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 있을까. 거짓말 같은 시절. 꽃은 피건만 계절은 없고, 저녁은 있건만 잠들지 못하는 세상. 나서는 식구의 뒷모습에 부적을 쓰고, 거짓말 같은 부고들로 하루가 간다. 어디서 왔을까. 이 시절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볼 수 없고 멀찍이 걸어야만 하는, 어둡고 무거운 이 시절은 어디서 왔을까. 거짓말이었으면….

따뜻한 말 한 마디 주고받을 수 없는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두가 아픈 오늘. 병실이 되어버린 이 세상에서 우리는 오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환한 꽃다발 품고 서로의 병실을 찾자. 언젠가 거짓말처럼 끝날 일이라 믿으며, 그렇게 희망의 법문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병실을 찾자. 이 봄이 가기 전에, 저 꽃들이 지기 전에.

죽음이 삶이 된 이 시간에도 돌아온 꽃들로 계절은 자라고 따뜻한 바람으로 풍경은 넓어진다. 우리 예전처럼 마주앉아 깊은 계절이 되고, 손잡고 걸으며 따뜻한 풍경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모두에게 꽃을 보낸다. 모두의 안부를 묻는다. 다들 잘 있기를….

왜 ‘마음방역’ 인가

일상된 ‘불안·분노’… 마음 치유가 필요

일상이 사라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초·중·고교의 개학이 연기됐고, 외출·산책·여행·공연과 같은 평범한 일상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다.


코로나19 확산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 일상이 정지된 지금, 많은 사람들은 불안과 분노에 점령됐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국민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뉴스와 정보를 접하고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8.8%가 ‘불안’을, 21.6%가 ‘분노’를 느낀다고 답했다. ‘충격(12.6%)’과 ‘공포(11.6%)’에 감정을 느끼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과 손 씻기 등 신체적 방역만큼 이제는 심리적 방역의 중요성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역시 지난 3월 1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자가격리자와 일반 국민들이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심리상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면서 심리 방역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불안, 분노에 점령된 국민들의 일상을 이젠 희망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 역할은 ‘힐링의 종교’인 불교가 나서서 맡아야 한다.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고 말했던 유마거사의 대승불교 정신은 현재 상황에서 불교가 나아갈 방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제 불교는 ‘마음방역’에 나서야 한다.
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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