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열리는 연등회와 봉축행사가 한 달 연기됐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축제를 개최할 수 없기에 ‘연기’라는 용단을 내린 것이다.
올해는 윤달이 있어 윤4월 8일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이는 쉽지 않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해 열리는 연등회와 봉축행사를 연기한다는 것은 고려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사례를 찾아볼 수 없어서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이자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의 발표처럼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감염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위중한 상황에서 감염예방과 확산 방지에 동참하기 위해서” 내린 불교계의 대승적 결단이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30일 예정된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을 윤4월 초파일인 5월 30일로, 4월 25일 예정된 연등회를 5월 23일로 일정을 바꿔 개최한다. 나아가 기존 부처님오신날인 4월 30일, 종단협 소속 1만5000개의 사찰에서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를 입재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
<유마경>의 주인공 유마 거사는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 중생이 아프고 괴로운 데 내가 어찌 행복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불교가 보여준 용단은 이 같은 대승불교의 정신에 바탕하고 있다.
이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생긴 만큼 불교계는 준비를 충실하게 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이 진정 국면에 들어가도 방심하지 말고, 준비 과정과 모임에서도 개인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하루 속히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5월 30일 봉행되는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이 부처님 오심을 찬탄하고 병마 극복의 축제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