤년(閏年)이기 때문에 띤잔이 총 5일(4월12~16일)이지만 보통은 4일(4월13~16)동안 진행된다.

미얀마의 새해 명절인 띤잔은 집 앞에 물 호스와 대야만 준비하면 끝이다. 가족끼리 새해를 맞이해서 서로에게 물을 뿌리기도 하고,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을 뿌린다. 혹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무대를 설치한다. 무대 위에서 뿌려지는 시원한 물을 맞으며 신나는 노래와 함께 춤을 추면서 새해를 즐겁고 재밌게 맞이한다. 띤잔 기간동안 물을 맞아도 화내는 미얀마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환한 웃음으로 서로에게 안부와 덕담을 전한다.

미얀마 사람들이 띤잔에 물을 뿌리는 이유는 물의 이미지와도 관련 있다. 미얀마 사람들에게 물은 ‘깨끗함·시원함’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띤잔 동안에는 작년의 나쁜 일들을 모두 씻어낸다는 의미로 물을 뿌린다. 서로 물을 뿌리면서 상대방의 액운을 씻어주고 건강하기를 바란다. 또한 ‘띤잔 때 맞은 물처럼 맑고 시원하게 살며 안 좋은 일을 씻어버리자!’라고 다짐한다. 띤잔 기간동안 미얀마 온 지역은 ‘물’ 액땜의 축제의 장이 된다. 띤잔 기간동안 미얀마 불교의 보시문화가 큰 역할을 한다. 관공서와 미얀마의 기업인들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물을 뿌릴 수 있게 호스를 제공한다. 사람들에게 물 놀이를 편하게 할 수 있는 호스를 제공하면서 자신들의 덕을 쌓을 수 있는 물 공양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물 놀이 이후 지친 사람들에게 무료로 간식과 띤잔 음식인 몽롱예보(Mont Lone Ye Baw, 찹쌀 반죽에 야자수 설탕을 넣고 동그랗게 만든 후 물에 끓여 코코넛 가루를 뿌려 먹는 음식)를 보시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해에 다시 돌이켜보며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

버다웃꽃으로 머리를 장식한 아웅산 수치 여사.

띤잔 대표하는 버다웃 꽃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즐겁게 놀면서 옆을 둘러보면 아름다운 노란색 꽃이 보인다. 이 노란색 꽃은 미얀마 띤잔을 대표하는 버다웃(Padauk)꽃이다. 이 꽃은 미얀마 사람들 모두가 좋아하는 꽃으로 띤잔 기간즈음 핀다. 띤잔 기간 전에 ‘띤잔비’라고 불리는 보슬보슬 내리는 비가 내려 야지만 버다웃 꽃이 만개한다. 비가 너무 많이 올 경우에는 꽃이 바닥에 떨어져 버려서 볼 수 없다. 일년에 한 번, 딱 하루만 피기 때문에 이 꽃은 ‘연인에 대한 언약’을 의미한다.

미얀마 사람들 사이에는 ‘떼야웃소떼야웃 버다웃쏘버다웃(Ta Youk So Ta Yaouk Padauk So Padauk)’ 이라는 말이 있다. ‘한명이라면 한명, 버다웃이라면 버다웃’ 이라는 뜻인데 그 속 뜻은 ‘꽃 중에서 버다웃 꽃만 좋아하듯이, 당신만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사랑에 대한 맹세가 담겨 있다. 또한 ‘제가 당신을 버다웃 꽃처럼 사랑할께요. 버다웃 꽃은 일년에 한 번만 피는 꽃이고 비가 오지 않으면 절대 피지 않는 것처럼 당신 만을 사랑 할께요.’ 미얀마 사람들은 버다웃 꽃이 일년에 한 번 반드시 피듯이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실한 사랑 고백과 맹세를 할 때 버다웃 꽃에 빗대어 말한다. 띤잔이 다가오기 전 자신의 집에 버다웃 꽃 조화 장식을 놓아두거나 여성들은 머리에 버다웃 꽃을 장식할 정도로 미얀마 띤잔을 대표하는 꽃이다.

띤잔의 어원은 산스크리트어 ‘틴깐따(Thinkanta: 변화)’이다. 미얀마 띤잔 축제의 기원은 힌두교 신화에서 기원한다. 힌두교의 범천(梵天)과 제석천(帝釋天)의 이야기가 미얀마에서는 뱟마하민(Bya Ma Har Min: 범천)과 드쟈민(Tha Gya Min: 미얀마 37낫 신 중 첫번째 신)의 이야기로 전해진다.

‘뱟마하민과 드쟈민은 인간세계에 요일이 몇 일로 나눠져 있는지를 가지고 내기했다. 내기에서 진 사람은 머리를 자르기로 했다. 뱟마하민은 8일이라고 했고 드쟈민은 7일이라고 했다. 인간세계가 7일로 나눠져 있다는 진실을 뱟마하민과 드쟈민이 확인하게 되었다. 드쟈민은 머리를 자르지 않아도 된다고 만류했지만 뱟마하민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머리를 잘랐다. 뱟마하민의 머리를 땅으로 버리면 땅에 있는 생명체가 모두 죽어버리고, 하늘로 버리면 하늘을 이동하는 새들이 모두 죽었다. 드쟈민은 인간세계에 피해를 입힐 수 없어 매년마다 자신의 딸 7명에게 번갈아가면서 뱟마하민의 머리를 맡게 했다.’

 

띤잔 축제의 기원
드쟈민이 일년에 한 번 인간세계에 내려오는데, 그 기간이 띤잔 기간이다. 띤잔 기간은 보통 4일인데 첫째날(아쪼, A Kyo)은 드쟈민이 인간 세계로 내려오는 전 날, 둘째날(아쨔, A Kya)은 드쟈민이 인간세계로 내려오는 날, 셋째날(아짜, A Kyat)과 넷째날(아땃, A Tat)은 중간날과 마지막날이다. 띤잔 마지막날이 끝나고 난 후 그 다음날이 미얀마 새해이다. 미얀마 사람들은 띤잔 기간동안 물을 뿌리는 행사 이외에도 인간세계로 내려오는 드쟈민을 위한 의식을 진행한다. 띤잔 첫째날은 드쟈민을 맞이하기 위해 ‘아따오(A Tar Oh)’라는 의식을 진행한다. 아따오 의식이란 자신의 요일(월요일:별꽃·화요일:자두나무 잎·수요일:크로톤 잎·목요일:구아바 잎·금요일:오이제니아 잎·토요일:인도멀구슬나무 잎·일요일:코코너 나뭇잎)을 상징하는 꽃 혹은 잎을 화분에 꽂아 두는 것이다.

띤잔이 끝나고 난 후 새해가 된 날 미얀마에서는 길 구역마다 법회를 진행한다. 이 때, 아따오와 모래와 실을 챙겨간다. 법회에서는 ‘보호주(Paritta)’를 독송한다. 법회가 끝나고 난 후 집으로 돌아와 모래를 집 주위에 뿌린다. 아따오에 꽂은 아따 꽃을 마당 문이나 입구 문에 꽂고 실은 아이들 목에 걸어준다. 요즘에는 모래를 챙겨가는 대신에 물병을 챙겨 간 후 법회가 끝나면 집으로 귀가하여 물을 마시거나 가족들 머리에 물을 톡톡 적셔준다. 귀신을 쫓아 내기 위해 집에 돌아온 후 물건들 중에서 치면 소리가 나는 것들을 세게 친다.

미얀마 사람들이 드쟈민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띤잔 기간 동안 인간세계에 내려와 일명 살생부를 적기 때문이다. 드쟈민은 황금 공책과 개가죽으로 된 공책 2가지를 갖고 내려온다. 황금 공책에는 띤잔 기간동안 공덕을 쌓은 사람을 적고 개가죽에는 악업(惡業)을 행한 사람을 적어간다.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너 나쁜 짓을 하면 띤잔 때 드쟈민이 너의 이름을 개가죽에 적어 갈거야!’ 라며 겁을 주기도 했지만 요새는 잘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바간 왕조의 마지막 왕인 ‘나라띠하빠떼(Narathihapate)’가 미얀마 띤잔의 기원이다. 띤잔은 미얀마의 낫 신앙과 상좌부 불교 문화가 융합하여 형성되었다. 바간 왕조때부터 내려온 미얀마 새해 명절인 띤잔은 미얀마 사람들에게는 새해의 첫 시작을 알리는 즐거움의 경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심신을 내년 4월, 미얀마 띤잔 축제에서 시원한 물을 맞으면서 정화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직 새해 다짐을 지키지 못 한 것이 있다면, 미얀마 새해를 맞아 다시 한번 시작해 보자! 그리고 올 한해 공덕을 많이 쌓아 드쟈민의 황금 공책에 이름이 적힐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선(善)하게 사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