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종조 사이쵸 대사 원적 기념
799년 점등 이후 제자들이 지켜와
4월 3일 분등식 후 2600개 사찰로
“무명 속 희망의 등불되길” 서원

근본중당에서 분등된 '불멸의 법등'을 소개하는 타다 도유 일본 천태동 종무총장 스님. 사진출처=불멸의 법등 전국행각 공식 페이스북

1200여년간 단 한 번도 꺼지지 않은 등불이 있다. 일본 천태종의 종조인 사이쵸(最澄) 대사가 점등한 이래 계속해서 켜져 온 ‘불멸의 법등’이 전국행각에 나선다. 4월 3일 일본의 ‘교토신문’ ‘아사히 신문’ 등의 주요 언론들은 전국행각의 시작인 분등식(分燈式)을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 사가(滋賀)현에 소재한 일본 천태종의 총본산 히에이산(比叡山) 엔랴쿠지(延曆寺). 788년, 사이쵸(最澄) 대사가 창건한 이래 1200여 년간 일본불교의 산실로 불려왔다. 1994년에는 이 역사성을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이 엔랴쿠지의 가장 중요한 보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불멸의 법등’이다. 엔랴쿠지의 본당인 근본중당(根本中堂)에 켜져 있는 이 등불은 799년 사이쵸 대사가 본존인 약사여래불 앞에 점등한 것이다. 당시 사이쵸 대사는 “미래의 부처님이 오실 때까지, 불법의 등불이 밝게 이어지리라”라고 서원하며 등을 공양 올렸다고 전한다. 이래로 사이쵸 대사의 제자들은 이 등불을 꺼뜨리지 않고 밝혀왔다. 현재도 매일 두 차례 유채기름을 부어 불을 지켜오고 있다.

한편 오는 2021년, 사이쵸 대사의 원적 1200주년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일본 천태종은 ‘불멸의 법등 전국행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종무총장인 토다 도유 스님은 “올바른 부처님의 가르침을 넓히고, 법화일승의 가르침을 근본으로 모든 살아있는 존재가 평화롭길 기원한 사이쵸 대사의 서원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고, 그를 실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4월 2일 오전 엔랴쿠지 근본중당에선 전국행각에 앞서 등불을 나누는 분등식이 봉행됐다. 엔랴쿠지 대중스님들과 기념법회위원회의 임원 등 50여명의 사부대중들이 분등식에 참례했다. 엔랴쿠지 측은 “전국 교구의 대표자나 사전신청을 통한 일반 참가자 등이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의 전염예방을 위해 계획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엔랴쿠지는 분등식의 모든 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대중스님들이 엄숙하게 예불을 올리는 가운데, 본존인 약사여래불 앞에 켜진 사이쵸 대사의 ‘불멸의 법등‘에서 채화된 불이 수미단에서 내려왔다. 불은 미리 준비된 4개의 등을 새롭게 밝혔다. 4개의 등은 일본 열도의 주요한 네 섬을 각각 주유하며 일본전체에 소재한 2천 6백여 개소의 천태종 사찰들을 행각한 후 다시 엔랴쿠지로 돌아올 계획이다.

분등식의 법주를 맡은 토다 도유 스님은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불안과 공포, 차별이 싹트고 있다. 마치 사회 전체가 무명의 어둠에 덮이는 것 같다. 지금이야 말로 ‘자신만의 즐거움을 원하지 않고, 모두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맛보이겠다’고 한 사이쵸 대사의 서원을 본받아,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속에 희망의 등불을 밝히길 바란다”며 분등식의 의의를 말했다.

분등된 불멸의 법등은 4월부터 전국행각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역시 코로나 19의 화산으로 인해 그 시작이 묘연해 졌다. 기념법회위원회 측은 “행각의 시작이 가능한 즉시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기세가 연장될 것으로 보아, 현재로선 약 2달 간 분등한 등불을 엔랴쿠지에서 보존할 예정. 자세한 것은 추후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박영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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