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오안(五眼)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은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 곧 ‘한 번 보는 것이 백 번 듣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뜻이다. 이는 후한(後漢)시대의 역사가 반고(班固)가 지은 〈전한서(前漢書)〉의 ‘조충국전(趙充國傳)’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전한(前漢)의 제9대 황제 선제(宣帝ㆍBC 74~BC 49)가 강족(羌族)의 반란을 진압할 방책을 묻자, 조충국 노장군(老將軍)은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합니다”고 하며, 전쟁터 인근으로 가 현지를 살펴본 다음 방책을 제시하여, 이후 강족의 반란이 차차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사람은 5근(根) 중에 안근(眼根)에 가장 많이 의존한다. 그래서 눈으로 보는 것을 가장 많이 믿는다. 그러면 우리 육안은 정말 믿을 만한 것인가? 우리는 무지개의 7색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보라색보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이나 빨강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은 보지 못한다. 또 아주 작은 것은 육안으로 볼 수 없어서, 작은 것을 보려면 현미경, 전자현미경 등 기계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멀리 있는 것도 볼 수 없어 망원경의 도움을 받는다. 필자는 흰 종이를 볼 때 오른쪽 눈에는 희게 보이지만 왼쪽 눈에는 약간 미색을 띈 흰색으로 보인다.

40대 중반에 미국 오레곤건강과학대학교(OHSU)에 2년간 교환교수로 갔을 때 이미 노안(老眼)이 왔다. 책을 읽는 일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으므로 노안 보정 안경을 쓰지는 않았고, 일상에서 불편한 점은 없었다. 그런데 감염된 치근관(잇속의 관, 일반인이 신경이라고 부르는 곳) 내의 미생물들을 배양하여, 현미경사진을 찍을 때가 문제였다. 내 눈에 균이 잘 보이게 초점을 맞추어 놓고 현미경사진을 찍으면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이 인화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붓다는 모든 법의 사(事·현상)와 이(理·이치)를 관조하는 5종의 눈인 오안(五眼)을 갖추고 있다. 곧 육안(肉眼)ㆍ천(天)안ㆍ혜(慧)안ㆍ법(法)안ㆍ불(佛)안을 갖추고 있다. 범부는 가려져 있는 것은 보지 못하는 육안만 갖추었고, 욕계ㆍ색계의 천인(天人) 또는 사선정(四禪定)에 든 사람은 천안을 더 갖추고, 원근(遠近), 과거와 미래, 내외(內外) 및 세밀한 인과(因果)를 볼 수 있다. 성문(聲聞)ㆍ연각(緣覺)은 혜안(慧眼)을 더 갖추고 있는데, 현상의 이치는 보지만 중생을 구제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보살은 법안(法眼)을 더 갖추고 있는데, 모든 현상의 참모습과 중생을 구제하는 방법을 두루 안다. 붓다는 불안(佛眼)을 더해 5안을 갖추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 5안을 갖춘 이가 붓다이다. 오안을 갖추려면 곧 붓다가 되려면,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또한 사리불이여! 보살마하살이 5안(五眼)을 얻고자 하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워야 한다. 오안이란, 육안ㆍ천안ㆍ혜안ㆍ법안ㆍ불안이다.”

〈摩訶般若波羅蜜經 T0223_.08.0220b15-17〉

반야는 ‘모든 붓다[諸佛]의 어머니[성불의 원인]’라 불리며, 이러한 내용은 〈반야경〉을 비롯한 대승경전이나 논서에서 널리 강조되고 있다.

“붓다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반야바라밀이 모든 붓다의 어머니이니라.”

〈摩訶般若波羅蜜經 T0223_.08.0326a07〉

“반야바라밀은 과거ㆍ미래ㆍ현재 시방(十方) 모든 붓다의 어머니이니라.”

〈摩訶般若波羅蜜經 T0223_.08.0423c19-20〉

“반야바라밀을 마땅히 설하니 받아 지니도록 하라. 이것(반야바라밀)이 붓다의 어머니이고 보살의 어머니이니라.”

〈佛仁王般若波羅蜜經 T0245_.08.0831a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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