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찰서 ‘종활’ 교육 프로그램 늘어나

30~70대 다양한 연령대 참가
스님 지도에 따라 유언서 작성
세세하게 체크리스트 적어가며
죽음에 대해 편하게 접근 가능

종활카페에서 강의를 듣는 참가자들. 사진출처=산케이신문

일본에서 종활(終活)’이 조용히 확산되고 있다.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하는 활동이란 뜻의 종활은 사망에서 사후관리까지 전반적인 업무를 망라한다. 한편 이러한 종활을 사찰에서 배우는 모임이 생겨 화제다. 221일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사찰에서 직접 체험하며 배우는 종활에 대해 특별 보도했다.

오사카 야오시에 소재한 일련종 혼쇼지(本照寺). 이곳에선 유언과 관련한 체크리스트 유언백서에 대한 강좌를 열고 있다. 참석하는 연령대는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참가자들은 먼저 본당을 견학한 후 주지스님의 지도에 따라 유언백서를 작성한다.

강좌를 기획한 주지 미타무라 에이슈 스님은 전대 주지스님이 돌연사를 한 것을 계기로 종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지난해 아내와 함께 유언백서를 설명하는 강사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스님은 보통 유언이라고 하면 죽은 이의 마지막 말로 생각해 감성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그리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유언이야말로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기는 가장 현실적인 문장이라고 설명했다.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유언백서 작성은 사뭇 진지했다. 병으로 입원할 경우의 자산관리와 연명치료의 희망여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에 남은 디지털 유품의 처리는 물론, 반려동물의 위탁소 등 가족에게 전하고 싶지만 쉽게 간과하는 항목들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낸다. 여기에 스님의 세세한 설명과 충고가 더해진다.

유언백서 작성이 끝나자 이번엔 에이슈 스님의 강의와 설명이 이어진다. 소개하는 내용은 장례식에서 행해지는 시식과 시다림, 죽은 후의 천도재나 묘지 선택, 기제사 등 사찰에서 할 수 있는 의례다. 스님은 사찰이기에 그 어떤 강사보다 자신 있게, 정확한 정보를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일본에서는 사찰이탈이 진행되면서 젊은 가장들이 집안 대대로 인연 지어온 사찰이나 종파를 모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에이슈 스님은 실제 시다림 의식 중에 대대로 해오던 의례가 아니다며 친족들에게 항의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사찰에서 가르치는 종활이 다시금 사찰로 사람들이 오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게임을 통해 종활을 안내하는 사찰도 있다. 오사카시에 소재한 정토종 오덴인(應典院)에선 매월 1사찰 종활카페라는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차나 커피를 마시며 종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종활카페에서 진행하는 혹시나 게임은 이곳의 주요 활동 중 하나다. 죽음과 관련된 상황이 쓰인 카드를 무작위로 뽑고 그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이다. 게임 후에 실시된 설문조사에선 처음 참가했다는 40대 남성이 어두워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밝은 분위기로,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후기를 남겼다.

게임을 진행하는 쿠마가와 사와코 종활강사는 사찰은 본래 사생관을 말하는 장소다. 보통 죽음을 생각하는 순간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지만, 모두 이곳에서는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종활카페의 장점을 말했다. 카페를 기획한 아키타 코겐 주지스님은 종활상담이야말로 본래 사찰의 역할이다. 종활은 지금까지 포교를 중심으로 한 사찰과 사회와의 관계성이 아닌 새로운 연결고리가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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