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화 원류를 찾아서] 6. 연등불수기본생도
[한국불화 원류를 찾아서] 6. 연등불수기본생도
  • 조성금/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객원교수
  • 승인 2020.03.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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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로 태어나길 소원하다

연등불에게 수기 받는 수메다
석가모니 부처의 전생 이야기
간다라서 한국까지 도상 전파 
〈비나야약사〉에 도상적 근거
成佛 위한 공덕·발원 담아내
남송시대 그려진 〈연등불수기본생도〉의 모습. 화면의 오른쪽 아래에 머리를 풀어 연등불이 밝고 지나갈 수 있도록 엎드려 있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인 수메다가 묘사돼 있다.
남송시대 그려진 〈연등불수기본생도〉의 모습. 화면의 오른쪽 아래에 머리를 풀어 연등불이 밝고 지나갈 수 있도록 엎드려 있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인 수메다가 묘사돼 있다.

불교도에게 가장 소원하는 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감히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게 해주소서.” 

성불(成佛)을 이루려면 이번 생에서는 세상의 모든 번뇌를 끊고 해탈하여야 하며, 또한 이 전의 여러 생에서 수많은 보시와 공덕을 쌓아야 한다고 한다. 이번 생에서 해탈을 하기는 불가능하니 우선 보시와 공덕부터 차근차근 쌓아보려고 한다. 선행 학습하는 자세로 불교에서 지향하는 보시와 공덕의 구체적인 종류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대장경에 의하면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藥事, Vinayavastu, 이하 비나야약사)〉에 가장 다양한 보시와 공덕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불교 경전은 내용상 크게 경장(經藏)·율장(律藏)·논장(論藏)의 삼장(三藏)으로 구분하는데 경장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율장은 출가 승단의 생활에 대한 규율을, 논장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논사들이 이를 해석한 것을 말한다.  

〈비나야약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행하여 깨달음을 이룰 수 있게 만드는 생활규범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율장에 속하기 때문에 경전명의 끝에 ‘경’을 붙이지 않는다. 〈비나야약사〉는 당(唐) 의정(義淨)이 700년에서 711년 사이에 번역하였으며, 모두 18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비나야약사〉는 제목과 달리 약사(藥事)와 관련된 것은 처음 1권과 2권뿐이고 나머지는 인연담과 본생담(本生譚, Jataka)에서 차용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즉 성불을 위해서 공양과 서원(誓願) 그리고 수기(受記)를 중요시하고 있는 경전이다.

본생담은 석가가 전생에 수많은 공덕과 희생을 쌓아서 부처가 되었음을 강조한 이야기들로서, 그 중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이 ‘연등불수기본생담(燃燈佛授記本生譚)’이다. 본생담에 “전생의 석가모니불이 바라문의 청년 수행자 수메다(善慧童子, Sumedha)였을 때, 연등불(燃燈佛, Dipakara이며, 제화갈라·제원갈·연등불·보광불·정광불 등으로 칭한다)에게 다섯 송이의 연꽃을 산화 공양하고 진흙 위에 자신의 사슴가죽 옷과 머리카락을 깔아 연등불이 밟고 지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공덕으로 연등불로부터 ‘앞으로 91겁 후에 부처가 될 것이다’라는 예언을 들었다”라고 적혀있다.

공양자인 수메다가 부처님께 서원을 하고 내세에 석가모니 부처로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인 수기를 받는 것을 주제로 한 연등불수기본생담은 기원 후 1세기에 간다라 지방에서 성립되었다. 연등불 수기는 마투라 지역이나 인도 내륙에서는 표현되지 않았고, 간다라 이북의 동쪽을 거쳐 중앙아시아, 중국, 한국으로 전파된 도상이라는 특징이 있다.   

‘연등불수기본생담’을 묘사한 이른 사례인 파키스탄 라호르 박물관 소장 시크리출토 〈연등불수기본생도〉의 화면 전개를 살펴보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화면이 전개되고 있다. 먼저 화면 왼쪽 건물 문 앞에는 물병을 겨드랑이에 끼고 연꽃을 파는 고삐와 바라문의 수행자 수메다가 고삐에게 꽃을 사려고 서 있고, 이어서 수메다가 연등불을 향해 산화 공양을 올리고 있으며, 그 연꽃들이 연등불의 머리 주위에 머물러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다음으로는 수메다가 사슴가죽 옷과 머리카락으로 진흙을 덮고 엎드려 있으며, 그 앞에는 연등불이 수메다에게 석가모니부처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맨 위쪽에는 예언을 받은 수메다가 기뻐서 공중으로 뛰어올라 합장하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처럼 한 화면에 주인공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 표현은 간다라에서 시작해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쿠차 지역의 키질석굴을 거쳐 투르판 베제클릭석굴에 비나야약사를 도해한 여러 장면의 벽화들에서도 찾을 수 있다.

1세기 조성된 〈연등불수기본생도〉로 파키스탄 라호르 박물관에 소정돼 있다.
1세기 조성된 〈연등불수기본생도〉로 파키스탄 라호르 박물관에 소정돼 있다.

베제클릭 20굴의 〈연등불수기본생도〉를 살펴보면 화면의 아래에 수메다가 손에 연꽃을 들고 진흙 바닥에 엎드려 머리카락을 풀어 연등불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중앙에 입상의 연등불이 수메다를 향해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연등불을 중심으로 여러 권속과 공양자, 사원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이 그림의 주제 및 경전적 근거는 화면 상단의 산스크리트어로 쓰여진 방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방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두 번째 아승기겁 전에 저 높이 빛나는 명성을 지니신 연등불을 친견하고서 나는 그분에게 일곱 종류의 지마(芝麻)와 연꽃을 공양하였다” -〈비나야약사〉의 게송

베제클릭 20굴에는 연등불수기 이외에도 14장면의 수기와 서원에 관한 벽화가 도해 되어 있는데, 모두 그 근거를 〈비나야약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따라서 〈연등불수기본생도〉의 도상학적 근거 역시 본생담을 기본으로 하여 수기와 서원을 강조한 〈비나야약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등불수기본생도〉는 중앙아시아를 넘어 동쪽으로 전파되어 중국 내륙에도 전해졌다. 남송(南宋)시기에 비단에 두루마리 형태의 화면에 그려진 이 그림은 화면의 오른쪽 아래에 머리를 풀어 연등불이 밝고 지나갈 수 있도록 엎드려 있는 수메다가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수메다를 향해서 손을 뻗어 수기를 내리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연등불의 모습이 보인다. 

또한 연등불의 주위에는 이전의 간다라 지역이나 중앙아시아 지역에 비해서 사천왕, 팔부중, 보살, 비구 등 권속들의 수가 현저히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의 흥미로운 점은 연등불이 중앙아시아지역의 사례처럼 연꽃이 아닌 황색의 옷을 밟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된 점이다. 아마도 화가는 수메다가 바친 사슴가죽 옷을 적극적으로 묘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수메다의 공덕과 희생은 중세와 근대를 지나서까지도 불교도들에게 큰 가르침이 되었고, 현재도 사찰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주제이다.

전북 김제의 금산사는 과거불(過去佛)인 가섭불(迦葉佛) 시대부터 불교와 인연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사찰이다. 이곳의 대적광전은 금산사 내에서 수계(受戒)·설계(說戒)·설법(說法) 등의 법요를 진행하는 전각으로서, 외벽에 〈연등불수기본생도〉가 도해되어 있다. 

이 벽화는 비록 현대에 그려진 그림이지만, 간다라 지역에서 성립되어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거치면서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서원과 수기에 대한 본질을 충실히 담고 있다. 직사각형의 화면 아래에는 머리를 풀어 연등불에게 보시를 하는 수메다와 수메다가 바친 옷이 묘사되어 있으며, 중앙에는 수메다를 향해서 수기를 내리는 입상의 연등불과 뒤로 세 명의 비구가 표현되어 있다. 

전북 김제 금산사 대적광전에 조성된 〈연등불수기본생도〉 벽화의 모습.
전북 김제 금산사 대적광전에 조성된 〈연등불수기본생도〉 벽화의 모습.

남송의 〈연등불수기본생도〉에서는 연등불이 옷을 밟고 있었지만, 금산사의 연등불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연등불처럼 청련과 홍련의 연화대좌 위에 서 계신 모습을 볼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수메다가 공양한 옷의 묘사로서, 사슴가죽 옷 대신 청나라의 관복과 흡사한 붉은 색 목둘레가 장식된 녹청의 장포가 표현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아마도 청나라 때 유입된 연등불수기 도상이 현재에까지 이른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사슴가죽 옷이든 청나라 관복이든 본질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보시이며,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공덕을 쌓으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석가모니께서 어떻게 공덕을 쌓아서 부처가 되셨는지 알게 되었으니 그대로 따라서 하면 성불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가난한 수행자 수메다는 연등불에게 연꽃을 올리기 위해 연꽃 장수 고삐에게 가지고 있는 황금 모두를 내어주고 내세에 그녀와의 결혼을 약속했다. 

또한 진흙 길 위에 자신의 머리카락과 입고 있던 옷까지 벗어서 연등불이 편하고 깨끗하게 길을 가실 수 있도록 보시와 공덕을 하였다. 과연 이생에서 나는 몇 번이나 이러한 선업을 쌓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다음 생에도 굳세게 서원을 지켜나갈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 성불은 절대 불가능하겠다. 

성불이 불가능하니 유리개울이 흐르고 아름다운 천녀들이 노래하는 도솔천은 어찌 가야하는까. 정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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