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노위, 4월3일 광화문광장서
4월말 '불교와 제주4.3' 사진전 계획도

“제주도에서 발생한 4.3사태는 72년이 지나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희생자들의 극락왕생과 더불어, 우리사회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첫발로서 특별법이 제정되길 발원합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울려 퍼지는 목탁소리가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4월3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이곳에서 ‘제주 4.3 72주년 희생자 극락왕생 발원 108배 기도’를 봉행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4.3사태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예정된 행사들은 모두 취소했지만,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기도만은 예정대로 이어졌다.

제주 4.3 희생자 1만4442명의 이름을 새겨 넣은 조형물을 앞에 두고 스님들은 바닥에 몸을 낮췄다. 몇몇 유가족 외에는 함께하는 대중도 없었다. 그럼에도 스님들의 기도는 울림 깊은 메아리로 퍼져나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제주 4.3사태가 발생한지 꼭 72년이 됐다. 이제 우리사회는 제주 4.3이 공권력에 의한 무차별한 희생이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해결은 더뎠다. 이미 많은 세월이 지나면서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 및 유해발굴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현재 절차상 위법으로 인정된, 당시 군사재판 등 공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도 일괄조치가 아닌 개인에 의존하고 있다.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이 절실한 이유다.

제주 4.3범국민위원회 백경진 상임이사는 “유해가 묻혀있는 곳에 비행장이 생기는 등 제한적인 부분이 있어 진상규명에 어려움이 있다. 생존 피해자들의 나이가 상당수 90세가 넘은 상황에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4.3 피해자?유족회는 화해와 상생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던 조직을 하나로 모았다. 이제 정부가 우리사회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노위 부위원장 지몽 스님은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 그러나 과거를 다시 반복하거나 되돌리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를 알고 반성하고 과거로부터 배워야 한다”며 “잘못된 정치가 무고한 사람을 죽일 수 있음을 과거를 통해 배우고 생명존중과 상생의 길을 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지몽 스님은 4.3유족청년회가 희생자들의 영면을 발원하며 직접 써 보낸 원고를 대신 낭독하는 등 4.3 유족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제주 4.3은 불교와도 무관하지 않다. 당시 1곳을 제외한 사찰이 전부 불에 타 전소됐으며 스님들도 희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양한웅 사노위 집행위원장은 “제주 4.3과 관련된 불교피해도 본격적으로 조사하고 알릴 필요가 있다”며 “제주 4.3은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픈 과거이자 상처이며, 우리사회가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할 역사”라고 강조했다. 사노위는 애초 ‘제주43과 불교’를 주제로 사진전 등을 기획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4월말경으로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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