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연기법과 인공지능 조애너 매이시 지음/ 이중표 옮김 / 불광출판사 펴냄/ 2만2천원

 

오늘날의 일반시스템이론과 2600년 전에 탄생한 불교의 사상체계를 통해 자연시스템의 법칙(Dharma)을 설명한다.

신간 〈붓다의 연기법과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을 탄생케 한 시스템이론과 인공두뇌학의 기원을 불교의 연기법과 비교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자연시스템을 설명한다.

인공 지능의 개념은 이미 2차 세계대전 때 시작됐고, 인공지능에 영향을 끼친 시스템이론은 유럽 중세시대에 태동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시스템이론과 너무도 흡사한 사상을 발견할 수 있다. 2600년 전 탄생한 佛法의 요체 ‘연기법’이다.

책은 두 영역에서 공통점을 찾아 하나로 엮어낸다. 이러한 상호해석을 통해 인공지능은 물론, 생명ㆍ생태ㆍ윤리 등에 관한 철학적 토대와 도덕적 근거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인공지능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우리 일상 속에 와 있었다. 밝은 미래와 암울한 미래의 엇갈린 시선이 공존하지만 인공지능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얼마 전 알파고의 등장과 그 성과는 인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밝은 미래’와 ‘암울한 미래’ 사이에 서있는 인류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할 것인가. 또 어떤 모습을 찾아가야 할 것인가.

“우리의 세계를 치유하기 위해서, 우리는 계층적 실재관과 단일 방향적 ‘인과’ 패러다임으로부터 물려받은 물질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로부터 벗어나야만 한다. 사실 불교와 시스템이론은 물질계가 이미 마음과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정신적 사건들과 인과적으로 함께 발생하는, 또는 그것들이 분리할 수 없는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나는 이러한 시각이 인간의 의식을 구원하고 폭넓게 한다는 사실이 이 책을 통해 전달되기를 희망한다.”

책은 일반시스템 이론과 불교의 연기법이라는 두 사상 체계를 활용해서 상호인과율의 특성을 밝히고 자연시스템의 법칙(Dharma)을 설명한다.

생태철학자이자 불교학에도 조예가 깊은 저자 조애너 메이시는 기원과 목적이 너무나도 다른 불교의 연기법과 현대의 시스템이론이 상호해석 가능하며, 이를 통해 두 사상을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다. 두 사상을 연결하는 고리는 ‘상호인과율’이다. 상호인과율이란 원인과 결과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뜻으로, 원인과 결과가 일방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하며 원인들끼리도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순환적 인과관계, 또는 호혜적 인과관계, 상호적 인과관계, 상호결정 등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일반 시스템이론이 바로 이 상호인과율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 상호인과율은 이미 오래 전에 있었던 불교의 ‘연기법’과 닮아 있는 것이다. “연기를 보는 사람은 법을 보고, 법을 보는 사람은 연기를 본다”고 경전이 전하는 것처럼, ‘연기’는 붓다가 깨달은 실체 그 자체이다. 연기법 안에서 실재는 역동적인 상호의존적 과정으로 나타난다. 현상은 불변하는 본질 없이 신체적, 정신적 요소들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발생한다. 따라서 ‘무아’이며,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한다. 이것을 오늘의 언어로 바꾸면 ‘자연 시스템 법칙’이 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상호작용 속에 자아는 없다고 말하는데, 이는 곧 인공지능이 더 발달해 인간처럼 사유하고 판단하게 되더라도 결국 ‘무아’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된다. 저자는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자연 시스템에서도 고정불변의 속성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상호인과율로 통칭되는 이 이론에서, 인간 개개인이 그 상호발생적 패턴에 참여하고 있음을 인정할 때, 인간 의식의 구원은 물론 미래 사회의 긍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불교와 현대과학 이론을 융합하여 철학적 토대를 마련한 저자의 뛰어난 통찰력은 우리에게 인류의 미래를 밝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인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책은 현대의 시스템과 불교가 그 기원과 목적이 명백하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상호 해석이 가능하고, 상보적인 해석을 통해 두 사상이 보다 확실하게 이해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보적인 해석을 통해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포괄하는 원리들이 드러나며, 그것들이 우리 시대에 출현한 생태학적 세계관의 철학적 토대와 윤리적 근거가 된다는 것이 책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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