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일상(一相)삼매와 일행(一行)삼매

〈문수사리소설마하반야바라밀경(文殊師利所說摩訶般若波羅蜜經)〉은 약어로 〈문수설마하반야경〉이라고도 부르며, 양(梁)나라 때 부남국[扶南國, 지금의 캄보디아]의 삼장 만다라선(曼陀羅仙)이 CE 503년에 한역(漢譯)하였다.

이 경은 차별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 반야바라밀과, 우주의 근원에 마음을 집중하는 일행삼매(一行三昧)를 설한 경이다. 상권에서는 무상(無相)의 반야바라밀다에 대해 설하면서 관불(觀佛)을 강조하고, 하권에서는 무상의 일행삼매를 염불(念佛)삼매와 관련하여 설한다.

당(唐)의 현장(玄?)이 번역한 〈대반야경(大般若經)〉 600권은 반야부 경전의 약 3/4을 차지하는 방대한 경으로, 전체가 16회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7회는 만수실리분(曼殊室利分)으로 제574~575권이며, <문수설마하반야경文殊說摩訶般若經>과 동일한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

일행삼매는 중국의 선불교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4조 도신(道信)과 5조 홍인(弘忍)을 거쳐 북종선(北宗禪)의 신수에게 전해졌고, 신수는 일행삼매를 소의(所依)의 수행법으로 삼았다.

6조 혜능(惠能)도 일행삼매를 강조하였으며, 〈육조단경〉 종보본(宗寶本) 제10 부촉품에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고자 하면 일상(一相)삼매와 일행삼매에 달(達)해야 한다고 하였다. 일체종지는 붓다만이 갖춘 것이니, 일체종지를 얻는다는 것은 곧 붓다가 되는 것이다. 또한 불생증애[不生憎愛, 미워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지 말라]를 말하였다. 증애를 내지 않으려면 시비분별심이 없어야 한다. 이것이 일상삼매이다.

혜능은 순일직심[純一直心, 순일하고 곧은 마음]이 부동도량[不動道場, (우주의) 근본을 떠나지 않음]하는 것이 일행삼매라 하였다. 정혜(定慧)를 함께 닦아야 하는데, 일상삼매는 곧 혜(慧)를 닦아 통달하는 것이고, 일행삼매는 곧 정(定)을 닦아 통달하는 것이다. 일상(一相)은 곧 우주의 근원이어서, 일상삼매는 우주의 근원자리에 이르는 것이다. 일행(一行)은 일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어서, 곧 일상삼매가 이어지는 것이 일행삼매이다. 일상삼매가 우주 근본자리의 사진을 찍는 것이라면, 일행삼매는 동영상을 찍는 것이다.

“육조대사께서 다시 또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이 만약 (일체)종지(種智)를 성취하고자 하면, 마땅히 일상(一相)삼매와 일행(一行)삼매에 달(達)할지니라. 만약 모든 곳에 처(處)하더라도 상(相)에 머물지 않고, (만나지는) 여러 현상들 가운데에서 증애[憎愛, 미워하고 좋아함]의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한다. 또한 취사선택을 하지 말고, 이익(여부)도 생각지 않고, 성괴[成壞, 이루고 허물어짐] 등의 일도 생각지 않고, 평안하고 한가롭고 고요하며, 거리낌과 욕심 없이 깨끗하고 맑은 경계를 일상삼매라 한다. (또한) 만약 일체처(一切處)에 다니고 머물거나 앉고 눕거나 간에 순일직심[純一直心, 순수한 하나의 곧은 마음]이 도량[道場, 근본자리. 본체]을 여의지 않으면 진실로 정토를 이루니라. 이것을 일행삼매라고 한다.

만약 사람이 일상삼매와 일행삼매를 모두 갖추면, 땅에 씨를 뿌려 대지가 씨를 잘 품어서 오래 기르고 익혀 열매를 맺게 하는 것과 같도다. 내가 지금 설법하는 것은, 마치 때에 알맞게 비가 내려 대지를 널리 잘 적시는 것과 같으니, 그대들의 불성도, 비유하면 종자가 비를 만나 두루 젖어 윤택해지고 싹을 틔우듯이, 내가 말한 일상삼매와 일행삼매의 뜻을 받드는 자는 결정코 보리(菩提)를 획득하고, 나의 가르침대로 수행하는 이는 진실로 붓다의 묘한 과보를 성취한다.’”

〈六祖大師法寶壇經 T2008_.48.0361a26-b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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