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전설

스스로 영웅이 있었다
우리의 시작이 되어 주었다

우리의 밥이 되어주고
바람막이가 되어 주었다

우리의 눈물이고
사랑이 되어 주었다

우리의 방향이고
돌아갈 집이 되어 주었다

밤하늘의 별이 되고
전설이 되어 주었다

 

알타이, 깔박다쉬

러시아, 알타이 공화국 깔박다쉬 유적의 중앙 제단(祭壇)에 있다. 제단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곳에서 제기(祭器)로 쓰였을 법한 그릇들과 유물들이 몇 점 출토되었기 때문이다. 제단의 주인공은 전사(戰士)들이다. 신을 섬기는 제단에 남자들이 복수로 모셔져 있는 것은 매우 독특하다. 이들을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니, 적당히 전사(戰士)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무기를 손에 들지는 않았지만, 모자의 모양이나 우람한 체격으로 봤을 때, 전사(戰士)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에는 사냥꾼이고, 부족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할 때는, 전사라 불렸을 것이다. 그런데, 제단에 신을 모시지 않고 전사(戰士)를 모신 이유는 뭘까? 전사들이 신일까?

영웅은 영웅담이 있어야 한다. 이 암각화에도 영웅담이 있다. 전사들의 머리 위에 전사들을 곧, 덮칠 것 같은 맹수가 영웅담이다. 만약 이 맹수가 없었다면, 전사들의 위대함을 누가 알겠는가! 중앙은 크게 새기고, 주변은 작게 새겨서, 강약과 경중을 조절한, 그림 솜씨도 빼어나지만, 장수들에게 어울리는 맹수를 등장시켜, 그림의 긴장감과 완성도를 높인, 연출력도 돋보인다.

인생을 살다보면, 가끔 큰 어려움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 좌절하고 물러서지 말고, 지혜롭고 바르게 맞서서 싸우고, 그 어려움을 이겨내어서, 후손들의 “길이 되고, 빛이 되어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으로, 이 암각화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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