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수릉엄삼매(首楞嚴三昧)

오래전 아직 해외나들이가 쉽지 않았던 때에, 세계 무전(無錢)여행을 다니고, 세계여행기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분의 이야기 한토막이다.

당시는 한국이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 없는 나라였다. 그 여행가가 유럽의 한 나라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코리아’를 아느냐고 묻자, 한 초등학생이 안다고 손을 들었다. 교단 앞으로 불러내어 지구의에서 코리아를 가리켜보라고 하자, 지구의를 몇 번이나 돌려가면서 찾다가 겨우 한반도를 찾아 가리켰다. 그런데도 그 여행가는 한국과 먼 나라의 어린이가 코리아를 알고 있다는 그 사실에 감명을 받아 눈물이 핑 돌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북한의 남침으로 전란을 겪고, 끼니도 수시로 거르며 해외원조로 연명하는 후진국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으켜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진입했다. 이제 한국을 모르는 세계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코리아를 모르는 해외 어린이가 있어 코리아를 찾아보라고 한다면, 그 어린이는 휴대폰을 켜고 구글맵을 열어 쉽사리 한국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작은 휴대폰 속에는 세계지도 뿐 아니라 은하계를 비롯한 온갖 것이 다 들어 있다.

5세기 초 중국의 요진(姚秦) 때, 구자국(龜?國) 출신의 학승 구마라집(鳩摩羅什)이 번역한 〈수릉엄삼매경(首楞嚴三昧經)〉은 부처가 견의보살(堅意菩薩)의 청에 따라 수릉엄삼매를 얻는 방법과 그 삼매의 불가사의한 힘에 대해 설한 경이다. 〈수릉엄삼매경〉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보살이 수릉엄삼매(首楞嚴三昧)를 얻으면, 능히 삼천대천세계로 하여금 겨자씨 속에 들게 하여, 모든 산과 강, 해와 달, 별 등이 모두 드러나게 하되, 원래와 같이 전혀 비좁지 않게 모든 중생들에게 보여주나니, 견의(堅意)여! 수릉엄삼매의 불가사의한 힘이 이와 같으니라.”

〈首楞嚴三昧經 T0642_.15.0635c25-29〉

수릉엄삼매를 얻은 이는 온 우주를 겨자씨 속에 넣을 수 있다. 무량한 크기의 우주가 좁은 겨자씨 속에 넉넉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중생들에게 원래 모습 그대로인 (겨자씨 속의) 온 우주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전이 설해질 당시에는 잘 믿기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웠을 수릉엄삼매의 불가사의한 힘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잠시도 놓지 못하는 현대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더구나 요즈음은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작은 휴대폰도 나오니 앞으로 겨자씨만한 휴대폰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수릉엄삼매는 건상삼매(健相三昧)ㆍ견고삼매(堅固三昧) 등으로 뜻번역 된다. 다부지고 굳세어 번뇌를 부수어 버리는 삼매로, 모든 붓다 및 10지보살(十地菩薩) 소득(所得)의 정(定, 삼매)이다. 수릉엄삼매를 얻으면 장군이 군대를 이끌어 적을 무찔러 항복받는 것처럼 번뇌의 마군을 파멸(破滅)시킬 수 있다.

이 정(定)은 백팔(百八)삼매 가운데 으뜸인 삼매이다. 요즈음 표현으로,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를 의미하는 웰빙이나, ‘건강과 지속성의 삶‘을 의미하는 로하스[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와 뜻이 통한다. 곧 웰빙은 건상(健相, 건강)삼매이고, 로하스는 건상(健相, 건강)을 지속하는 건행(健行, 건강의 지속)삼매로, 음사(音寫)로는 수릉엄삼매이다.

“무엇을 수릉엄삼매(首楞嚴三昧)라 하느냐? 모든 삼매를 다 꿰뚫어 아나니, 이것을 수릉엄삼매라 하느니라.”

〈大智度論 T1509_.25.0396c29-0397a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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