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료인”… 사명감 하나로 맞서다

검체채취실 앞에 방호복을 입은 동국대 경주병원 의료진이 서 있는 모습. 천막 안에는 간이 음압기가 보인다.

음압병실에 들어간 의료진은 사태가 진정되기 까지 나올 수가 없습니다. 음압병동에서는 진료 외에도 환자들의 식사와 청소까지 도맡아야 합니다. 오직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최전선을 지키는 병원 의료진들의 사명감은 투철했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모두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접촉을 피해야 하는 시기이다. 안전을 위해 확진자 동선으로 밝혀진 공간은 모두 폐쇄해야 한다.

지역감염이 확산되면서 지역병원의 중요성을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특정 교단의 방일함으로 인해 대구·경북 확진자 수가 매일 같이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감염병에 대한 역학조사와 조치를 완전하게 할 수 있는 전문병원이 지역에 있어야한다.

경북 지역 내 유일하게 국가지정격리병상(이하 음압병실)’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바로 동국대 경주병원이다. 코로나 19와 사투를 벌이며 지역 내 감염 전수조사에 앞장서고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동국대 경주병원을 32일 방문했다.

음압병실 의료진들 사투 중
환자 식사, 청소까지 도맡아
사태 진정될 때까지 격리돼

경북서 음압병실 유일 운영
경주·의성 등 확진자 입원해
선별진료소 설치예방 앞장
3일 완치자 퇴원 희망 봤다

음압병실은 동국대 경주병원 8층에 위치했다. 기존 음압병실은 35병상으로 운영됐으나 방문 당시에는 간이병실을 확장해 524병상을 설치 중이었다. 31일 간이음압기가 들어와 추가로 들어 올 환자를 위해 병실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후에만 경산에서 3명의 확진자가 더 들어올 예정이었다. 출입금지 표시와 함께 문을 닫은 곳, 음압병실 긴 복도 끝에는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고 서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지금 현재는 음압병실에 입원한 환자 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병실을 늘려 30여 명의 환자가 입원을 하게 되면 인력이 부족합니다. 의료진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게 무엇보다 걱정입니다. 지금까지는 간호사와 의료진들을 추가 요청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필요하게 될 것 같습니다.”

긴장한 표정의 이동석 동국대 경주병원장은 상황을 설명했다.

방문 당시 병원에는 경주시 3, 경산시 3, 의성군 3, 영천시 1, 청도군 1명 총 1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 중이었다. 이 중 한 명은 생후 45일 된 최연소 확진자도 있다. 대부분도 중증 환자 혹은 고위험군으로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음압병실 복도 끝에 있는 의료진의 모습. 음압병실의 의료진들은 이번 사태가 끝날 때까지 나올 수 없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의료진들은 자신을 먼저 보호해야 했다. 의료진이 안전해야 환자들도 보호 받을 수 있다. 담당 의료진들은 마스크와 방호복을 입고 숨조차 쉬기 힘든 고된 시간을 보낸다. 외부 노출을 차단하는 방호복은 머리까지 덮어 온 몸을 감싸야 했다. 고글과 장갑은 필수이다. 제대로 숨 쉬기조차 힘들고 움직임이 둔해지며 답답함으로 참기가 힘들다. 오직 사명감만이 그들을 견디게 했다.

이동석 병원장은 그나마 동국대 경주병원은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타 의료원은 방호복이 제대로 구비 안 된 곳이 있어 감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받는 곳도 있습니다. 가족들에게 혹시라도 병을 옮기게 될까 집에 가지도 못하고 영안실에서 쪽잠을 자며 괴로워합니다. 10일 정도 지나면 패닉 상태에 빠집니다. 병원이면 방호복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물품이 갖춰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도 현실입니다. 지역 작은 병원들은 더 열악한 상황입니다.”

지역 감염으로 확산돼 지역 곳곳에 전문 시설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동국대 경주병원에 국가지정격리병실이 만들게 된 것은 하루 이틀 만에 이룬 성과가 아니다. 전국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등 여러 감염질병이 있을 때 미리 준비를 해둬 가능했다.

이동석 병원장은 전문의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사스가 발병했을 때 준비하던 중이었고 2009년 신종플루 때는 제대로 역할을 해낼 수가 있었습니다. 메르스가 발병했을 때는 저희 격리병실에 입원했던 환자들은 모두 완치돼 퇴원을 했지요. 오랜 기간 감염학과 예방의학을 연구한 전문의가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지금 그 전문의들은 질병이 터질 때마다 역학조사에 나서고 지역 감염을 추척하며 접촉을 관리합니다.”

격리병실을 운영한다는 것은 지역의 편견을 이겨내야 하는 어려움도 감수해야 한다. 이에 이동석 병원장은 메르스 사태 때는 당시 청정지역이었던 경주에 환자를 데리고 왔다며 병원 근처에는 접근도 말라는 소문도 돌았고 원망도 들었다. 당시에는 음압병동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였다그 시기를 잘 견디고 이겨내니 지역민들이 현수막을 제작해 감사의 뜻을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감염병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실 예방이다. 지역 곳곳에 감염의 원인이 되는 확진자를 빨리 찾아야 한다. 그래서 선별진료소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국대 경주병원 외부에는 선별진료소가 따로 설치됐다. 추운 겨울이지만 외부에 설치할 수밖에 없다.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또 감염병의 특성상 밀폐된 공간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병원 밖에 설치된 선별진료소는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졌고 검체채취실은 천막으로 지어졌다.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공간과 천막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은 환자들을 만났고 외부에는 직원들이 안내를 하며 돕고 있었다. 직원들은 자진해서 선별진료소를 찾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추위에도 바람 한 점 피할 곳 없는 곳에 서 있었다. 그들은 고되고 힘들어도 마음은 뿌듯하다고 했다.

병원 치과위생사로 근무하고 있는 최미경(43)씨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가 감염 확률이 높지만 진료 협력을 위해 나섰다찾아오는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독이며 응대하려 노력 중이고 말했다.

행정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안주홍(30) 씨는 사태가 사태인 만큼 긴장감은 높지만 병원의 일원으로 할 일이라 생각한다. 항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역할을 다하려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선별진료소를 찾는 환자들은 차 안에서 우선 대기한다. 안전을 위해서이며 대기 번호를 정해두고 순번이 되면 전화로 연락해 진료소를 방문하도록 하고 있다.

동국대 경주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감염 치료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입원 및 내원으로 병원에서 마주해야 할 모든 환자들의 안전도 담당해야 한다.

환자들을 위해 병원 정문에는 발열체크는 기본이며 인적사항을 기재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다. 정문을 지나면 열화상 카메라가 있어 한 번 더 확인을 거친 뒤에야 병원 출입이 가능하다.

정문을 지키는 사람들도 병원 직원들이다. 자진해서 봉사하며 환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기침, 가래, 인후통 등 호흡기 질환자를 위한 진료소도 따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병원 바로 옆 건물에 호흡기 내과를 운영해 철저히 구분한다. 동국대 경주병원은 안전을 위한 독립된 호흡기 내과 진료로 지난 225일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민안심병원 사업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3월 3일 동국대 경주병원 입원 확진자 중 완치자가 처음 나왔다. 병원 측은 완치 환자에게 꽃다발을 전했다.

방문 다음 날인 33일 동국대 경주병원에서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병원 내에서 처음으로 퇴원한다는 전언이었다.

병원에서는 퇴원하는 환자 A씨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감사의 뜻을 의료진이 아닌 환자에게 전달한 것은 완치라는 희망을 안겨준 것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였을 것이다. 이에 A씨 역시 그동안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신 교수님과 간호사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정성을 다하여 식사를 제공한 영양실 직원 여러분들과 직원분께도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동국대 경주병원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지친 음압병동 의료진과 함께 하고자 여러 부서 간호사들이 자발적으로 음압병동 근무를 신청하고 있다. 직원들의 노력으로 보여주는 동료애와 환자애로 따뜻함을 안겨주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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