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연장’ 의미를 듣다?

한 달간 코로나19 극복 기도
종교, 비타민 같은 존재돼야
“5월30일 병마 극복 축제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온 국민이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축제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봤습니다. 조계종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종단부터 문화체육관광부까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고,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연기하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이는 국민 건강을 우선한 대승적 결단입니다.”

3월 18일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의 기자회견 직후 만난 조계종 문화부장 오심 스님<사진>은 불교계의 봉축 기간 연장 결정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승적 결정”이었음을 강조하며 말머리를 풀었다. 

기실 불교계의 부처님오신날 봉축 기간 연장 결정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4월 30일로 1975년 공휴일 지정 이래 첫 양력 4월 부처님오신날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지난 2월 말부터 연등회 등 봉축행사 연기를 깊이 고민했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뜻을 기리기 위한 불교도의 최대 축제일을 뒤로 미루는 것에 고민과 부담이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 중생이 아프고 괴로운 데 내가 어찌 행복할 수 있는가’라는 유마 거사의 말처럼 우리 불교계는 이웃의 아픔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종단과 종단의 본말사들도 90%에 가깝게 ‘기간 연장’에 찬성했고, 이를 결정해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은 4월 30일에서 윤4월 8일인 5월 30일로 연기되고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도 5월 23일로 날짜가 변경된다. 기존 부처님오신날인 4월 30일부터 한달동안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사찰들이 일제히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를 진행한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종교는 국민 생활의 윤활유가 돼야 합니다. 심리적 비타민 같은 존재여야 하죠. 특정 종교에서 예배를 강행하는데 이는 국민과 사회에 누를 끼치는 행위입니다. 사회가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아픔을 공감해주고 함께 아파해주는 것이 바로 자비이고 사랑입니다. 이것이 종교가 가진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심 스님은 한 달의 시간이 생긴 만큼 더 여법하게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준비를 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5월 30일 법요식이 이를 기념하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는 기원도 전했다. 

“4~5월이 되면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종식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래서 5월에 열릴 연등회와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이 부처님이 세상에 오신 뜻을 찬탄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축하하는 축제의 장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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