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복 기도정진 4월 30일 대대적 입재

봉축법요식 윤4월 초파일로
연등회는 5월 23일로 연기
“국민과 함께 극복해나갈 것”
코로나19 따른 탄력적 운영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의 한 달 연기를 결정한 불교계.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 원행 스님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의 개최를 비롯한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앞둔 불교계가 유례없는 한 달 연기를 결정했다. 앞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산문폐쇄와 법회 취소 등 다양한 선제 대응에 나선 데 이어 연간 최대 행사마저 연기하는 용단을 내린 것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이자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은 31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일정의 연기 결정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종단협 수석부회장 문덕 스님과 차석부회장 회성 정사 등 부회장단이 함께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국민과 함께 극복해 나가겠다는 문구가 적힌 파란색 현수막 앞에 선 원행 스님은 불교계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직후부터 자발적으로 법회 등 일상적인 종교 활동을 자제토록 해왔고, 모든 사찰이 이를 실천함으로써 부족하나마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는 데 노력해왔다. 이제 더 나아가 위기 극복을 위한 불교계의 적극적인 동참 의지를 밝히고자 한다면서 위기로 인한 아픔을 국민과 함께하고 치유와 극복에 매진하고자 봉축행사 일정을 윤4월인 5월로 변경해 치를 것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불교계는 오는 430일 예정된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을 윤4월 초파일인 530일로, 425일 예정된 연등회를 523일로 일정을 바꿔 개최한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의 부처님오신날인 430, 종단협 소속 15000개의 사찰에서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를 입재해 한 달간 정진한 뒤 연기된 법요식에서 회향할 계획이다.

기자회견에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부회장단이 함께했다.

원행 스님은 우리나라 전통 세시풍속에는 윤달을 걸릴 것도 없고 탈날 것도 없는 공달이라 했다. ‘윤달을 만나 불공을 드리면 극락세계를 간다고 해서 모든 이들이 앞다퉈 모인다는 옛 문헌의 기록도 있다부처님오신날 법요식과 연등회를 윤4월로 연기하는 것은 코로나19 감염의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위중한 상황에서 감염예방과 확산 방지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또한 위기가 종식돼 국민과 모든 인류가 평안해지길 발원하는 불교계의 적극적인 의지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불교계가 주요 봉축행사 연기를 결정하면서 세부적인 행사들도 모두 일정이 변경됐다. 가장 먼저 불교계는 430일 전국 사찰에서 코로나19 극복 기도정진에 들어간다. 이날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난을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아 황룡사9층탑 점등식을 봉행한다.

이후 불교계는 각 사찰에서 기도정진을 이어가며, 523일 오후 430분부터 동국대 대운동장과 종로 일대서 어울림마당 및 연등행렬을 실시한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행사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축제형식보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행사를 기획키로 했다. 연등회 다음날 진행되는 전통문화마당도 24일 낮 12시부터 문을 열지만, 마찬가지로 탄력적인 운영을 예고했다.

가장 주요한 행사인 봉축법요식은 30일 오전 10시 조계사 대웅전을 비롯한 전국사찰에서 국민의 안전과 국난극복을 위한 기도정진 회향의 법석으로 마련된다. 부처님오신날의 참 뜻을 나누고, 코로나19 치유와 극복을 위한 대국민 메시지도 발표된다.

원행 스님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강조한 독화살의 비유를 들어 화살이 어디서 날아왔는지, 누가 쏘았는지를 논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독 묻은 화살을 맞아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오늘을 사는 우리 불제자들이 이 시대의 만파식적이 되고 팔만대장경이 되겠다. 전국 사찰에서 목탁과 법고를 치고 범종을 울리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430일로, 1975년 공휴일 지정 이래 가장 빠른 날짜이자 첫 4월의 부처님오신날이다. 이에 따라 불교계는 2월 말부터 연등회를 비롯한 봉축행사 연기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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