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호랑이 禪畵, 삿된 기운 물리친다?

밝은 빛 상징하는 붉은 호랑이
코로나19 극복·희망 전하고자
‘척사현정’ 문구 넣어 엽서 제작
전국 사찰 등에 34만장 보시해
현 상황 해결하는 힘은 ‘자비심’

붉은 호랑이 선화 엽서를 보시한 수안 스님이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붉은 호랑이는 빛을 상징합니다. 붉음은 빛입니다. 낮의 태양처럼 붉고 밝은 것이지요. 호랑이는 보호를 의미합니다. 저희는 대대로 산 아래 마을을 이루며 살아왔습니다. 호랑이는 산을 지키는 산신을 상징하며 강한 힘으로 보호하고 이끌어주는 존재였습니다.” 

선(禪)의 세계를 그림으로 담는 선서화의 대가 수안 스님이 코로나19에 대해 지녀야 할 가르침을 그림엽서에 담아 전달했다. 경면주사를 갈아 그린 붉은 호랑이 그림으로 엽서와 명함 크기로 제작 돼 전국 곳곳에 전달됐다. 처음에 12만장이 인쇄됐고 그 뒤 17만장이 제작돼 전달됐지만 스님은 그 수를 세어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미 그 수는 넘었을 것이란 예측이다. 수안 스님을 3월 25일 양산 문수원에서 만났다.   

스님이 코로나19 사태를 직접 경험한 것은 호주 시드니에서 돌아온 직후였다. 스님은 호주 시드니에서 한국인 1세대와 2세대를 위한 복지 양로원 건립을 위해 전시 및 후원 활동을 하다 입국했다. 한국 공항에 도착했을 때 대구에서 터진 신천지 사태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는 시점이었고 스님은 마스크를 낀채 통도사 아래 위치한 문수원으로 돌아와야 했다. 

붉은 호랑이 선화(禪畵)를 그린 날은 3월 4일 새벽이다. 새벽 정진을 하며 깨달은 바를 불자들에게 전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정진을 멈추지 말고 희망을 잃지 않기를 소원했다. 

“새벽에 정진을 하던 중 나에게 누군가 질문을 하는 것처럼 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성불을 하면 그 경계가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인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이 ‘팔정도’였습니다.”

당시 신천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겪고 사회적 지탄이 종교를 향해 쏟아질 때였다. 스님은 작품 왼편에 ‘척사현정(斥邪顯正, 삿됨을 배척하고 올바름을 세운다)’를 적었다. 

“종교의 본질을 얻기 위해선 바른 길(팔정도)을 잃으면 안 됩니다. 번뇌와 망상이 정법을 잊게 합니다. 정법이 중요합니다. 영생이나 삿된 가르침 그리고 이적 행위에 현혹되면 안됩니다. 종교의 본질을 바르게 알아야 합니다” 

몸에 지니면서 마음에 새겨야 할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시작된 일이다. 정법으로 삿됨을 멀리하고 웃을 보호하고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함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후 스님과 평소 인연이 있는 스님들과 불자들은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후원을 시작했다. 신도들은 전국에 힘든 분들이 스님의 가르침을 받아 바른 한 생각을 떠올리길 기원했다.

수안 스님은 “호랑이가 영물이다. 코로나19를 잘 걷어내 다른 곳으로 옮겨주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며 “코로나19에 마음을 뺏기지 말고 끝까지 정진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정법을 설명하며 함께 지녀야 할 가르침으로 ‘자비’도 강조했다. 수안 스님이 강조한 자비에는 끝이 없었다. 자비의 대상으로 스님은 ‘코로나19’도 언급했다. 병을 일으키는 균에게도 자비의 마음을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쳐부순다는 마음으로 대상을 보면 안 된다. 자비의 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 우리 몸에는 유익균과 유해균이 있다. 두 가지가 공생하면서 한 몸을 이뤄낸다”며 “공(空)을 움직이는 것은 마음이다. 깨달은 자의 마음으로 공의 세상을 보고 관세음보살을 불러야 한다. 작은 세포 하나, 원소 입자에도 불성은 있다. 실수하는 아이를 안아주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듬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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