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포교, 불교 당면 과제
어려운 교리로 진입장벽 높아

남방불교 등 ‘자따까’ 활용해
사원서도 부처님 본생담 담긴
부조·벽화 쉽게 만날 수 있어
어린이에게 흥미와 감동 전해

韓사찰 위엄있는 불상·불화만
설화 활용 벽화 조성 어떨까
청소년 불교 접근 도움될 것

청소년 포교는 오늘날 불교계에 주어진 숙제이자 당면과제다. 사실 불교는 청소년들에게 접근하기 쉬운 종교가 아니다. 한참 뛰어 놀아야할 아이들에게 앉아서 명상을 하라고 가르쳐야 하고, 한하고 싶은 일이 많은 아이들에게 어른들도 지키기 어려운 5계를 서약하고 지켜야 한다고 가르친다.

일전 잘 아는 출판사에게 어린이를 위한 불교란 주제로 책을 한권 써보지 않겠느냐는 원고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 60페이지 정도의 작은 단행본으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내용이면 좋겠다고 했다. 흔쾌히 승낙학고 책상에 앉아 집필을 하려 했지만 도저히 할 수 없어서 석달 후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한참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앞으로 너희들이 살아갈 세계는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으며 계속해서 다시 태어나 계속해서 괴로움을 받게 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기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불교는 4성제 8정도 12연기에 대한 교리들로 가득 차 있다. 이 개념들은 어렵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율장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심오하고 깊이가 있어서 욕망으로 물든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단언하고 있다. 어른들에게도 어려운데 어린이들에게는 얼마나 더 난해하겠는가?

그렇다면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와 같은 남방불교에서도 어린이들이 처음부터 4성제 8정도 12연기를 통해 불교를 만날까. 이에 대한 해답은 불교설화전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인도불교와 남방불교는 수없이 많은 설화들에 불교적 색체를 가미하여 생산해왔다. 자따까(Jtaka)로 알려진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와 아와다나(Avadana)로 알려진 부처님 주변 사람들 덕행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우리들에게 본생담으로 익숙한 부처님의 전생이야기는 32성인상과 80종호를 갖추고 윤회하는 세계에 마지막으로 태어나기까지 수없이 많은 과거 생에서 행했던 많은 공덕들을 열거하고 위대함을 찬탄하고 있다. 이때 부처님은 전생에서 동물로도 태어나고 인간으로도 태어나고 신으로도 태어나기 때문에 우리들의 세속적 삶과 연결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불교에 대한 흥미와 종교적인 감동을 준다.

인도불교의 사원 유적에서 우리는 쉽게 부처님의 전생이야기를 표현한 부조들을 만날 수 있다. 동남아시아의 불교 사원들과 네팔의 티베트불교 사원의 벽에는 부처님의 일생 이야기와 함께 자따까와 아와다나 이야기를 표현한 벽화들로 가득 차 있다. 많은 동남아시아의 어린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방문한 사찰의 벽에 표현된 자따까를 통해 불교를 만나고 자따까에서 만난 부처님의 선행과 덕행에 감동하며 불자가 되어간다.

한국불교의 명산 대찰들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멋진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법당 내부 또한 위엄있고 당당하며 기품있는 불상과 불화들이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의 불교사원들에게 쉽게 볼 수 있는 자따까와 아와다나를 표현한 벽화들은 찾아볼 수 없다. 부처님 일생에서 8가지 중요한 장면들을 묘사한 팔상도를 보존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있어서 팔상도는 사찰의 중심에서는 밀려나 있다.

청소년포교가 시급한 현실에서 불교의 설화전통을 복원하고 사찰의 내·외부를 재미있고 아름다우며 우리에게 종교적인 감동을 주는 설화들을 표현한 벽화들로 가득 채우면 어떠할까?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어린이들이 절에 오기를 즐기고 훌륭하고 아름다운 불교설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불자로 커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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