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보다 더 큰 위협 ‘두려움’?

???????오래 전 역병 창궐한 바이샬리
부처님, 제자들과 직접 찾아가
7일간 경전 독송·시체 치우며
대중이 느꼈던 공포심 잠재워

전쟁보다 바이러스가 무서운 시대가 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환란이 세상을 흔든다. 사람들 마음속에 바이러스보다 더한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 전염병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전염되는 병을 완벽히 막을 방법은 없다. 병은 몸을 흔들지만, 병으로 인해 생긴 두려움은 마음을 휘감아 모두를 흔든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마음은 개인을 넘어 공동체마저 넘본다. 과거에는 전염병을 역병(疫病)이라 했다. 원인을 알 수 없어 막연하게 재액신(災厄神)이나 역신(疫神)의 소행이라고 믿었다. 무명(無明)의 두려움이었다. 불교는 병고로 두려움을 가진 이들에게 무외시(無畏施)를 베풀라 한다. 두려움을 없애주는 보시야말로 가장 큰 보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전 속 부처님께서는 역병의 창궐이라는 두려움에 어떤 무외시를 베푸셨을까? 어떤 자세로, 어떤 행동으로 사람들을 구제하셨을까? 그리고 부처님의 대응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던져주고 있을까.

아함과 니까야 속 역병구제
아함과 니까야, 그리고 니까야 주석서인 니뎃사(Niddesa)는 역병이 창궐했던 바이샬리의 일을 기록해 전한다. 

부처님께서 마가다국 왕사성 죽림정사에서 빔비사라왕의 청을 들어 안거에 드셨을 때의 일이다. 밧지국 비사리(毘舍離, 지금의 바이샬리)성에 큰 가뭄이 들어, 기근과 함께 역병이 창궐했다. 사람들은 귀신과 나찰(羅꼡)이 마을에 가득하다고 생각했다. 얼굴과 눈이 누렇게 떴고 어떤 이들은 3~4일 만에 죽어 나갔다. 하루에만 1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버려진 시신들로 성안이 가득 차 마을은 피폐해졌다.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늘어나자 비사리 사람들은 부처님이 계신 왕사성에 마하리(最大) 장로를 보내(기록에 따라 토마라 장로라고도 함)기로 한다. 바라문교에 의지해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도 보고, 자이나교 등 신흥종교에 의지해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부처님께 의지하기로 하고, 빔비사라왕과 친분이 있던 마하리 장로를 마가다국에 파견한다. 

마하리 장로가 왕을 찾아 부처님을 보내달라고 청하지만, 왕은 선뜻 응하지 않는다. 갠지스강을 사이에 두고 있던 밧지국과 마가다국은 서로 인종도 정치체제도 다른 경쟁국가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빔비사라왕은 부처님께서 역병이 도는 비사리로 가길 원치 않았다. 왕에게 거절당한 마하리는 부처님을 찾아뵙고 간곡히 비사리를 구제해줄 것을 요청한다. 부처님은 왕의 허락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결국 빔비사라왕은 마지못해 허락을 하고, 부처님은 비사리로 향한다. 

부처님은 발우를 챙기고 500여 비구와 함께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길을 나선다. 빔비사라왕은 부처님을 정성을 다해 갠지스강까지 모신다. 부처님은 강을 건너 사흘을 걸어 비사리성으로 향했다. 밧지국의 영토에 발을 딛는 순간 큰 벼락이 치고, 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바싹 말라 있던 비사리의 땅은 단숨에 가뭄에서 벗어났다.

부처님은 비사리에 도착해 아난다에게 보배경(Ratana Sutta)를 설하시고 이를 사람들에게 독송하도록 권했다. 아난다는 밤새워 경문을 독송하며 부처님의 발우에 성수를 담아 뿌리며 거리를 걸었다. 시신을 치우고 거리를 청정히 했다. 사람들은 보배경을 함께 독송하며 흐트러진 마음을 곧추세우고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났다. 부처님과 500비구의 일곱 날에 걸친 구제활동이 효과를 거두자 역병은 물러갔다. 

경전은 바이샬리에서 벌어진 부처님의 역병 구제를 이렇게 전하고 있다. 이 때 부처님께서 설하신 보배경은 지금도 남방불교에 빠알리어로 남아 전한다. 스리랑카에 전해지는 빠알리어 경문은 열일곱 게송으로 남아있다. 삼보를 예경하고 청정한 삶을 위한 다짐을 담고 있다. 북방불교의 경우 아함경에 남아 다음과 같이 전한다. 

二足獲安隱 四足亦復然 行道亦吉祥 來者亦復然 두 발 가진 사람도 안온을 얻고, 네 발 가진 짐승도 또한 그러하며, 길을 가는 이에게도 축복이 있고 길을 오는 이에게도 또한 그러하리. 
晝夜獲安隱 無有觸떾者 持此至誠語 使毘舍無他 밤이나 낮이나 안온을 얻고, 괴롭히는 자가 없을 것이니 이 정성스러운 말을 가지면 비사리성에 재앙은 없어지리.
〈증일아함〉 32권 역품
     
1.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중생들, 천인이든 사람이든 언제나 행복하기를. 그대들은 내 말을 귀담아 들으라. 
Yndha bhtni samgatni Bhummni v yni va antalikkhe Sabbe va bht suman bhavantu, Athopi sakkacca suantu bhsita.

2. 자애의 마음을 아낌없이 베풀면 반드시 밤낮으로 보답을 받으니 다른 이를 정성껏 돌보고 보호하기를! 
Tasm hi bht nismetha sabbe, Metta karotha mnusiy pajya Div ca ratto ca haranti ye bali . Tasm hi ne rakkhatha appamatt.
 
7. 부처님 가르침 실천하고 수행하여 감각적 쾌락 대신 마음의 안정을 얻고 굴레에서 벗어나 죽음을 초월하고 지극한 평화를 누리는 성인들, 승가는 이 세상 으뜸가는 보배, 이러한 진리로 그대들 행복하기를! 
Ye suppayutt manas dahena, Nikkmino gotama ssanamhi
Te pattipatt amata vigayha, Laddh mudh nibbuti bhujamn Idampi Buddhe ratana pata, Etena saccena suvatthi hotu.

14. 과거는 소멸되고 새로운 업 쌓지 않아 마음은 고요하니 내생에 집착 없다. 번뇌의 근원이 소멸된 분들은 갈애가 사라져 흔적 없이 떠난다. 승가는 이 세상 으뜸가는 보배, 이러한 진리로 그대들 행복하기를! 
kha pura, nava natthi sambhava, virattacitt yatike bhavasmi te khabj aviruhichand, nibbanti dhr yathyam padpo Idampi Buddhe ratana pata, Etena saccena suvatthi hotu.

17. 여기 모인 우리, 천인이든 사람이든 완전하신 승가에 존경을 표하니 이로써 저희에게 축복이 있기를! 
yndha bhtni samgatni, bhummni v yni va antalikkhe tathgata dev mnuss pjita, sagha namassma, suvatthi hotu.
〈보배경〉(Ratana Sutta, 라따나 숫따) 중 일부

바이샬리 역병구제가 남긴 것
바이샬리에서 벌어진 역병구제 사건은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역병은 말 그대로 역신의 장난으로 받아들여졌다. 설명되지 않는 사건은 신비한 무언가가 되어 주술이 난무하는 해결책 말고는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처님께서 취한 행동은 남달랐다.

부처님은 안거중임에도 역병이라는 재난을 맞아 구제를 청한 비사리 사람들의 손을 잡았다. 자신이 병에 걸릴 수 있음을 알았지만 이를 내치지 않았다. 기꺼이 역병이 창궐한 비사리로 몸소 발걸음을 옮겼다. 자비와 연민의 마음으로 500비구를 이끌고 두려움에 떠는 비사리 사람들에게 갔다. 의학도 과학도 변변하지 않던 시대, 비사리를 구제할 이는 따로 없었다. 

비사리에 도착한 부처님은 무엇보다 두려움과 공포, 불안이 역병보다 더한 병임을 알았다. 보배경을 설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였다. 사람들 마음속에 자라나던 혐오와 불신을 걷어내고 자애와 연민의 마음을 심었다. 그리고 시신을 치우고, 발우에 물을 떠 오염된 마을을 깨끗이 했다. 그렇게 일곱 날이 흐르고, 마침내 역병이 물러갔다. 진정한 무외시의 실천이었다.

부처님은 위험을 마다않는 헌신으로 종교의 큰 가르침을 일깨웠다. 마음의 평정으로 두려움을 잠재우고, 청정한 마을을 만들어 역병을 물리쳤다. 바이샬리 사람들은 마하바나(大林)를 비롯하여 몇 개의 승원을 지어 교단에 보시했다.

이 사건은 여러 경전에 담겨 전해진다. 증일아함과 불설보살본행경, 잡아함 35권 염삼보경, 숫다니파타, 쿳다까니까야 등이 그것이다. 

전해지는 것은 경전뿐이 아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새겨진 그날의 감동은 파릿따(Paritta, 보호경 독송)라는 남방불교의 의식에 담겼다. 미얀마와 태국에서는 파릿(Parit)으로, 스리랑카에서는 피릿(Pirit)으로 불린다. 이 의식은 부처님께서 설한 경전을 독송하며 공동체의 안전과 평화를 기원한다. 주로 독송되는 경전은 앞서 소개한 보배경(Ratana sutta)을 비롯해 자애경(Karaniya Metta Sutta), 축복경 (Mangala Sutta) 등이다. 파릿따 의식은 스님들과 신도들이 모여 세 가지 색으로 엮은 실을 함께 잡고 경전을 독송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다지고 청정한 삶을 서원하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두려움과 불교
지금 우리 사회에는 코로나19 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상을 떠돌며 병을 옮기고 사람들 마음에 구멍을 내고 있다. 그 구멍으로 공포와 불안이 파고 든다. 두려움은 혐오와 미움을 부르고 그것이 마음을 고통스럽게 한다. 

반야심경에서 관세음보살은 “무유공포 원리전도몽상(無有恐怖 遠離顚倒夢想)”이라 말한다. 두려움이 없으니, 거꾸로 뒤바뀐 헛된 생각도 멀어진다는 말이다. 

2500년 전 부처님이 행한 비사리에서의 역병구제는 재난상황에서 불교가 해야 할 바를 알려준다. 마침 교단과 불자들이 나서 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돕고 있다. 불교는 그런 종교다. 어느 때보다 널리 퍼진 두려움을 걷어내고,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것이 부처님이 가신 길이고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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