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연극으로 전해진 목련존자 孝行

지옥에 간 어머니 구한 목련존자
〈목련경〉 〈목련구모경〉 전해지나
〈우란분경〉 모본해 개작된 ‘변문’
속강승 통해 구연되며 내용 전해
당시 불교 포교·대중화에 큰 역할
韓中日 변문 바탕 변상판화 조성

중국 감숙성 유림19굴 ‘목련변문변상도’의 모습. 10세기 중반에 조성됐다. 유통되던 목련변문을 도상화 한 것이다.

동아시아 최고의 효자를 꼽는다면 아마도 목련존자가 아닐까. 생전의 악행으로 지옥에서 고통받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지옥의 문을 열고 어머니를 구한 목련의 이야기는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알고 있는 고사이다. 목련(目連)은 산스크리트어인 ‘Maudgalyyana’를 음사한 목건련(目健連)의 약칭이다.

그는 기원전 5세기 경 중인도 마가다국의 바라문 출신으로, 여섯 종류의 초인적 능력을 얻어 신통제일이라고 칭송됐다. 처음에는 육사외도(六師外道)의 한 사람인 산자야 벨라티푸타의 제자였으나, 후에 사리불(舍利弗)과 함께 석가모니에 귀의해서 제자가 되었다.

목련이 어머니를 구한 이야기가 기록된 경전을 〈목련경〉, 〈불설대목련경〉 혹은 〈목련구모경〉으로 칭하며 송대(宋代) 법천(法天)이 번역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우란분경(盂蘭盆經)〉을 모본으로 하여 개작한 변문(變文)이다. 〈목련경〉이라는 명칭 때문에 불교경전으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불교경전이 아닌 문학의 한 형식으로서 어떠한 대장경에도 속해져 있지 않다. 한편 〈목련경〉의 근원이 되는 〈우란분경〉은 서진(西晋, 265~317)시기 축법호(竺法護)가 번역하였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 역시 산스크리트어 원전이나 티베트어 역본이 존재하지 않는 위경(僞經)이다. 〈우란분경〉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처의 제자가 된 목련이 신통력을 얻어 망자의 세상을 살펴보니, 생전에 불법을 비방한 어머니가 아귀도(餓鬼道)에 떨어져 고생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목련의 어머니는 음식을 집어 입에 넣으려고 할 때마다 불에 타 재가 되어 먹을 수가 없었기에 피골이 상접한 아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를 본 목련이 자신의 신통력으로 어머니를 구하려 하였지만, 그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여 부처의 가르침을 받아 음력 7월 15일에 여러 승려들의 도움을 받아 우란분회(盂蘭盆會, ullambana)를 열어 아귀도에서 어머니를 구해내었다.

당나라의 불교계는 승려의 강경활동과 대중화를 위하여 불교의 중요한 내용을 속강(俗講)하는 일이 늘어나게 되었고, 이에 불교의식과 문학에 세속적인 요소가 많이 유입되었다. 그 결과 당대부터 발생한 변문이 유행하였고 불교미술에 다양하게 표현되었는데, 현재 중국의 하서지역 석굴사원 및 돈황 장경동에서 출토된 다양한 종류의 변문과 이를 도해한 변상도가 존재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목련변문’과 ‘항마변문’이다.

‘변문’이란 당대부터 발생해 당말오대 시기에 성행했던 운문과 산문이 섞여 있는 구어체의 문장으로 ‘강창류’의 문학 형식에 포함된다. 변문의 발생과 기원, 용도에 관해서 매우 많은 견해가 존재하는데, 공통적인 의견은 ‘구연’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구연’은 대중성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때 속강승(俗講僧)이라 불리는 승려들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사람들을 모아 경전을 낭독하며 불법의 전수와 포교활동을 하였다. 점차 대중성이 강조되면서 당시 일반인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소제인 중국 전통의 ‘효’사상과 이미 우란분회라는 불교행사로 널리 알려진 목련존자가 어머니를 구하는 이야기는 가장 인기 있는 공연이었을 것이다.

20세기 초 돈황의 장경동에서 많은 필사본이 발견되었으며, 그 중에서 ‘변(變)’ 혹은 ‘변문(變文)’이라 기록된 문건은 9종류로서, 특히 목련고사 관련 변문이 아홉 점이나 포함되어 있어 목련변문의 유행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 목련구모와 관련된 아홉 건의 변문은 앞서 살펴본 〈우란분경〉의 내용보다 목련의 가정환경과 지옥이야기가 훨씬 구체화되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그 첨가된 대략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출가하기 전에 목련의 이름은 나복(羅卜)이었고 불심이 깊었으며, 타국과의 무역을 위해 가산을 나누어 어머니께 맡긴 뒤 승려에 대한 시주와 어려운 사람 구제에 힘쓸 것을 부탁하고 길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천생이 욕심 많고 잔인하여 나쁜 일을 많이 행하였기에 목숨을 잃고 아비지옥에 떨어져 극한의 고통을 받게 되었다. 한편 출가하여 큰 깨달음을 얻고 돌아온 목련이 신통력으로 명간을 살펴보니 어머니가 지옥에 있어, 어머니를 찾아 아비지옥, 소흑암지옥, 아귀도 등 여러 지옥을 순례하였다, 이후 어머니가 개로 환생하자 부처의 가르침을 얻어 여러 승려들이 협력하여 주문을 외우면 풀려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우란분회를 열어 어머니가 도리천에 이를 수 있었다.

일본 곤고우지 소장 〈목련경판본〉의 모습. 변상도와 함께 경문이 확인된다.

〈우란분경〉과 〈목련변문〉과의 공통점은 목련의 효행으로 패악 때문에 지옥에 떨어졌던 어머니를 하늘에까지 이르게 하였다는 것이다. 유교의 효사상과 불교의 윤회사상이 결합된 〈우란분경〉은 중국의 민간문학인 〈목련변문〉으로 변화되면서, 민간으로 급속히 전파될 수 있었다. 즉 당시에 변문이 불경과 같은 교화와 대중포교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황실과 지배층에서 ‘효’를 선호하여 더욱 적극적으로 유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은 1536년에 제작된 전라도 소요산 연기사본(烟起寺本) ‘목련경판화’를 포함해 10여종 이상의 목련구모 관련 판본이 알려져 있으며, 일본은 교토 곤고우지(金光寺)소장의 ‘목련경판화’가 원 1251년에 제작된 판본을 일본에서 1346년에 재판각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유통되고 제작된 다양한 ‘목련경판화’의 기원에 관해 살펴보면, 내용이 〈우란분경〉보다는 확실히 〈목련변문〉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돈황에서 발견된 아홉 종류의 〈목련변문〉들 중에서 각각의 내용을 세밀히 살펴보면 921년에 제작된 S.2614 〈대목건련명간구모변문병도일권병서(大目乾連冥間救母變文竝圖一卷竝序)〉의 내용이 현존 한국과 일본의 목련경판화와 가장 일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느 시점에 S.2614 목련변문의 내용이 한국과 일본에 전달이 되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으나, 현존하는 판화를 볼 때 한국과 일본은 각각의 표현방식대로 목련구모의 고사를 표현하였다고 본다.

목련경은 불교경전인 〈우란분경〉을 모본으로 하여, 당시에 유행하던 불교의 윤회사상과 지옥이야기 그리고 유교의 ‘효사상’을 첨가하여, 세속적인 문학의 형태로 변형시킨 〈목련변문〉에 도상학적 기원을 두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나아가 돈황 장경동에서 출토된 목련구모와 관련된 변문 중에서 영국 대영박물관 소장의 S.2614 〈대목건련명간구모변문병도일권병서〉의 내용이 가장 밀접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 전 〈현대불교신문사〉의 지난 2월 10일자 “불교극 계승한 ‘송광사 연희대본’ 발굴”의 기사를 읽으며, 당대 8세기의 민간문학과 공연이 불교를 통해서 면면히 이어져 송광사 연희대본 ‘목련극각색’으로 20세기 초까지 현존하였음을 확인하였다.

어떻게 변문과 변사를 활용하여 민간에 적극적으로 불교를 전파하고 교리를 쉽게 전달할 생각을 했을까? 21세기의 교육방송보다 시대를 앞서가는 불교의 활용성은 정말 놀랍다. 미술을 통해서 본 불교는 가장 포용력 있는 종교이며, 가장 생명력이 강하고, 인공지능 컴퓨터 보다 월등히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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