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평론 봄호 ‘중도의 철학’ 주제 다뤄

홍창성, 깨달음 산출원리 전제
공리주의 입각한 실천론 제시
서양·유교 등서 중도 다루어
창간 21주년 맞아 지면 혁신
‘불교소설’ 매호 개제될 예정

요즘 같은 갈등과 분열의 시기에 강조되는 것이 석가모니 부처님이 말씀하신 ‘중도(中道)’이다. 어느 것에 치우치지 않도록 ‘양극단에 대한 비판’을 했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불교 대표 학술계간지 <불교평론> 봄호(통권 81호)는 중도 철학의 실천 방안을 모색했다. ‘중도의 철학, 양극화 극복의 길’을 주제로 한 특집에서 홍창성 미네소타주립대학 교수는 ‘중도의 철학,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통해 중도 철학의 실천론을 제시했다. 
그는 어떠한 행위가 깨달음에 기여하는지 못하는지를 살피고 이를 통해 행위의 옳고 그름을 산출하는 ‘깨달음 산출 원리’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중도적 행위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창성 교수는 “모든 사건과 행해지는 모든 행위가 자신만이 아니라 자신을 포함한 모든 중생의 깨달음에 얼마나 기여 또는 역행하느냐에 따라 평가되고 가치가 부여된다. 그래서 불자들은 최대다수 중생의 최고 깨달음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행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대다수 중생의 최고 깨달음 산출 원리’는 자연스럽게 팔정도를 포함하며 현대인의 복잡한 삶에서 각각의 경우마다 올바른 길을 더욱 구체적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며 “가장 적절하고 옳은 길을 찾아주는 원리가 중도를 따르게 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최대다수 중생의 최고 깨달음 산출 원리가 바로 중도의 원리가 된다”고 주장했다.

서재영 <불교평론> 편집위원이 권두언에 제시한 ‘중도의 실천’도 눈길을 끈다. ‘불이중도(不二中道)’를 제시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먼저 나와 남을 고립시키는 아상이라는 울타리를 부술 것을 제언했다. 실재하지 않는 허상인 아상은 “세상을 나누고 대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서재영 위원은 “중도의 시작은 아상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중도의 길은 나에게 치우치지 않고 너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인식의 자유를 얻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두가 우한을 탈출할 때 환자를 돌보기 위해 우한으로 달려간 의사들이 있었다. 간호사들은 진료에 진력하기 위해 곱게 기른 머리카락을 잘랐다”면서 “나만 살겠다고 아우성일 때 남을 배려하고, 자비의 마음으로 양보하고, 공존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바로 중도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불교평론> 봄호 특집에는 △왜 중도철학을 말해야 하는가(신상환) △불교는 왜 중도를 가르치는가(이중표) △유교는 왜 중용을 강조하는가(최일범) △서양은 중용을 어떻게 사용했는가(장영란)가 실렸다.

이와 함께 <불교평론>은 이번 호부터 창간 21주년을 맞아 새로운 기획으로 지면을 혁신했다. 표지는 창간 당시 디자인으로 바꿨으며, 지면은 독자들 눈높이에 맞춰 보기 쉽게 개편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앞으로 매호 수록되는 불교소설이다. 이는 침체된 불교 문단에 활성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봄호에 게재된 첫 소설은 1983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이상문 소설가의 ‘불호사(佛護寺)’다.

매호 시인들이 발행한 시집 중에서 불교 관련 시를 5편씩 골라 소개하고, 저명인사들의 신앙고백인 ‘나의 삶 나의 불교’도 신설됐다. 이번 봄호 ‘나의 삶 나의 불교’는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지낸 홍신선 시인이 ‘시와 선, 하나 혹은 둘?-나의 시, 나의 부처님’ 주제로 글을 썼다. 

현대불교학을 개척한 불교학자를 조명하는 ‘세계의 불교학자’와 세계고전을 불교적 안목으로 공부하는 ‘불교로 읽는 세계고전’도 신설됐다. ‘세계의 불교학자’에는 △난조 분유-근대불교학의 새 방법론을 제시하다(이태승) △말라라세케라-신념과 철학을 행동으로 옮기다(김한상)가, ‘불교로 읽는 고전’에는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박찬국)가 각각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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