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국립박물관, 호류지 성보 주제 특별전
코로나19 관련 정부 요청에 무기한 연기

일본 내 코로나 19 확산세가 불교계의 각종 행사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문화재보호법 제정 7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했던 춘계특별전도 무기한 연기됐다. 특히 해당 특별전에서는 호류지 금당 벽화 원본과 백제관음상 등 그동안 만날 수 없었던 성보들이 대거 전시될 예정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적지 않다.

일본의 ‘야후 재팬 뉴스’는 3월28일 이와 관련 “도쿄박물관은 춘계특별전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음에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 19로 각국이 이동과 집회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여러 공공기관 역시 무기한 휴관조치에 들어간데 따른 것이다.

도쿄국립박물관 춘계특별전은 1950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 제정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호류지 금당벽화와 백제관음’을 주제로 마련됐다. 일본 문화재보호법이 1949년 호류지(法隆寺) 금당 해체수리 중 일어난 화재로 금당과 금당벽화가 전소된 사태를 계기로 제정됐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담겼다. 당시 벽화는 화재진압에 사용된 고압소방호스의 물로 2차 훼손을 입었고, 별도의 장소로 이운됐던 불상등과 벽화의 일부만이 소실을 면했다. 호류지 사건은 문화재 보호에 대한 여론이 고조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이듬해 문화재보호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이 '호류지 금당벽화와 백제관음'을 주제로 마련한 특별전이 코로나 19의 여파로 무산됐다. 사진은 언론에 공개된 백제관음상. 사진출처=야후재팬 뉴스

각별한 의미가 있는 만큼 도쿄국립박물관과 호류지 측은 이번 전시에서 그동안 비공개로 보존했던 소실된 원래 벽화의 일부를 공개키로 했으며, 소실 전 모사됐던 모사도 모두 한자리에 공개해 원본과 대조하여 볼 수 있는 전시로 기획했다. 또 박물관 측은 지난해 가을, 특별전 기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호류지가 자랑하는 성보 백제관음상을 함께 전시할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백제관음상은 23년전 특별전 이후 호류지를 떠나 대중에 공개된 바 없다.

이와 관련 도쿄국립박물관 측은 “3월13일부터 특별전이 시작 될 예정이었으며, 이미 백제관음상은 물론 모든 유물과 전시자료를 특별전시관에 전시해둔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나 특별전은 일본정부의 요청으로 2월27일부터 3월16일까지 임시휴관이 결정되면서 연기됐으며, 휴관종료 후 정부가 연장휴관을 재차 요청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박물관 측은 “정부의 연장 요청에 정해진 기한이 없어 언제 끝날지 알 수 가 없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언론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공개된 특별전에 참가한 ‘일간 스파’의 츠바키 기자는 “아무도 없는 전시실 한 가운데 덩그러니 백제관음상이 서있었다”며 “어둠 속에서도 당당한 카리스마를 보이는 불교미술의 걸작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 언제 재개될지 모를 특별전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박영빈 객원기자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