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설하고 들을 줄 안다는 것
법 설하고 들을 줄 안다는 것
  • 현불뉴스
  • 승인 2020.03.2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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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진여자성

대덕들이여, 여러분이 우선 빛 그림자를 희롱하는 사람이 바로 모든 부처님의 본원이요, 모든 곳이 도를 닦는 이들이 돌아가는 집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여러분들의 사대로 이루어진 육신은 법을 설할 줄도 들을 줄도 모르며, 오장육부도 법을 설할 줄도 들을 줄도 모르며, 허공도 법을 설할 줄도 들을 줄도 모른다.

무엇이 법을 설하고 들을 줄 아는 것인가? 바로 여러분 눈앞에 역력한 것이 아무 모양도 없으면서 홀로 밝은 이것이 법을 설할 줄도 알고, 들을 줄도 아는 것이니 만약 이것을 바로 알 것 같으면 조사의 부처와 다르지 않다.

다만 모든 시간 속에서 끊어짐이 없이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이것인데 단지 망정이 생겨 지혜의 작용이 막히고 생각이 변하여 본체와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계에 윤회해서 가지가지 고통을 받는 것이다. 만약 산승의 본 것을 가지고 말하면 매우 심오하지 않음이 없으며 해탈의 경계가 아닌 것이 없다.

부처가 무엇인가? 임제는 바로 우리 자신들이 일상에서 보고 듣고 하는 빛 그림자가 부처의 본래 근원이라고 말한다. ‘번뇌가 곧 보리’라는 말과 상통하는 말이다. 빛 그림자(光影)란 견문각지(見聞覺知)하는 마음의 그림자다. 쉽게 말해 감각으로 보고 듣는 그 속에 부처의 정체가 내재해 있다는 말이다. 흔히 진여자성(眞如自性)이라고 말하는 그것이다. 몸을 놀리고 생각을 움직이는 것이 이것의 작용이다.

이어 임제는 법을 설하고 들을 줄 아는 주인공이 그것이라고 말하면서 사대(四大)로 구성된 육체나 오장육부가 법을 설하거나 듣지 못하며, 허공도 그러지 못한다고 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형체가 없는 밝은 것이 법을 설하고 듣는다 한다. 이것을 보는 이가 불조(佛祖)요, 중생들은 망정이 생겨 이것을 못 보고 지혜가 막혀 윤회를 면치 못하고 온갖 고통을 받는다 하였다. 영원한 인격적 생명인 진여자성은 심오하기 그지없으며 언제나 초월적 절대의 자리에 있는 것이지만 깨닫지 못하면 이를 파악할 수 없다고 일러 놓는다.

“모든 시간에 중간에 끊어짐이 없다(一切時中에 更莫間斷)”는 것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을 말한다. 다시 말해 시간과 공간의 지배를 받지 않는 무위법(無爲法)이다. 마음은 허공과 같아 과거 어느 시점에 생겨나거나 미래 어느 시점에 소멸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있고 없는 유무의 경계를 벗어난 것을 말한다.

서산대사의 오도송(悟道頌)에 “머리털은 희어지지만 마음은 희어지지 않는다” 는 말이 나온다.

髮白心非白 머리털은 희어지지만 마음은 희어지지 않는다고
古人曾漏洩 옛사람들이 일찍이 말해 왔는데
今聞一聲鷄 지금 닭 우는 소리 한 번 듣고
丈夫能事畢 장부가 해야 할 일 마쳐버렸네

금강산에서 내려와 남원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다 지리산 아래 어느 마을을 지나다 낮에 닭 우는 소리를 듣고 지었다는 시이다. 첫 구의 뜻은 몸은 늙으나 마음은 늙지 않는다는 말이다. 땅위에 있는 만물은 연륜이 있지만 허공인 하늘은 연륜이 없다는 말이다.

마음 마음 하지만 생각이 덮여 있지 않은 마음과 생각이 덮여 있는 마음 두 가지 마음을 이야기 한다. 전자를 진여심(眞如心)이라 하고 후자를 생멸심(生滅心)이라 한다. 진여심 그것이 깨달음(覺)이다. 그리하여 〈대승기신론〉에서는 깨달음을 정의하여 “마음의 본바탕에 생각이 떠나간 것(心體離念)”이라 하였다. 하늘에 구름이 끼면 날씨가 흐리고 구름이 걷히면 청명한 날씨가 되듯 허망한 생각이 떠나갈 때 빛이 나는 마음이 회복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이 일어나는 것도 진여에 의해서다. 바다가 강에 물이 있으니까 파도가 일어난다는 논리다. 파도가 쉰 고요한 물이 되어야 거울처럼 비춰줄 수 있는 성능이 발휘된다. 이것이 해인삼매(海印三昧)요 이것이 선(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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