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출가열반 회향기도 현장]

봉은사 기획국장 제환 스님이 출가열반기도 회향법회를 생중계하고 있다.

“그동안 법회 생중계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불교계에서 코로나 사태로 하나의 큰 흐름이 만들어 진듯합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불교계가 일요법회 등 각종 기도법회를 중단한 가운데, 서울 강남의 봉은사가 유튜브 채널을 통한 법회 실시간 중계를 시작해 눈길을 끈다.

카메라·스마트폰 활용
저비용 생중계 시작해
실시간 소통의 새 시작

출가 열반기도 회향일이었던 3월 9일, 신도들의 각 가정에서의 기도가 이어진 봉은사에는 한적함이 감돌았다. 회향기도가 진행되는 텅빈 봉은사 법왕루에서는 카메라와 연결된 스마트폰을 연신 조정하는 한 스님의 모습이 띄었다.

봉은사 기도법회 생중계 캡처 화면

바로 기획국장 제환 스님이었다. 봉은사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사찰 기도가 중단된 3월 2일부터 전격적으로 기도법회를 유튜브를 통해 중계를 시작했다. 신도들의 사찰 방문은 줄었지만 기도는 계속됐다. 스님들은 저마다 마스크를 끼고 기도와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사찰에서는 생중계를 하기 위해서는 방송사의 협조를 얻어야만 했다. 최근 유튜버, 아프리카BJ들의 개인 생방송을 축으로 하는 미디어 변화는 불교계에서 더디기만 했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사찰의 변화가 시작됐다.

DSLR카메라와 캡쳐보드,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생중계가 진행된다. 봉은사는 이를 위해 경내 5G 와이파이망을 설치했다.

봉은사는 그동안 반응형 웹사이트 구축과 홈페이지 내 커뮤니티 구축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런 와중에 실시간 생중계 필요성이 높아지자 발빠르게 장비를 구축해 시작했다.

효과는 나오고 있다. 이날 생중계를 유튜브를 통해 지켜본 이들은 동시접속은 200여 명, 누적 접속자는 2000여 명이 넘었다.

사찰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불교계 방송사를 통해서만 지켜볼 수 있었던 사찰의 모습을 직접 보는 이들이 상당했다. 특히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채팅도 함께 올라왔다. ‘마스크를 끼고 기도 하시는 스님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고맙기도 하네요.’ ‘코로나 사태가 얼른 끝나서 법당에 나가고 싶습니다’ 등의 댓글이 계속 올라왔다.

봉은사의 이번 생중계는 평소 유튜브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관심이 많았던 주지 원명 스님의 전폭적인 지원과 자비로 DLSR카메라와 짐벌, 캡쳐보드 등 장비를 구입해 영상 중계를 시작한 사중 스님들의 발빠른 움직임이 있어 가능했다.

영상 촬영은 처음이라는 기획국장 제환 스님은 스님들의 IT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의 관심과 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봉은사 유튜브 채널을 관리하고 있는 기획국장 제환 스님. 스님은 3040 신도들의 조회 빈도가 높다며 불교계 관심을 당부했다.

스님은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아도, 막상 시작하려 하면 ‘잘 할 수 있을까’란 머뭇거림이 있기 마련인데 일단 시작하는게 중요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생중계 접속 빈도를 보면 3040세대의 접속율이 높다. 젊은 신도들을 중심으로 사찰신도 유입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봉은사를 비롯해 전국 사찰에서는 유튜브 생중계가 시작됐다. 부산 홍법사를 비롯해 합천 해인사 등도 ‘화엄 21천도법회’를 생중계 시작했으며, 불자들이 가정에서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은 “사찰에 오지 못하는 불자님들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신행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실시간 중계방송을 하고 있다. 앞으로 저마다 상황에 맞게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위해 기도 발원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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