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지 않고 1000일을 지낼 수 있을까. 보통의 일반인들에게 이 질문을 해보자. 열에 열은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일반의 불가능을 가능케 한 이들이 있다. 공주 학림사 오등선원에서 천일결사를 회향한 12명의 수좌 스님들이다.

선원 정진에서 용맹정진은 잠을 자지 않고 오롯이 정진에만 매진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안거기간 마지막 일주일, 길어야 한두달을 용맹정진하게 된다. 잠을 자지 않기 때문에 선원 내에서는 졸음을 쫓기 위해 경책하는 죽비 소리가 퍼져 나온다.

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대원 스님을 비롯한 12명의 수좌 스님들은 31일 천일 용맹정진 결사를 회향했다. 조계종 사상 천일 결사는 수차례 있었지만, 천일 용맹정진은 그야말로 드문 경우다.

어떻게 수마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 그 비법은 바로 화두 삼매에 있었다. 하루 온종일 화두가 성성한 경지에 이르면 앉으나 서나 화두에 빠져 시간 개념이 사라지는 것이다. 화두에 빠졌다 깨면 수일이 그대로 지나가기도 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목숨을 건 정진에 있었다. 당초 24명의 스님들이 입재했지만 회향때는 절반 밖에 남지 않았던 것도 바로 그 차이에 있었다. 코피를 쏟고 병원에 실려가고, 안에서는 법거량으로 고성이 나오기도 했지만 끝까지 정진한 스님들이 있었다.

한국불교는 그동안 선풍 진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러한 선풍 진작이 일지 않은 데는 재가자들의 동참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이러한 스님들의 정진에 대한 감동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용맹정진 천일로 인해 새로운 선풍 진작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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