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비유경〉과 〈빈두설경〉에 보면 부처님이 사위국의 승광왕에게 설한 무상한 인생을 ‘흰 쥐와 검은 쥐의 비유’을 통해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으로 설한 이야기가 있다.

“먼 옛날에 어떤 사나이가 광활한 광야를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미친 코끼리가 나타나 달려들었다. 사나이는 온 힘을 다하여 도망을 치다가 우물을 발견하고, 우물 안으로 뻗은 등나무 넝쿨을 붙잡고 그 속에 간신히 몸을 피했다. 정신을 차리고 바라보니 우물 바닥에는 무서운 독룡이 입을 벌리고, 사방에는 네 마리의 독사가 혀를 널름대고 있다. 위를 처다 보니 넝쿨을 흰쥐와 검은 쥐가 번갈아 가면서 갉아먹고 있다. 들판은 들불이 맹렬히 일어나고 성난 코끼리는 우물 밖에서 으르렁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사나이는 등나무 넝쿨이 흔들리면서 떨어지는 달콤한 벌꿀의 다섯 방울의 꿀물을 받아먹다가 거기에 취하여 자신이 처한 극한 상황을 잊어버렸다.”

이 비유에서 사나이는 미혹한 중생, 광야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바세계, 코끼리는 무상한 시간, 우물은 생사의 현장, 넝쿨줄기는 수명, 독룡은 죽음, 네 마리 독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사대(지수화풍), 흰 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 들불은 늙음과 병듦, 다섯 방울의 꿀물은 오욕락을 의미한다.

‘흰 쥐와 검은 쥐의 비유’는 우리가 무상하고 고통에 포위된 한계상황 속에서 있으면서도 어리석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재물욕, 색욕, 식욕, 명예욕, 수면욕 등 오욕락에 취해서 살아가고 있는 한심한 인생임을 일깨워 주는 부처님의 아주 멋진 비유 설법이다. 

톨스토이는 ‘참회록’에서 불교경전에 나오는 이 ‘흰 쥐와 검은 쥐의 비유’를 들어서 인생의 무상과 깨우침에 대하여 서술하였다. 톨스토이는 우리의 인생을 이렇게 허망하게 낭비할 수는 없음을 투철하게 반성하고, 어제의 그릇된 삶에서 전미개오(轉迷開悟)한 참회와 성장의 새로운 삶을 그의 소설 속에서 제시하였다.  

비유(譬喩, 比喩)란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말할 때 그와 비슷한 다른 현상이나 사물을 끌어대어 표현하는 효과적인 문학적인 서술양식이다. 비유는 부처님께서 중생에게 깨달음의 진리를 쉽고 재미있게 설법하기 위하여 가장 널리 쓴 언어적 표현 방법이다.  

부처님의 설법을 기록한 불교경전을 내용의 형식과 성격에 따라 12가지로 구분하여 나눈 데서 〈십이부경(十二部經)〉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 ‘비유’로서 가르침을 설한 ‘아바다나(阿波陀那; Avadana)’가 있다.

〈법화경〉 비유품의 화택(火宅) 비유와 궁자유(窮子喩), 약초유(藥草喩), 화성유(化城喩), 의주유(衣珠喩), 계왕유(槌王喩), 의자유(醫子喩) 등 ‘법화 칠유(法華七喩)’는 경전 비유문학의 최고봉이다.

법사는 설법의 주제가 정해졌으면 기승전결을 갖춘 한 편의 드라마 각본을 쓰듯이 설법안(설계도)을 작성해야 한다. 주제에 적합한 경전말씀을 찾고, 거기에 맞는 적절한 예화와 비유를 연구한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이야기(스토리텔링)와 품격 있는 문학적인 비유를 좋아한다. 언어문자의 꽃은 문학이고, 문학의 대표적인 표현방식은 비유와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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