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코로나19 휴관에 더 바쁜 교계복지관들

‘휴관=쉰다’는 세간의 오해
도시락 배달·안부 확인으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 보내

종로노인종합복지관장 정관 스님과 복지관 직원들이 어르신들을 위한 도시락을 포장하고 있다.

지난 130일 코로나19 종로구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21일부터 곧바로 휴관에 들어간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 방역당국 관계자들과 취재진의 잇단 발걸음이 끊어진 35일 아침에 찾아간 복지관은 어느 때보다 고요했다. 하지만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만 보이지 않을 뿐 복지관 직원들은 매일같이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적은 인력으로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관 직원의 도움으로 잠긴 문을 열고 관내에 들어섰다. 열감지 검사를 받은 뒤 손세정제로 손을 씻고, 출입대장을 기록한 후에야 정상적인 운신이 가능했다. 복지관장 정관 스님이 기자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휴관해서 편하겠다는 세간의 오해에 항변하듯 먼저 말문을 열었다.

복지관 휴관이라고 하니까 일 안 하고 쉬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 휴관상태인 지금이 평소보다 더 바쁩니다. 종로구 확진자와 연관이 있다는 질타까지 받으니 한동안 직원들도 많이 힘들어했고요.”

한숨 섞인 스님의 얘기에서 해명도 하지 못한 채 받아들여야 했던 세간의 눈총으로 인한 고충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정관 스님과 구내식당으로 이동했다. 식당 한편에서 복지관 직원들이 음식을 포장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스님도 말없이 다가가 일손을 보태기 시작했다. 한 복지사는 복지관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등을 위해 매일 60인분의 식사를 배달한다면서 일자리어르신들께서 하시던 일이지만 복지관이 휴관해 직원들이 도맡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관 스님과 직원들은 식탁 주위에 모여 1회용 비닐에 밥과 밑반찬을 담았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친환경복지관으로서 스테인리스 용기로 도시락을 전달하던 모습과 차이가 크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1회용기 사용을 권장하는 정부와 지자체 방침을 따른 것이다.

이날 복지관이 준비한 도시락 식단은 기장밥와 돼지갈비찜, 도라지·오이무침, 깻잎무침, 김치다. 여기다 어르신들의 주말 식사를 책임질 대체식품도 함께 포장됐다. 정관 스님은 큼지막한 주걱으로 1회용기에 밥을 담으며 한 끼 도시락이지만 넉넉하게 담아 두 끼, 많으면 세 끼까지 어르신들 식사량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조모 어르신에게 도시락을 전달하는 정관 스님. 마스크를 쓴 어르신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스님과 직원들은 1시간가량 도시락을 포장한 뒤 각각 배달에 나섰다. 스님은 청운효자동 조 모(87) 어르신댁을 찾았다. 대문을 두드리며 복지관에서 나왔습니다라고 외치자 조 어르신이 마스크를 한 채 환한 얼굴로 반가운 손님을 맞이했다.

날도 춥고 코로나 때문에 많이 번거로울 텐데 매일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정말 도움이 많이 돼요. 직원들도 다 아들딸 같고.”

도시락을 건네받은 조 어르신이 스님과 복지관 직원들에게 거듭 감사인사를 건넸다. 조심해서 돌아가라는 품 넓은 배려도 빼놓지 않았다.

복지관은 현재 이렇게 도시락 배달만으로도 오전업무를 다 보낸다. 배달이 지연되면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거르는 일도 생긴다. 그렇게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면,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전화로 확인하며 오후를 보낸다.

독거어르신들부터 안부를 확인하고, 외출 자제를 부탁드리면서 부득이하게 외출하실 때 반드시 마스크를 사용하라고 매일같이 말씀드려요. 긴급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이 발생하면 곧바로 또 찾아가고요.”

청운효자동에서 함께 도시락을 배달한 한 복지사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하루 일과를 설명했다. 회원 약 1만 명, 일평균 1000명이 이용하던 복지관이 문을 걸어 잠그자 복지사들은 더 바빠졌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 한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백 곳에 달하는 불교계 복지시설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휴관이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묵묵히 일을 다하는 복지활동가 모두가 부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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