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현해 대종사 회고록 출간
1958년 오대산 월정사서 출가
동국대 불교학과 종비생 1기
2007년 원로의원·대종사 추대
4개 국어 〈법화경〉 3권 완간

오대산 노송·연암현해 스님 회고록 연암현해 지음 / 민족사 펴냄 / 1만9천5백원

 

“나 자신을 돌아보니 마치 구부러진 오대산의 병든 노송(老松)과 같아서 타인들에게 그늘이나 좋은 쉼터를 주지 못했다.”

한국불교의 대표적 학승으로 불리는 연암현해 스님이 회고록을 출간했다. 〈오대산 노송〉이다. 어느덧 구순을 바라보는 스님은 자신을 오대산 노송에 비유했다.

“나는 보배보다 값진 그 마음을 알고 싶었다.”

1958년, 스물네 살의 청년은 무작정 오대산 월정사를 찾았다. 전쟁 이후 혼돈의 시대에 머리를 깎고 수행자가 된다. 지난한 세월을 지나온 스님은 어느덧 구순을 바라본다. 오대산 월정사 회주 연암현해 대종사. 한국불교의 산 역사이자 대표적 학승으로 종단을 받치고 있는 현해 스님의 삶과 수행의 시간은 우리 근현대사 속에서 스스로 주인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초인의 삶이다.

돌아보니 자신이 마치 오대산의 굽고 병든 노송 같아서 대중에게 넓은 그늘과 쉼터가 되어주지 못한다고 탄식한다. 하지만 숲은 노송들의 나이테가 넓혀온 것. 노송은 분명 숲을 넓혔고, 노장은 이 땅의 불교를 넓혔다. 책은 오대산 노송의 나이테다.

제1장 ‘기독교 집안에서 피어난 법연(法緣)의 꽃’은 스님의 출가 전 이야기이다. 해방 이전의 어려운 생활상과 가족들의 이야기, 학교 진학의 어려움과 공부에 대한 열망, 그리고 기독교에 대한 회의를 품고 방황하는 청년기의 삶을 볼 수 있다.

제2장 ‘오대산 월정사로 출가하다’는 은사 희찬 스님을 만나 출가하여 수행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공부했으며, 돈과 명예, 권력 등에 얽매이지 않은 대자유의 삶을 회고한다.

제3장 ‘만행과 운수 행각의 길’에서는 흥복사 주지 직무대행 소임을 보면서 겪은 일화를 소개한다. 비구와 대처의 갈등 속에서도 묵묵히 불사를 일으켰으며, 절도와 강도 사건을 만난 이야기, 인근 초등학교 교장과의 마찰 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제4장 ‘동국대 종비생 1기, 희망의 꽃을 품다’는 청년기 공부에 대한 열망은 출가 뒤에도 이어졌고 다시 대학 진학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종비생(宗費生) 제도가 생겨 제1기 종비생으로 동국대학교에 입학한 뒤 종비생들이 중심이 되어 불교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친 이야기도 보인다. 대학에 다니는 승려는 환속 준비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딛고 묵묵히 학업에 정진했던 모습과 동국대학교 재학 승려들을 모아 ‘석림회’를 창립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제5장 ‘나의 스승 나의 은사’에는 은사 희찬 스님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삶과 수행의 길잡이가 되었던 범룡, 석주, 청담, 벽안 스님 등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특히 벽안 스님의 휘호 ‘고해보벌(苦海寶筏, 고통의 바다를 건너는 보배로운 배)’은 일본 유학길에 오른 현해 스님을 배웅하기 위해 벽안 스님이 김포공항에 직접 나와 격려하며 전해준 것으로 평생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제6장 ‘만학도, 현해탄을 건너다’에서는 〈법화경〉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일본 유학생활의 면면과 함께 공부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되짚어보게 한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차이를 소개하며 일본 학계에서 검소함과 치밀함을 배웠다고 한다.

제7장 ‘회향, 수행자로 사는 법’에서는 전두환 신군부 정권이 들어선 직후 중앙승가대학 부학장으로 재직하면서 ‘세상의 불의에 맞서 싸울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와 10·27법난의 아픔 등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와 더불어 월정사 주지, 동국대 이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느낀 수행자로서의 삶에 대한 깨달음과 가르침이 담겨 있다.

제8장 ‘낙엽귀근(落葉歸根), 돌아갈 자리를 생각하며’에서는 조계종의 어른으로서 청정승가의 수행 가풍이 한국불교의 새로운 희망이라고 강조한다. 조계종 종통관(宗統觀) 문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하며 조계종 대종사 법계 품수를 받은 이후 불교계 원로로서 한국불교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월정사와의 법연으로 입은 무량한 은혜를 회고한다.

지나온 시간을 담담하게 전하는 현해 스님의 말씀은 때로는 박장대소로, 때로는 눈물로 읽힌다.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근현대불교사를 관통하는 한국불교의 역사를 보는 시간일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불교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일 수 있다. 현재 자신이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느냐에 따라 현해 스님의 이야기는 다른 깊이와 모습으로 다가온다.

저자 연암현해 스님은 1935년 경남 울산에서 9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나, 1958년 월정사에서 만화희찬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60년 탄허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6년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1964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종비생 1기로 입학해 1968년에 졸업했으며, 1973년 동국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초청 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고마자와대 박사과정을 마쳤다. 중앙승가대와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오랫동안 〈법화경〉을 강의했다. 월정사 주지, 학교법인 동국학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조계종 제3ㆍ7ㆍ10대 종회의원을 지냈으며, 2007년 조계종 원로의원 및 대종사로 추대됐다. 〈법화경요품강의〉를 펴냈으며 4개 국어 대조본 〈묘법연화경〉을 3권으로 완간했다.

현재 (재)불교문화진흥조계종 성찬회 이사장, 월정사 및 법종사 회주로서 월정사 서울포교원 법종사에서 대중을 만나고 있다. 법문집 〈아프니까 더 살 만한 세상〉 등이 있다.

연암현해 대종사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