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재硏·문화재청, 5년간 조사 진행

‘불교문화재 일제조사’ 일환
올해 전라도 16개 사찰 대상
3D스캐닝 등 디지털 기록화
미술사적 의미 찾는 연구도
추후 문화재 지정 추진 계획

보물 제486호 은해사 백흥암 수미단.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불단 2점 중 하나다. (재)불교문화재연구소와 문화재청은 5년간 전국 사찰 불단들을 정밀조사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불단(佛壇)은 사찰 전각에서 불상을 올려두고 예불하기 위한 용도로 제작된 일종의 받침대로 수미단(須彌壇)으로 불리운다.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문양으로 전각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눈길이 가는 사찰 목공예의 진수지만, 그동안은 전각의 구조물 중 하나로 여겨왔다. 그러다 보니 전각과 불상, 불화에 비해 불단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이 같은 불단의 문화재적 가치를 조사하기 위한 사업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와 문화재청(청장 정재숙)“‘불교문화재 일제조사’ 3차 사업 대상으로 불단을 선정하고 올해부터 5년간 전국 사찰의 불단들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한다331일 밝혔다.

불단은 건물 내부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불상을 봉안(奉安)하고 의례에 필요한 다양한 공양기물(供養器物)을 차리기 위해 마련된 구조물이다.

불단은 불상의 봉안과 예배 방식의 변화에 따라 제작 기술도 같이 발전해 왔으며, 당대의 우수한 장인(匠人)들이 시대상을 반영한 다양한 문양과 도상을 정교하게 조각하기 때문에 불교사·미술사 분야의 연구 자료로서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더불어 목패(木牌), 소통(疎筒), 촛대와 같은 다양한 의식구들과 어우러져 우리 불교문화의 전통과 독창성을 보여주고 있어 보존할 가치가 크다.

하지만, 이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불단은 건물의 부속물로 인식돼 불상, 불화 등과 같은 불교문화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했다. 주재료가 목재이기 때문에 수리가 쉽지 않고 변형되기 쉬우며 화재, 충해, 습기 등 외부 환경에도 취약해 보존·복원을 위한 원형자료 구축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있었다.

이에 ()불교문화재연구소와 문화재청은 그간 협력·진행해 온 불교문화재 일제조사3차 사업 대상으로 불단을 선정하고, 올해부터 5개년의 계획으로 정밀 조사를 추진한다. 1차 사업을 통해서는 사찰 소장 불교문화재 163367점의 현황 조사와 목록화를 진행했으며, 2차 사업으로는 114개 사찰 소장 불교 목판 27171점의 조사와 기록화를 완료했다.

사업 첫 해인 올해에는 전라도 지역 16개 사찰을 대상으로 한다. 조사는 정밀 실측과 2차원(2D) 디지털 촬영, 3차원 입체(3D) 스캐닝과 도면 작업 등을 통한 원형 디지털 기록화 작업을 하게 되며, 손상현황지도·수종(樹種)성분 분석 등 보존과학 조사와 안전도 점검 조사 등의 과학 조사도 병행된다. 해당 불단의 역사·미술사 의미를 연구하는 인문학 조사도 종합적으로 시행된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 추후 보존할 가치가 크다고 판단되는 불단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해 안정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한다는 게 문화재청의 계획이다. 현재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불단은 영천 은해사 백흥암 수미단(보물 제486), 김천 직지사 대웅전 수미단(보물 제1859) 2건뿐이다.

이번 조사에 대해 문화재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전국 사찰 불단의 현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해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사찰 목공예가 가진 우수성과 전통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더 나아가 불단에 조각된 다양한 문양과 도상(圖像)이 전통문화 콘텐츠로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불교문화재연구소장 제정 스님은 사찰 전각과 불화, 불상들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돼 연구와 보존 등이 이뤄져왔다. 하지만, 불단은 그간 등한시 돼 관리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면서 사찰 100여 곳의 불단을 정밀조사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사찰 불단의 불교미술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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