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칭스, 눈부시게 아름다워라!

1985년 라마야추 린포체 설립
스님 1만명 모인 수행 공동체
엄혹한 환경 속 신심에 ‘감동’

야칭스 비구 스님 토굴(사진 왼쪽)과 비구니 토굴(사진오른쪽)의 모습.

야칭스(亞靑寺), 그 얼마나 가보고 싶었던 꿈의 장소이던가! 간절히 원하기만 하면 꿈은 이루어지는 법이다. 드디어 야칭스를 만나러 부푼 가슴을 안고 길을 나섰다. 간쯔를 출발한 버스는 해발 4000m의 고원을 오르내리며 야칭스로 향한다. 들녘에는 노란 유채꽃밭의 황금물결이 한창이다.

가는 길에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호수가 보이는 언덕 위 초원에 잠시 멈춰 휴식을 한다. 푸른 하늘아래 초록의 대지위에는 온갖 야생 들꽃의 향연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초원 위에 순례 대중 스님들의 해맑은 눈빛과 미소가 가득하니 그야말로 화장찰해가 따로 없다. 

야칭스에 다다르자 길가에 줄을 지어 걸어가는 티베트 스님들의 행렬이 자주 눈에 보인다. 맑은 눈과 미소를 지은 채 행복한 얼굴들이다. 야칭스 입구에 도착하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들어가지 못한 채 마냥 기다리게 한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들어가지 못하면 큰일인데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대중이 간절한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기를 한 마음으로 염원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2시간여의 지루한 기다림 끝에 중국 공안을 대동하고 드디어 야칭스로 들어간다. 간쯔 장족자치주는 ‘캄(Kham)’이라 불리던 동티베트 지역으로 1956년 중국 쓰촨성에 편입되었다. 이곳 백옥현에 위치한 야칭스는 티베트 불교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성지이자 최대의 수행처다. 해발 3,900m의 황량한 고산지대 구릉에 위치한 야칭스는 닝마파에 속하는 스님들이 불학을 연찬하고 수행하는 성지이다. 이들은 붉은 가사와 모자를 착용해 홍모파라 불리며 결혼이 허용되고 비구니 스님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야칭스는 1985년 라마야추 린포체가 이곳에 사원을 세우며 시작 되었다. 그 후 각지에서 많은 스님들이 린포체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모여 들면서 집단 수행 공동체가 형성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비구니 스님 7000명과 비구 스님 3000명 등 1만 명이 넘는 스님들이 거주하며 수행정진 하고 있다.

대규모 쪽방촌이나 난민촌을 연상시키는 비구니 스님 거주지에는 3~4평 크기의 수많은 판자집이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다. 거주지 주변을 태극 문양으로 휘감아 도는 야룽강(雅江)의 지류로 인해 멀리서 보면 마치 섬처럼 보인다.

매일 오전 언덕에서는 수많은 학승들이 불법을 듣고 강가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아침 수행을 하며, 넓은 들판에서는 대법회가 열리기도 한다. 스님들 개개인이 집을 짓고 숙식을 책임져야만 한다. 

중국 정부는 이곳에 스님들이 모여드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 단 2시간만 전기를 공급하고 철거를 하는 등 탄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력이 종교를 강제하고 억압할수록 종교는 더욱 꽃을 피우게 마련이다.

야칭스 방장 스님을 만나 선물을 주고받고 차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지도법사 정우 스님이 열악한 화장실 사정을 듣고 흔쾌히 화장실 불사를 해 주겠노라고 제안했다. 환영식을 마치고는 경내 호텔에서 점심 공양을 하였다. 이곳의 스님들에게 불편을 주지 말고 그냥 가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공안대장을 접촉해 설득한 끝에 언덕 위 파드마 삼바바 동상 앞에서 30여분 간 의식을 치룰 수 있게 허락을 받아냈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과 초원위의 지천으로 피어난 들꽃의 향연 속에 거대한 파드마 삼바바 동상이 자리한다. 그 앞에서 가사장삼을 수한 채 순례 대중은 예불과 반야심경 독송에 이어 정운 스님이 쓴 발원문을 봉독했다. 야칭스 성지가 길이 보존되기를 바라는 한결같은 마음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초원위에 정좌한 채 오랫동안 참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동안 하늘과 바람과 꽃과 초원, 그리고 야칭스 사원과 스님들을 떠올리며 참으로 많은 생각과 함께 새로이 신심과 원력을 다지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1시간여 의식을 마친 후 언덕위에 우두커니 선채 야칭스 전경을 바라본다. 저들의 삶과 수행을 보면서 알 수 없는 눈물과 희열이 교차한다. 이런 엄혹한 환경에서도 저리 열심히 수행하는데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였는지 모르겠다. 실로 한없이 부끄럽고 욕되기만 하다. 

이를 계기로 환골탈태하는 마음으로 내 삶과 수행을 점검하고 새로운 길과 희망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니 할 수만 있다면 이 곳에서 한평생 태어나지 않은 셈치고 공부하다 죽고 싶은 그런 심정이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고 떠나야만 하기에 영원히 잊지 않도록 다시  한번 야칭스를 두 눈과 가슴에 오롯이 담아 본다.

야칭스를 떠나가는 길에 이곳의 스님들은 도리어 어디를 갔다가 돌아오고 있다. 석양이 질 무렵에 삼삼오오 한데 모여 귀사하는 모습은 눈물겹도록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 뒷모습과 힘찬 발자국이 야칭스의 영원한 희망이라 믿는다.

불학원에서 만난 한 비구니 스님의 영롱한 눈빛과 결연한 입술, 그리고 환한 미소가 내 가슴에 선연히 남는다. 동자승의 맑고 고운 눈동자와 환한 웃음소리가 내 귀에 역력하기만 하다. 그 열악한 상황에서도 삶과 수행을 이어가는 그들 모두가 진정한 보살이자 수행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므로 불법과 진리가 세상에 영원 하듯이, 야룽강의 물이 마르지 않는한 야칭스와 수행전통도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원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순례 대중도 이곳에 마음 한 자락을 남기운채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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