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반딧불이와 해오름

어렸을 때, 한여름 밤에 반짝반짝 노란 빛을 발(發)하며,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던 반딧불이를 신기해하며 쫓아다니던 기억이 있다. 반딧불이(螢火蟲)의 꽁무니에서 나오는 반딧불(螢火, 螢光)은 암놈은 한 줄, 수놈은 두 줄의 빛을 발해 서로 짝을 찾는다고 한다.

4세기 경 중국 동진(東晉)의 차윤(車胤)이란 사람은 가난해서 등잔 기름을 구할 수 없어, 여름이면 수십 마리의 반딧불을 흰 명주주머니(練囊, 잿물에 담가서 아교질을 없애 희고 광택이 나게 만든 명주실로 짠 주머니)에 담아 그 빛으로 밤을 새우며 책을 읽어 마침내 벼슬길에 올랐다. 비슷한 시기에, 겨울밤 백설(白雪)에 비추어 책을 읽어 벼슬길에 오른 손강(孫康)의 예와 합쳐 형설지공(螢雪之功, 가난한 사람이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함)이라는 고사(故事)가 생겼다.

근래에는 환경이 오염되어 반딧불이는 좀처럼 보기 힘들어졌다. 이에 1982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의 반딧불이가 서식하고 있는 무주 설천면 일원의 반딧불이와 그 먹이(다슬기) 서식지가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되었고, 그후 그 지역의 반딧불이 개체수가 급감함에 따라, 2002년 1월 천연기념물 지정구역이 무주읍 가옥리, 설천면 장덕리, 무풍면 금평리 등으로 확대되었다.

요진(姚秦)의 구마라집(鳩摩羅什)이 번역한 <마하반야바라밀경(摩訶般若波羅蜜經)>에, 반딧불이의 비유가 나온다. 성문과 연각 이승(二乘)이 스스로의 몸도 다 비추지 못하는 반딧불과 같이 미미한 빛이라면, 보살은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과 같이 온누리(우리가 사는 남섬부주)를 남김없이 비추는 무량한 광명이다.

“반딧불이(螢火蟲)가 ‘내 능력으로 능히 염부제(4대주 중 남섬부주)를 비추어 두루 크게 밝히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는 것처럼, 모든 성문과 연각 또한 ‘우리들이 육바라밀을 닦고 18불공법(不共法)을 닦아서 무상정등정각을 얻고, 무량한 아승지 중생을 제도 해탈시켜 열반을 얻도록 하겠다’고 마음먹지 않는다. 사리불이여! 해가 뜰 때 광명이 염부제를 두루 비추어 어둠을 밝히지 못하는 곳이 없듯이, 보살마하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육바라밀과 18불공법을 닦아 무상정등정각을 얻고, 무량한 아승지 중생을 제도 해탈시켜 열반을 얻도록 한다.”

<摩訶般若波羅蜜經 T0223_.08.0222b05-13>

우리 속담에 “개똥불로 별을 대적한다”는 말이 있다. 반딧불은 별빛과도 비교할 수 없는 미미한 빛인데, 하물며 별빛을 덮어버리는 태양광과의 비교는 언감생심이다. 여기에서 18불공법은 붓다만이 갖추고 있는 열여덟 가지 특징이다.

“이른바 18불공법이란 어떤 것인가. 1)~3) 모든 붓다께서 몸, 입, 생각으로 짓는 것에 허물이 없음(身·口·念無失). 4) 모든 중생에 대해 평등한 마음(無異想). 5) 적정(寂定)한 마음(無不定心). 6) 모든 것을 거부하지 않고 품는 마음(無不知已捨心). 7) 중생구제의 원력에 퇴보 없음(欲無減). 8) 수행에 퇴보 없음(精進無減). 9) 알아차림에 퇴보 없음(念無減). 10) 중생구제의 지혜가 쇠퇴치 않음(慧無減). 11) 해탈에서 속박으로 퇴보치 않음(解脫無減). 12) 해탈지견에 퇴보 없음(解脫知見無減). 13)~15) 모든 행위·말·생각에 지혜를 수반함(一切身·口·意業隨智慧行). 16)~18) 과거·미래·현재세의 모든 것을 알아 막힘이 없음이다”

<摩訶般若波羅蜜經 T0223_.08.0255c25-0256a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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