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의 지혜명상

툽뗀 진빠 편역/최로덴 옮김/모과나무 펴냄/1만 8천원

 

달라이 라마는 인도불교사의 한 축을 완성한 샨띠데바의 〈입보리행론〉 제 9장 〈지혜품〉의 심오한 게송들을 놀라운 통찰력과 특유의 알기 쉬운 언어로 풀어낸다. 더불어 정(正)과 반(反)의 모순을 극복한 합(合)의 통찰을 통해 공존의 아름다움과 화합 정신을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달라이 라마의 지혜 명상〉은 뒤 따라가는 대승 제자들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 역할을 한다. 1993년 11월, 달라이 라마는 프랑스 티벳불교센터연합회 초청으로 바즈라요기니연구소서 1주일간 법문 했다. 당시 유럽 여러 나라서 수많은 참석자들이 이 법문을 듣기 위해 몰려들었는데, 그 내용은 이후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등 주요 언어로 번역돼 출간되었다. 법문 주제가 무엇 이길래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듣고 공유하고 널리 알려지게 됐을까? 그것은 바로 ‘지혜’였다.

1993년, 달라이라마의 법문 정리
불교 실천 수행에 대한 깊은 통찰

이 책은 당시의 법문 내용을 잘 정리해 담았다. 사실 달라이 라마는 이보다 앞선 1991년에 프랑스 도르도뉴서 개최된 법회서 이와 관련한 가르침을 편 적이 있다. 지혜를 터득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알려주는 〈입보리행론(入菩提行論)〉에 관한 것이다. 이는 7~8세기경 인도 불교학자 샨띠데바 보살이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산스크리트 원전은 시(詩)로 돼있어 유려하고 아름답기 그지없어 대승불교 문학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달라이 라마의 제자이자 이번 책을 영어로 번역한 툽뗀 진빠 스님은 “이 고전적인 인도 불교의 문헌이 티벳인들에게 그토록 많이 사랑 받는 이유는 아마도 게송의 아름다움 때문일 것입니다.

이 문헌의 저자인 샨띠데바는 원력을 품은 보살의 다양한 수행적 요소와 함께 개인적 통찰을 담은 일련의 게송들을 대부분 1인칭 시점서 서술합니다. 1970년대 망명 티벳인들이 정착촌을 형성한 남인도의 그 작은 승원에 딸린 옥수수 밭서 일하던 그 노동 시간에도 이 게송들을 암송하며 행복했던 기억이 지금도 여전히 생생합니다. 이 문헌의 티벳어본 게송들은 원래부터 티벳어로 쓰여진 시문학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완벽히 계량된 시문으로 번역됐기 때문에 티베트인들이 암송하고 기억하기가 좋습니다.”라고 밝혔다.

〈입보리행론〉은 총 10장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1991년 법회 때는 제 9장 〈지혜품〉의 경우 시간이 부족해 그 내용을 충분히 전달치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지혜품〉은 샨띠데바의 문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달라이 라마는 1993년 프랑스서 이어진 법회에서 〈지혜품〉의 내용을 구체적인 게송에 따라 심도 깊게 설명했다.

〈지혜품〉은 “부처님께서 전하신 일체의 방편 법문은 모두가 다 반야의 지혜를 위해 설하신 것”이라는 게송으로 시작한다. 이 내용은 단순해 보이지만 부처님 법의 핵심을 꿰뚫는 심오한 통찰을 담았다. 부처님께서는 ‘최고의 깨달음(無上菩提)은 자신을 괴롭히는 물리적 고행이나 번잡한 종교의식 혹은 맹목적인 기도를 통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길들이는 수행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라고 설했다. 샨띠데바가 저술한 〈입보리행론〉 제 9장 〈지혜품〉의 원래 제목은 반야바라밀이다. ‘반야’는 중생들을 해탈 열반의 길로 인도하는 자리이타의 지혜이며, ‘바라밀’은 부처님의 지혜와 행적을 따라가는 실천행(大悲行)이다. 그러므로 반야바라밀은 이타중생의 지혜를 실천하는 깨달음의 길(菩提道)이다. 번뇌와 망상은 물론 본능에 잠재된 습기마저 완전히 벗어나는 길이며,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일체중생이 다 함께 해방되는 길인 것이다. 옮긴이 최로덴은 “〈입보리행론〉의 반야바라밀을 해설한 이 책은 현교와 밀교의 가르침은 물론 최고의 논리를 구사하는 불교 철학의 대가로서 달라이 라마의 면모를 보여준다. 이 책은 달라이 라마가 사랑과 자비를 세상에 전하는 성자일 뿐만 아니라, 경전과 논리와 수행을 통해 반야의 지혜를 완성한 성취자이자 회향의 바라밀을 실천하는 보살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그가 왜 티벳의 주요 종학파와 사부대중 모두의 스승일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